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라갓다..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친구 혼사에 참석한다..
요즘 결혼식엔 딸들은 웃고 아빠들이 운다더니..
친구는 기둥뿌리가 빠지는데도 잘 참는다..
하긴 자수성가한 양가의 결합이니..기둥뿌리 빠질일은 없다..
산적같은 사위를 얻어 흐뭇한 친구를 축하하며 마신 와인의 취기에 세월의 무상함도 날리고..
이날 하동 악양으로의 걷기 여행에 불참하게 된 보상으로 인사동을 걷기로 햇다..
인사동에 도착하니..여기도 전통혼례가 시작되는 중이다..
이제 막 매파..아니 매미시들이 사주단자받는 절차를 진행하는 중이다..
인사동..무엇이든 골동품이 되고 돈으로 환산되는 곳..
부처님인들 피해갈 수 없다..
동행이 공갈빵이다..하여 사먹는데..공갈이 아니고...용알이 들었네..
인사동이 아프다..
정말 잡상인들의 거리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모든 것 웃습게 여기고 싶엇던 시절에 만들어진 호랑이도 웃기는 모습이다..
아직도 웃기는 세상이라 요즘 트렌드에 맞을지도..
오리가족은 어디서나 애뜻하다..
오리도 돼지 못지 않게 다산이다..사람이 평생 낳을 숫자를 한번에 낳으니..
한배에 나온 돼지 새끼들..명칭도 다양하지..
무녀리..첫째로 문열고 나와서 시원찮다..
으바리..12번째 쯤 되어 겨우 제 젖은 찾아 먹을 수 있는 넘
흐찌리..제젖도 못찾아 먹는 넘..
복작거리는 거리를 걷는 것은 활기를 얻는 길이다..
인생이 우울할 적에 갈 곳 3군데..
1. 병원 : 죽어나가는 사람을 보라..
2. 법정 : 묶여 나가는 사람을 보라..
3. 시장 : 소리지르는 사람을 보라..
여기가 유명하다는 쌈지길..
입구에 춘원의 시 애인이 있네..
임에게는 아까운 것이 없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이 마음
거기서 나는 보시를 배웠노라
임께 보이자고
애써 깨끗이 단장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지계를 배웠노라
임이 주시는 것이라면
때림이나 꾸지람이나 기쁘게 받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인욕을 배웠노라
자나 깨나 쉬일새 없이
임을 그리워하고 임 곁으로만 도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정진을 배웠노라
천하 하고 많은 사람이
오직 임만을 사모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선정을 배웠노라
내가 임의 품에 안길 때에
기쁨도 슬픔도 임과 나의 존재도 잊을 때에
거기서 나는 살바야(지혜)를 배웠노라
인제 알았노라
임은 이 몸께 바라밀을 가르치려고
짐짓 애인의 몸을 나툰 부처시라고
도심 한복판에 잡초 길을 걷는다..
생명이 없는 길에선 잡초도 대접을 받는다..
나는 물건보다 물건을 살피는 사람를 살핀다..
사람이 더 구경거리인 곳..
사람이든 자연이든..
정말 "생긴대로"고 "마음먹은대"로다..
이뻐! 이뻐! 하면 이쁘고, 미워! 미워! 하면 미운 것..
이런 이쁜 미끼에는 나도 걸리고 싶은 걸..
와우..내 사무실에 걸린 추사 글씨 여기서 만났네...
천하에 일등 사람은 충효하는 사람이요
세상에 중요한 두가지일은 밭갈고 책읽는 일이라네..
단정한 간판들..이것이 진정한 살아있는 오늘의 예술이다..
풀로 여치를 만드는 분도 있네...풀무치..여치..메뚜기..잊어버린 기억들..
안국역앞 횡단보도를 건너 풍문여고 골목으로 접어 들면 삼청동 가는 길이다..
길가의 여인도 우아하게...
간판은 겸손하게..웃도리 공작소..
그림은 유쾌하게..박명수도 떳네..호통치면서 돈 버는 기분은 어떤지..
슬쩍 북촌쪽으로 올라섰더니..
아..경복궁..인왕산이 늘어섰다..떠나온 서울에 항상 어른 거리던 인왕산이..
뽑으려고 하면 잡초아닌 것이 없고..
가꾸려고 하면 꽃아닌 것이 없다..
지난 60-80년대 그저 서구화만 추종할 때는 추하지 않은 우리 것이 없더만
좀 발전하여 세계를 둘러보더니 우리 것이 소중함을 알게되고, 소중함을 살려내니 한류로 뜨는 밑그림이 되더라는..
삼청동 낡은 건물 옥상도 단장하고 가꾸어 놓으니 제법 그럴 듯한 까페가 되고..
낡은 청계천도 살려 놓으니 효자가 되어...
이제 인사동, 삼청동, 종로, 청계천, 명동, 서울역..일대가 새로 부활햇다고나 할까?
강남으로 떠나던 사람들이 돌아왔다..
아니..외국인들이 엄청 돌아다닌다..
교가에나 들어있던 북악산..이렇게 지척에서 바라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세월은 유수인지, 화살인지, 모래알인지..빠르기도 하지..
내 결혼식에서 일편단심 부르던 것이 어제같은데..
오늘 친구딸 혼사에서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듣고..
북악산 바라보며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그리운 그 시절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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