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걷기에 나섰다..

금산 십이폭포 작년부터 벼르다가 오늘에야 나섰다..

일기예보에는 국지성 호우..비맞을 각오하고 나섯다..물오른 폭포가 보고 싶기에..

 

 

금산군 남이면 흑암리 모치마을..

차를 세울 즈음엔 햇빛이 쨍쨍..일기 예보만 믿다간 집에서 구들장 지고 누워 기상청 묙만 바가지로 했겠다..

 

 

구여운 징검다리를 건너고..

징검다리에서 만난 긴머리 소녀의 추억도 없건만 징검다리만 보면 이리 좋은지..

 

 

눈먼 아이처럼 귀먼 아이처럼  조심 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로 제법 물이 올랐다..

물이 오르는 것은 봄만이 아닌가 보다..

 

 

도라지도 물이 오르고..

 

 

길에도 물이 올라 잠겼다..

얼마나 좋은지 덮석 발부터 집어 넣고 부빈다..

 

 

깨소금 쏟아 질듯한 오늘..

깨꽃이 새초롬하니 깨송이도 영글어 간다..

 

 

돌담으로 둘러친 옥수수밭을 지나고..

요즘 대학 찰옥수수로 하모니카를 불면 끝내주는 시절이지..

 

 

길도 제법이다..

물고랑을 옆에 두고 장광설을 들으며 가는 길이 곰배령 못지 않네..

 

 

아늑한 오솔길은 하늘재도 시샘하고..

 

 

슬슬 끼가 발동한다..

계곡으로 덤성 덤성 들어가 애무하듯 살곰 살곰 요리 조리 발을 골라 디디며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한마리 연어처럼..

 

 

바위로 흐르는 물은 명경 위에 흐르는 듯 맑기 그지없다..

 

 

맑으면 고요해지고 고요해지면 밝아진다고 했던가..

맑은 물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마음이 밝아지는 이치는 아이같은 마음이 되어 잡념이 사라지니 마음이 명경처럼 가라앉아 그런것인지..

 

 

깊은 곳을 피해 가장자리로 걸어간다..

양 극단을 두두리면 중간이 드러나고 핵심에 접근한다고 한 분이 공자였던가..

 

 

그야말로 수선(水仙)놀음이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얼마를 걸었는지도 모른다..

과연 시간은 상대적이다..몰입한 시간은 능소 능대하니까..

 

 

저멀리 목포가 보인다..

숲 사이로 어른 거리는 흰 폭포는 광한루 건너편에서 그네타는 춘향이의 뷹은 치마보다 유혹적이리라..

 

 

용문폭포를 향해 도약하는 잉어의 심정으로 폭포에 다가간다..

 

 

포말이 진주보다 수정보다 더 아름답고 찬란하다..

 

 

멀리서 보는 이과수나 나이야가라보다..

가까이서 즐기며 희롱하는 이 작은 폭포가 사랑스럽다..

 

 

뒤 따라 오는 저 처자도 물 올랐다..

물에 넋이 나가 나르시스처럼 한참이나 쳐다본다..

 

 

요리 조리해서 폭포 밑으로 접근한다..

아담하면서 복근이 탄탄하고 가슴에 볼륨이 선명한 아름다운..내 스타일이다.. 

 

 

폭포 옆에 앉아 큰소리로 인사를 나눈다..

Hi !

시원한 물보라를 날려 물싸움을 걸어오네...엉 한번 놀아보자구?

 

 

이 이쁜 폭포는 요즘 트랜드를 따라서 피어싱도 하고 문신도 새겼네..

낙하(落河)..

이태백이 아니라도 여기에 서면 은하수가 떨어지는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疑是銀河落九天 (의시은하락구천)..  저 하늘 깊은 곳에서 은하수 쏟아지듯!

 

 

잠시동안 폭포와 합일되는 무쟁삼매를 느껴본다..

 

 

풍패(風佩)..바람을 두른 것 같다..

 

 

 

과연 시원한 바람이 냉기를 실어온다..

 

 

물길 걷는 재미..걸어 본 사람만이 알지..

 

 

 

운옥(雲玉)..폭포의 포말이 마치 옥과 같다..

 

 

 

운옥을 느껴보는 시간...

 

 

정과 동..고요와 소요..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함께한다..

 

 

와룡(渦龍)...소용돌이 치는용의 비상과 같다..

 

 

 

 

 

다시 등산로로 올라서 걷는다..

오붓한 이 길을 아껴서 걷는다..

 

 

모두들 그런 아끼는 마음을 모아 탑을 만들어 간다..

 

 

이 많은 표지들은 이곳이 명소임을 증명한다..

 

 

 

이곳에 앉아 오늘 계곡놀이를 마무리한다..

유난히 비가 많은 올해 계곡과 폭포는 제대로 필 받았다..

 

 

단, 계곡 걷기에는 복병이 있다..

내려오는 길에 뇌진탕으로 쓰러진 등산객을 운반하는 119대원을 만났다

미끄러져 다치지 않도록 안전..안전을 기해야한다..

 

 

다시 입구 도라지 밭에 내려왓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를 흥얼거리면서 문득 물이 오른 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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