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산 바래봉 철쭉을 보러 나섰다..

작년에도 기회가 있었으나 영원한 길꾼인 내게 땡기지 않았다..

하지만, 금년 봄 2주간을 동네에서 서성이다 보니 어디든 걷고 싶었다..

 

 

9시반 쯤 지리산 정령치 휴계소에 도착헸다..

여기는 철쭉이 반만 피었다..

 

 

이원규 시인의 시, 안치환의 노래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 반갑다..

이 노래에 세석평전의 철쭉이 나오는데, 최근에는 구상나무와의 세력다툼에 져서 명성이 퇴색하였고, 이제는 바래봉의 철쭉이 지리산을 대표한다..

  

 

지리산 연봉이 도열하여 환영해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정령치가 1100미터, 고리봉이 1300미터 정도라 슬슬 올라가기 시작하는 것은 별불만이 없었다..

 

 

정령치를 넘어가는 지리산 차길이 실타래처럼 보인다..

만복대도 보이고..

 

 

 

 

 

열심히 고리봉에 올랏다..

 

 

참철쭉이 이쁘게 피엇다..

 

 

 

 

군몽일개..여러 꽃 몽오리 중 1개만 피었다.. 

 

 

원래 도보안내 댓글에 고리봉만 올라서면 그뒤부터는 자동으로 내려가는 길이라고 해서 룰루랄라 길인 줄 알았는데..

웬걸 이거 봐라..

오르락 내리락..마치 유격훈련장같다..

어느 분이 세보니 정령치-팔랑치 사이에 22번이나 업다운이 있었단다..

 

 

 

저멀리 팔랑치-바래봉 사이의 철쭉 군락이 보인다..

 

 

그런데, 슬슬 허벅지에 경련이 나려고 한다..스틱 1개는 부러지고, 강풍에 모자가 날라가서 동행이 비탈을 내려가 주워오고..

악재가 몰린다..

 

세동치 지나 점심을 먹으면서 아스피린도 얻어 먹고..철쭉 칼라의 와인도 한잔하고 원기를 보충..

 

 

요런 철쭉이 좋다..

마치 요 칼라의 한복을 차려입고 사군자를 그리고 왕희지체로 시제를 써넣는 정갈한 미인을 연상시키지 않는가? 

원래 요거이 철쭉인데, 사람들이 화려한 산철쭉을 좋아하다보니..요즘은 산철쭉이 철쭉을 대표하니...

요 철쭉을 참철쭉이라고 불러야 구별되는 판이다..

마치 외가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고, 친가는 친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세태와 닮앗다..

 

 

동행과 농담하기를, 서방이 아무리 힘들게 해도 이 길보다야 힘들겠나..

더 힘들다면 이 산길에 여자들로 북적거리겠나..하고 희희덕 거리는데..

 

과연, 지나가는 경상도 아줌마 말씀이 압권이다..

"서방이 이 길처럼 힘들었으면 진작에 끝냈어.." 

 

 

 

이 좁은 산길에 뒤에서 추월하며 뛰어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

충청도 유머로 응수한다..

"아 그렇게 급하면 어제 오지 그랬슈~"

"나도 젊을 적엔 소주병 이빨로 따고 산도 뛰어내려갔는디.. 그게 다 업보여...이빨은 얼먹고, 다리는 인대 다치고..."

 

더구나 앞에서도 사람이 올라오니 이 좁은 산길에 트래픽이 심하다..

 

 

 

오늘 새로운 꽃을 만났다..병꽃.. 처음에는 황록색으로 피지만 나중에는 붉은색으로 변한다.

 

 

"까칠한 서방 같은 길"이 끝나자 김수현같은 꽃길이 시작된다..

팔랑치 철쭉 군락지를 만났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겁다..

 

 

 

 

 

푸른 지리산 능선에 기대서니 철쭉이 더 붉다..

 

 

저 아래 운봉 황산벌이 펼쳐진다.. 

 

 

 

내 마음에 핀 꽃은 보지 못하고 지리산에 핀 꽃만 찾는 것은 아닌가?

 

 

걷고 걷는 것은 축복이다..

걷다보면 꽃도 보고..쇠나무 같은 마음에도 꽃이 피겠지..

 

 

 

 

 

여기 까지 찍고 나서 카메라가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인다..

사진들이 사라졌다..황당한 상황..

다 포기하고 다시 부랴 부랴 몇장을 찍었다..

 

 

 

 

 

 

 

 

 

바래봉은 오르지 않고 팔랑치에서 산덕마을로 내려간다..

 

 

 

 

하산 직전 계곡에 발을 담그니 얼음물처럼 차다..

 

 

 

<오늘 걷기> 정령치 - 고리봉 - 세걸산 - 세동치 - 부운치 - 팔랑치 - 산덕마을 약 11KM

 

사라졌다고 포기한 사진이 담날 새벽 컴터에 연결하자 기적처럼 나타났다..

아스피린 먹고 멘소래담 바르고 온몸을 밟게하고 푹 자고나니 몸도 살아났다..

지리산 꽃과 함께 죽었다 살아난 기적 같은 날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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