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무장사지이야기를 듣고 꼭 한번 걸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삼국통일후 무기와 투구를 이 골짜기에 숨겼다하여 무장사라는 절 이름이 생겼다는 곳..

암곡을 따라가는 길이 으슥하며 신령스런 기운이 감돈다는 느낌을 풍기던 이미지..

드디어 추석연후 기간에 그 길을 걸었다..

 

 

암곡동에 도착하니 선덕여왕이 반가이 맞아준다..

 

 

 

 

 

가을의 나른함을 느끼게 해주는 잠자리..

 

 

개울을 건너면 차량통제하는 입구에 다다른다..

본격적인 흙길이 시작된다..

 

 

 

 

계곡을 끼고 걷는 흙길은 엣사람의 표현대로 그윽하고 유유하다..

더이상의 수사는 사치고 입발림이다..

그저 걸으며 만끽하라..

 

 

 

 

 

 

 

마음이 길을 만드네

그리움의 마음이 없다면

누가 길을 만들고

그 길 지도위에 새겨 놓으리

...

사랑아, 너는 어디에 숨어 나를 부르는지

마음이 앞서 길을 만드네

그 길 따라 내가 가네.

 

- 정일근, 길 -

 

 

 

 

 

 

낙석으로 출입 금지된 계곡을 우회하자 홀연 무장사터가 나타났다..

무장사는 38대 원성왕의 아버지 김효양(명덕대왕으로 추존)이 건립하였다..

무열왕계인 혜공왕 말년 김치정의 반란이 일어나자 다시 실력자 김양상과 김경신이 이를 진압하면서 혜공왕을 살해하고

김양상이 선덕왕으로 등극하고, 이어 진짜 실력자 김양상이 북천의 범람을 핑계삼아 무열왕계 김주원의 등극을 저지하고 자신이 왕위에 오르니 이사람이 원성왕이다..

이 사람은 내물왕계로 왕이 되자 자신의 조부, 아버지를 왕으로 추존하는데, 무장사는 원성왕이 추존한 아버지가 숙부를 위해 세운 절이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무장사 미타전 건립 설화가 전해지는데..

한 노승이 꿈에 현몽한 터에 미타전을 지었는데,  바위가 우뚝 솟고 냇물이 거세게 흐르는 곳에 터를 닦아 지었는데, 심령스러운 터라고 하였단다..

걸어오면서 그런 곳을 많이 보았다.. 

 

 

 

원성왕은 독서삼품과를 시행하는 등 신라의 세조 같은 존재로 보인다..괘릉이 그의 무덤이다..

그이후 신라의 김씨왕은 모두 그의 후손들로 이어진다..

 

그의 손자가 소성왕이다..그러나 재위 1년만에 죽는다..

그러자 그의 부인 계화왕후가 매우 슬퍼하여 아미타불을 조성하고 전각을 세워 명복을 빌엇다..

소성왕의 이른 죽음으로 13세의 아들이 애장왕으로 등극하는데, 그는 재위 10년에 섭정이던 숙부 김언승(헌덕왕)에게 살해당한다..

그러니 저 사적비는 남편을 일찍 잃고 아들이 비명횡사한 계화왕후의 허망한 마음을 잘 알고 있으리라.. 

 

 

 

 

 

무장사지에서 2km 정도 걸어 억새평원에 도착햇다..

아직 억새꽃은 피지 않고 햇살만 작열한다..

하여 무장산 등반을 포기하고 다시 계곡을 걸어 돌아오다가 물좋은 계곡에 발을 담그고 가는 여름을 환송한다..

발이 얼얼하면서도 피로가 싹 가신다..

 

 

 

 

 

오늘 무장사에서 몰락해가는 신라 하대 왕실의 단면을 본다..

영고성쇠..성주괴공..제행무상 아니더냐..

지금의 이시대는 어느 곳에 있는고?

 

 

 

<오늘 걷기> 암곡 주차장 - 무장사지 삼층석탑 - 억새평원, 원점회귀 약 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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