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고 일본가기
배를 타고 일본 갔다 온다는 말을 여러번 듣다가 얼마전 "여몽연합군의 일본원정"이라는 책을 읽고 부쩍 호기심이 생겼다..그전부터 왜구..임진왜란..윤심덕..등등의 주제로 한일 사이의 현해탄에 관심이 있던터다..한 일 사이에 가로 놓인 바다가 보고 싶엇다..
배는 "코비호"라는 쾌속선..바다위에 2미터 정도 부상하여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린단다..
부산을 떠난 작은 배가 나는 듯이 달려 30여분에 대마도 인근을 지나더니 3시간만에 하카다(후쿠오카)에 도착하였다.
장마와 태풍기간임에도 택일이 좋았던게지..그야말로 순풍..잔잔한 바다..
여몽연합군의 쿠슈상륙 2일 째 몰아닥친 태풍으로 반토막 나고 퇴각한 사건이래 그 바람을 일본은 신풍(가미가제)라 한단다..
멀리 하카다항이 보인다.구슈의 제일의 도시 하카다(후쿠오카)..
옛지명이 하카다이고 그뒤 개칭된 이름이 후쿠오카라한다..
과거와 관련된 지명엔 하카다..새로이 개설된 것엔 후쿠오카가 붙는단다.
멀리 바라보이는 인상이 창과 방패라면 나만의 착각일까?
너무나 가까운 거리의 저 바다를 우리는 건너지 못하고, 건너오는 저들에게 당하기만 했을까?
하카타항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온천도시 배뿌로 달린다..
온종일 철도와 배 그리고 버스로 7시간을 달려 배뿌시 조금 못미친 유후인의 금린호에 도착하였다.
온천물과 민물이 교차하며 물안개로 유명하다는 호수는 평범한 연못이고, 유후인은 민예품상가가 밀집된 시골 마을이다..하지만, 배뿌로 가는 길목엔 들릴 수 밖에 없는 지리적 이점을 최대로 살려 관광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곳..
이정도 관광자원은 우리도 충분하다..영광, 담양과 비교해도 우리가 훨씬 개발가치기 크다..
유후인의 상가의 다양한 물건 중에 딸래미는 개구리 인형과 장식품에 홀딱 반했다..
난 유난히 부엉이 조각과 장식이 많이 눈에 띄어 가이드에게 물었더니,부엉이 우는 소리가 "푸, 푸"하는데, 그 발음이 복(福)자 발음과 비슷하여 복을 비는 장식으로 쓰인다고 한다.
일본 사람은 고양이도 복의 상징으로 여겨 고양이 장식품도 많았다..
학생들이 시험 전에 돈까스를 많이 먹는데, 승(勝)의 발음이 "가쓰"라 시험에서의 승리를 기원하는 뜻이란다.
7시간의 원정을 마무리하는 숙소가 구슈의 동쪽 끝..배뿌(別府) 시 그 중에서도 동쪽 해변에 있는 세이부(淸風)호텔..
방에 들어서니 망망대해가 벽화처럼 펼쳐진다..경치가 맘에 쏙드는 방..
호텔 저녁도 일본 정식으로 여자종업원이 일일히 서비스해주는 것이 여행중 제일 좋았던 저녁식사였다..
식사후 마침 배뿌 시내 여름 축제의 열기를 잠시 구경하고..해변으로 나서자..
아!! 공산 명월(空山 明月)..
"좋구나!"
온천물에 몸을 담구고 아사히 맥주 한잔에 다다미에 누워 잠이 들었다..
호텔방에서 눈을 떠서 밖을 보니 마침 동이 트기 시작한다..
어릴적 "동명일기"라는 수필에서 본 것 같은 장엄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자못 감동적이다..
하나의 해..하나의 배..하나의 새..
그대로 조화로운 선(禪)적 평화..
아마.. 저 바다는 태평양으로 주욱 이어졌으리라는 생각이 들고, 대양의 기운을 더 간직한 태양인듯 느껴지는 것은 사람의 간사한 마음 때문이겠지..
호텔을 떠나면서 엘레베이터 입구에 붙어있는 "일출을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탕" 사진을 보곤 아뿔사 하고 무릎을 쳤다..
바로 저것을 해봐야하는데..
배뿌에서 본 것은 달과 해..그리고 뜨거운 물 뿐이었는데..비워지는 한편 채워지는 이 느낌은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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