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의 선 하나를 얻는 데 평생이 걸린다고 해 '득선(得線)의 경지'라고 표현했는데요.

"국악인 고 한만영 서울대 교수께서 30년쯤 전에 음악을 설명할 때, 음악의 소리는 서예의 선(획)과 같다고 표현했지요. 그분이 음악의 소리를 그렇게 설명한 것은 당시만 해도 서예가 대중에게 널리 퍼져 있고 격이 높은 예술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어요. 세월이 지나 서예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음악 오디오, 클래식 문화가 발전하다 보니 제가 거꾸로 득음의 경지에 비추어 득선의 경지를 표현한 겁니다."

서예에서 하나의 선은 '장사의 팔뚝' 같다고 하지요. 그 팔뚝에는 뼈도 있고 근육도 있고 살도 있어요. 꼭 필요한 것이 살아 있는 게 선이지요. 죽은 개구리나 뱀을 보면 새까맣게, 납작하게 땅에 붙어 있지만 산 뱀이나 개구리는 땅바닥에서 올라와요. 꿈틀거리고 살아 움직이면서 지면에서 떠 부풀어 올라오지요. 서예의 선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이걸 단숨에 표현하는 것이 명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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