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향한다..큰배를 타고..

비행기로 가기 복잡해  부산 앞바다만 즐기다가 모처럼 인연이 닿은지라 물결치는 대로 바람부는 대로..떠났다..

 

 

제주에 도착하여 처음 간 곳..만덕기념관에서 반겨주는 동백아가씨..

서로 그리움에 지칠 사이는 아니지만 꽃잎은 여전히 빨갛게 멍이 들었소..

 

 

기념관을 말타고 먼산 보듯 지나쳐 나오다가 입구에 선 글씨에 필이 꽃힌다..

은광연세..누가 잘쓰긴 했는데 뭔 뜻이랴??

나중에 제주박물관에 들려서 비로소 알게 된다..

 

 

제주항 등대 뒷산 별도봉 산책코스로 갔다..

초입에 만나는 보림사의 개나리 처녀..

종달새 울제 이팔청춘 가슴에 불지를  봄바람.. 그 바람타고 온 누리에 노란색 가득하겠지..

 

 

내일의 올레 코스에 대비해서 오픈 경기라 생각해서 맛보기로 걷는다..

 

 

그런대로 바다 바라보며 걸으니 속이 툭터진다..

 

 

별도봉 정상에 올라 한라산에 문안 인사하고.. 다시 원점 회귀하여 가는 길..항구 옆 등대가 보인다...

 

 

제주박물관에 들럿다..설핏 지나치는 전시물 속에 눈에 띄는 글씨들..

멋들어진 청풍(淸風)..

 

 

여기 은광연세(恩光衍世)의 글씨를 다시 만난다..

역시 추사의 글씨..

은혜의 빛이 세상 널리 퍼지네..

추사가 귀양왔을 당시 김만덕은 이미 돌아가신뒤라 만나지는 못해도 흉년에 자신의 재산을 털어 제주도민을 구제했다는 미담을 듣고 어울리는 글씨를 남겼다..

 

 

제주 서귀포 출신의 소암 현중화가 쓴 예서체..

 

仰面靑天遠(앙면청천원)  올려다보면 앞에는 아득한 하늘,

夜鳥啼早秋(야조제조추)  밤새 이른 가을을 알리고

銀河花外轉(은하화외전)  꽃처럼 펼쳐진 은하수 사이로

時有一星流(시유일성류)  때때로 한줄기 별이 흐르네

 

 

귀양왔던 우암 송시열의 글씨도 만난다..

落盤踞雖(낙반거수)..

제갈공명의 무덤 앞에 있던 오래된 측백나무를 노래한 두보의 시 고백행(古柏行)의 한 귀절..

 

落落盤踞雖得地(낙낙반거수득지)  낙락히 살아 땅을 차지한다해도
冥冥孤高多烈風(명명고고다렬풍)  아득히 높아서 강한 바람이 많구나

 

제주도에는 때가 되면 고명한 분들이 타의로 찾아와 글씨도 남기고 역사의 흔적을 남기고 간다..

 

 

애월읍 숙소로 향하다가 해녀의 집에 들려 문어..갈치회..해삼..멍게와 쎄주 한잔..

숙소에 짐을 풀고 불이나케 바로 앞 바다로 나간다..

 

 

석양을 바라보면 16코스 일부를 걸어본다..

석양의 해녀는 물질 잘하고 한보따리 들고 나서는듯..

 

 

 

숙소에서 식사를 마치고 일몰을 감상하러 나왔더니..

해는 이미 잠수하고 붉은 여운만 가득하다..

바다는 뜨거운 것을 삼키고도 호호 불지도 않고 꿈적 않네..

 

 

다시 해변을 걸어 내일 걸을 올래일부를 걷다가 돌아와 수면용 폭탄주 서너잔 마시고 베낭베고 잠을 청한다.. 

오늘 밤엔 붉은 마음과 노란 마음 중에 어느 마음에 안겨 잠을 잘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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