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걷기에 나섰다..
이번에 서산 아라메길 1코스..용현계곡-마애삼존불-일락산-상왕산 개심사- 해미읍성 13km..
차에서 내려 몸을 풀고 바로 계단을 오르니 불이문이 나타난다..
불이문(不二門)..둘이 아닌 도리..
색과 공이 둘이 아니고 번뇌와 보리가 둘이 아니고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고 행복과 불행이 둘이 아니라는 말씀..
그 문을 통해 삼존불을 알현한다..
중앙에 현세를 주관하는 석가모니불..좌측엔 제화갈라보살입상..우측은 미래불인 미륵반가사유상..
천년의 미소를 머금고..
과거와 현재가 둘이 아니고..현재와 미래가 둘이 아니라는 가르침이라도..
예전에 찾아왔을 때 건물 속에 잇엇는데..지금은 원래 모습대로 노천에 서있다..
알현을 마치고 내려간다..
용현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보원사지 발굴공사 현장이다..
천년의 세월 속에 서잇는 석탑너머로 노란 봄볕이 찾아들고 있다..
일락산(日落山)을 오른다..호젓한 임도를 걸어 개심사로 향한다..
일락서산(日落西山)..해가 서산에 진다..하니 서산에 일락산이 있는 것은 당연하겟지..
서산에 해진다고 눈물겨워마시게..
日落西山月出東(일락서산월출동)..
해가 서산에 지면 달은 동산으로 오르더라.
일락산 쉼터에서 불소주와 막걸리로 취기까정 느끼고 걷다보니 어느덧 개심사..
안양루..현판이 눈에 가득..
안양..불교의 이상세계..아미타불의 정토를 이르는 말..
부석사의 안양루도 유명하다..
해탈문을 통해 바라본 대웅전..
해탈문의 기둥은 그야말로 해탈한 자유 그자체..
상왕산 개심사..현판..
위는 안양루 뒷편에 쓰인것..아래는 일주문에 쓰인것..
위 글씨는 해강 김규진의 글씨..고종 때의 서예가...최초의 어전 사진사..
아래 글씨는 구당 여원구의 글씨..
두 사람 다 코끼리 상자 쓸때 코끼리 코를 연상시키는 점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절마당 기와 불사에 쓴 글씨..
대하무성(大河無聲)..큰 강은 소리가 없다..
빈 깡통은 요란하지만 지구 돌아가는 소리 듣는 사람이 있다던가..
개심사 내려가는 길..장송이 로마의 열주처럼 아름다운 길이다..
점심은 절앞 식당에서 더덕구이백반으로 먹는다..물론 면천막걸리로 반주하면서..
밥먹다가 보니 JP의 글씨가 걸려있네..
천고지홍..하늘은 높고 땅은 넓고..
그옆엔 포대화상이 보따리를 메고 웃고잇다..
뚱뚱한 몸매에 웃는 얼굴..포대를 메고 다니다..아이들에게 주전부리 꺼내 주던..동양의 산타..
가르침을 청하면..포대를 내려 놓는다.."그대도 짐을 내려 놓게.."
그러나..우리는 점심을 마치자 마자..짐을 둘러매고 길을 걷는다..
나무다리을 건너고..
또 다리를 건너고..
황무지를 지나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아라는 바다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고..뫼는 산..
아라메길이란 바다와 산을 끼고 걷는 길이다..
내일 새처럼 나르는 자유를 꿈꾸지만..
오늘은 무작정 걷는다...
길을 잃는 사람이 없도록 남의 이정표 노릇을 하다보면..
언젠가 밝은 깨닭음과 마주할 날이 있을까??
봄이 오면 꽃은 절로 피어나듯..
우리의 삶도 꽃같은 시절을 거처가리라..
해미읍성으로 가는 여정의 막바지..
태종 때 아곳에 축성하기 전엔 가야산 넘어 덕산에 성이 있었는데..왜구의 노략을 근절할 의지로 이곳에 성을 쌓앗다..
당시에 이곳이 해안이 이었단다..
이순신 장군이 근무한 적도 잇다던 곳..
동문의 이름이 잠양루...잠양은 해미의 옛지명에서 따온 것..
해미읍성에서 간월도로 향한다..
밀물시간이라 간월암은 섬이 되었다..
간월암은 섬중의 섬인데 오늘 처음 그 현장을 본다..
거룻배에 따서 줄을 당겨 도선하는데..
썰물이 되어 배가 좌초한다..일행이 바다에 내려가 밀어 겨우 건너간다..
간월암..달을 보는 절..
무학대사가 이 암자에서 달을 바라보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현장..
서산대사는 닭우는 소리를 듣고 깨달앗다고 한다..
고승 중에는 대나무에 기왓장 부딛치는 소리에..뺨을 얻어 맞다가..꽃 향기를 맡다가..깨달음을 이루었다는 기연이 전하는데...
견문각지(見聞覺知)하는 가운데 길이 있음이라...
무학(無學)이란 더 배울 것이 없다는 의미이니 깨달음을 의미하는 것이겟지..배움이 없는 무식한 사람이란 뜻은 아닐터..
絶學無爲閑道人 不除妄想不求眞
더 배울 것 없어 할 일이 없는 한가로운 사람은 망상을 없애려 애쓰지 않고 참됨을 구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래서 불이문(不二門)에 들어갔다 한다..
간월암 너머의 망망한 바다..
이 간월암의 고요 속에서 둥근 달이 둥드렷이 돋아오를제 파도의 해조음을 들으며 참선하기 딱 좋으리라..
근세엔 수덕사의 만공이 이곳에서 수행한 적이 있다한다..
만공의 스승은 근세 불교의 중흥조 경허인데, 경허의 오도지는 해미 부근의 천장암이다..
이 부근 지역이 불교의 중심축이었다는..
간월암에서 나오니 썰물이 완연하여 거룻배 필요없이 징검다리로 바다를 건넌다..
눈앞에서 서해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이 벌어진다..
그래도 믿음이 약한 중생은 아무 생각없이 귀향만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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