영화 "300"과 스파르타 (1)

 

원작이 만화이고 화면이 그래픽을 사용하여 좀 과장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감상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영화는 왕비와의 사랑이나 크세르크세스왕에 대한 묘사 등을 제외하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전개방식은 그리스와 페르시아 간의 사실상 최후의 전투 플라타이아 전투를 앞두고 스파르타의 딜리오스 장군이 레오니다스 왕의 전투와 죽음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시작하여 플라타이아 전투를 개시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딜리오스 장군이 회상하는 것은 기원전 4세기 경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왕 다리우스 1세의 아들 크세르크세스 왕이 그리스를 칩입한 제3차 페르시아 전쟁 이른바 테르모필레전투이다.

스파르타왕 레오니다스는 300명의 군사를 이끌고 출전하여 총 7000명의 그리스 연합군을 지휘하여 페르시아군을 막다가 300명의 부하들과 함께 전사한다는 이야기다.

 

스토리의 구조는 스파르타인들의 교육방식, 스파르타왕이 300명의 병사만 이끌고 전투에 참가하러간 경위, 스파르타군의 장열한 전투(주된 장면), 스파르타왕 부부의 애틋한 사랑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1) 스파르타식 교육방식

 

흔히 가혹하게 훈련시키는 것을 가리켜 "스파르타식"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레오니다스왕은 성인식을 치르기 위하여 한 밤중에 늑대와 홀로 맞서 살아남는다.
요즘 광고에 나오는 아프리카 흑인이 성인식으로 사자의 털을 자르기 위해 가위를 들고 접근하는 장면이 생각나고, 박세리가 담력을 키우기 위하여 밤중에 공동묘지에 갔다는 말은 현대적 변용이 아닐까?

 

왕은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말한다.
"훈련으로 흘리는 땀방울이 많을수록 전쟁에서 흘리는 피는 적어진다."
 
이렇게 단련된 정신력이 없다면 이 영화는 성립될 수 없다. 

 

2) 애틋한 사랑

 

왕비가 왕에게 말한다. "꼭 돌아와야해요! 시체로라도.."
그러며 목걸이를 건네준다.
영화 후반부 홀로 돌아온 딜리오스는 그 목걸이만 다시 건네준다.
어느 부분에서 더 가슴이 찡할까?

 

3) 왜 그는 300명만 데리고 갔는가?

 

스파르타는 도리아인이 원주민을 정복하여 세운 국가로 피정복민(헬로트, 페리오코이)과 시민으로 구성되었다.

정치에는 시민이 참여하는데, 동시에 시민은 군인으로 복무해야 한다.
정치구조는 2명의 왕과  28명으로 구성된 원로원이 있지만 실권은 5명의 에포로이(감독관)가 담당하였다.

시민보다 훨씬 많은 피정복민들의 통치를 위하여 리쿠르고스의 법률에 따라 개혁을 단행하여 스파르타식 교육과 군국주의가 탄생한 것이다.

이런 구조하에서 헤라클레스의 후손이라 일컬어지는 스파르타 왕도 마음대로 정사를 좌우할 수 없었다.
플루타크 영웅전에는 이런 일화가 전한다.
스파르타는 원칙적으로 공동식사를 하여야 하고 개인취사는 몇가지 예외 외에는 금지되어 있었다.
한번은 아테네군과 싸워 이기고 돌아온 아기스왕이 왕비와 단둘이 식사를 하고 싶어서 공동식당으로 사람을 보내어 자기 몫을 보내라고 하였으나 거절당할 정도 였다. 이일로 크게 화가 난 왕이 다음날 승전을 고하는 제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왕에게 벌금을 물렸다 한다.

왕의 위상이 이 정도다..

더구나 스파르타는 종교의식에도 철저하여 그 기간 중에는 일체의 대외활동은 물론 전쟁까지도 금하고 있었다.
영화에서는 여사제의 신탁이 전쟁을 금하는 것이었으나, 왕이 친위병 300명을 이끌고 개인적 여행을
핑계삼아 떠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어떤 책에서는 " 왕이 죽지 않으면 스파르타는 멸망한다."는 신탁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전에 페르시아와의 마라톤 전투 때에 스파르타가 종교행사를 이유로 참가하지 않았으며, 
 이번 전쟁에도 불참하여 폴리스들이 패배하면 피정복민이 많은 스파르타도 그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레오니다스왕이 타협책으로 자원자 300명을 뽑아 출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레오니다스 동상)

 

4) 스파르타군의 전투방식

 

출전 도중에 테스피아이인(Thespians) 700명과 합류한다.
영화에서 테스피아인들이 묻는다. "어째 고작 300명이냐?"
왕은 답변에 앞서 먼저 그들의 직업을 물으니, 농부,대장장이 등 제각각이다.
이어 돌아서서 스파르타 병사에게 묻는다 " 직업이 무엇인가?"
그러자, 일제히 외친다! "워리어!!"
그들은 직업군인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적은 숫자를 감출 수는 없다.

스파르타군을 포함하여 그리스군은 방패와 장창으로 무장한 보병의 밀집대형으로 고슴도치처럼 싸운다.
고슴도치를 정면으로 받아치면 다친다. 집게로 살짝 집어 던져야한다.


페르시아 장점은 기병과 궁병을 사용하는 전법이다.
그러니 아웃복싱대 인파이터의 대결..다시 비유하면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대결인데, 알리가 인파이
터인 조 프레이저에게 말려든 꼴이 되었다.

 

5) 테르모필레 협곡


(현재의 테르모필레 벽해쌍전이랄까..바다가 육지로..)


숫자의 부족은 지리적 이점으로 보충하는 것은 방어자들의 특권이다.
중국의 역사에서 낙양을 점령하기 위하여는 관문인 동관을 돌파하여야 하는데, 천험의 요새라 난공불
락이다.
고구려는 요동성과 안시성이라는 천혜의 요새를 활용하였다.
임진왜란 때 문경새재라는 지리적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충주 달천강에서 배수진을 쳤다가 전멸한
역사와도 비교된다.

 

하여간, 테르모필레는 군대의 숫적 우위를 살리기 어려운 협곡이다. 동쪽은 바다이고 서쪽은 벼랑이라 길은 겨우 전차 1대가 다닐 정도고 길이는 남북으로 3.2Km 정도 뻗어있으니, 대군이 있어도 소수의 병력으로 장사진을 형성하여 공격할 수 밖에 없다.
수수깡도 여러 개로 뭉치면 쉽게 꺽을 수 없다. 그러나 하나씩 준다면 식은 죽 먹기다.
그리스군은 장점을 최대로 살리고 페르시아군의 단점은 더 크게 부각되는 장소에서 페르시아는 고전
한다.

(분홍색이 우회로)


하지만, 돈이 해결해주었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데..
돈에 매수된 배신자 덕분에 우회길을 찾아서 300의 스파르타군(그전에 몇명 죽었겠지만..)을 포위하
고 페르시아의 장기인 "나비처럼 날아서 벌같이 쏘는" 활로 벌집를 만든 뒤에야 전투는 끝난다..

 

현대의 전투현장을 실감나게 체험하게 하는 영화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면, 고대의 전투현장을 실감나게 체험하게 해주는 영화가 이 영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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