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피아골 단풍 걷기에 나섰다...
새벽 5시 15분 대전을 출발..
8시 30분경 성삼재 주차장에 버스로는 1착..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른다..
노고단 고개에서 노고단 정상에 오르는 것은 사전 예약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미리 10시 30분 단체예약을 했다..
그러나, 사전 예약때문에 그 시간에 맞추려다 보니 천천히 올라가야 했다는 거..
그러나 보니 정작 피아골에서는 시간이 촉박하여 제데로 쉬지도 못하는 패착..
목적이 피아골 단풍이라면 노고단 정상을 가는 것은 과감히 생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리산 능선은 안개를 이불 삼아 늦잠을 즐기고 있다..
노고단에 오르는 길은 이미 단풍이 다 지고 늦가을 풍경이다..
노고단 고개에 도착하여 일행이 노고단 정상을 향해 부리나케 가는데..나는 어슬렁 거리며 따라 가는 척만 했다..
내일도 지리산 둘레길을 예약했기에 오늘은 피아골 단풍에만 집중하려고 체력을 비축하려는 이유다..
그저 멀리서 노고단과 눈도장을 찍고 돌아선다..
노고단 고개를 통과하여 지리산 종주 길을 걷는 것은 처음이다..
의외로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베테랑에게 물어보니 종주길 중에서 제일 편한 길이란다..
저멀리 노고단이 보인다..
우리는 돼지령을 지나 피아골 삼거리에서 피아골로 하산할 예정이다..
슬슬 단풍이 나타난다..
기대만발..
그런데, 피아골에서 올라온 길손이 너무 기대하지 말란다..
드디어 피아골 삼거리에서 지리한 급경사 내리막의 시작..
사진빨은 좋다..
실제로는 단풍이 멀리..그리고 군데 군데 산재하여 화려한 단풍 군락을 기대하였던 수준에는 못미친다..
금년 가뭄탓인지..때가 아직 이른 건지..
단풍이 명품이 되려면 볼륨과 집중도가 높아야 한다..
군데 군데 반겨주는 붉음..
특히 피아골 급경사 내리막 길에서 발 딛는 돌에 집중하면 단풍이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설악산 단풍 구경가서 앞 사람 뒷통수만 보고 오는 격이다..
더구나 피아골 좁은 등산로에 내려가는 사람과 올라오는 사람이 엇갈리는 가운데..앞 사람 추월하는 사람까지 엉키니 교통트래픽까정 생긴다..
에베레스트라면 다 디지는디..ㅎ
피아골 대피소에 도착..
밥먹는 사람으로 인산 인해..겨우 구석팅이 얻어 점심식사..
또 내려간다..
총13km 구간 중 9km 구간이 내리막인데 그중 절반이 급경사 구간이라 다리가 아프다..
처음 나온 젊은 총각은 나중에 무릎이 아파 쩔룩 거려서 아스피린 먹이고 진통제 발라주고..
계곡이 나타나면 여유를 가지고 계곡물에 발도 식히고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귀가 버스시간에 쫓겨 마음에 여유가 없다..
그래도 틈틈히 눈을 붉히게 만드는 단풍이 있어 행복하다..
단풍이란 인생으로 치면 황혼..시간으로 치면 저녁 노을..
인간들은 왜 나무들의 황혼에는 열광하면서 자신들의 황혼에는 우울해 하는지..
나무는 단풍으로 물들이고 낙엽이 지면서 스스로 구조조정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모든 지출을 줄이고 내핍한다..
불경기가 바닥을 치고 경기가 상승하는 봄이 오면 부활한다..
그린 매직..초록의 향연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는 황혼을 즐기고 부활을 꿈꾸는가?
산이 붉고 물도 붉고 사람도 붉다는 삼홍(三紅)의 피아골 단풍.
가뭄 속, 없는 살림에 밀려오는 길손을 섭섭치 않게 대접하려는 단풍의 성의가 붉으니
물도, 사람도 저절로 붉어 지더라..
단풍보다 더 붉은 옷을 입은 길손아! 단풍을 탓하지 마라..
단풍은 해마다 찾아오는 길손들의 붉은 행렬 보는 재미로 사느니..ㅎ
아무리 바빠도 좀 쉬어야 겠다..
임진왜란 때도 싸우면서 애 낳고 살았고, 6.25 전쟁통에도 연애할 놈은 다하고 살았다..
계곡에 발을 담그니 겨울의 예고가 느껴진다..
그바람에 발의 피로가 가신다..
직전마을에서 연곡사 까지 2.5km의 포장길에 마을 버스 놓친 것이 그렇게 후회될 수 없다..
피아골 단풍..무릎의 통증으로 새겨져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오늘 걷기> 지리산 성삼재 주차장 - 노고단 대피소 - 노고단 고개 - 돼지령 - 피아골 삼거리 - 피아골 대피소 - 삼홍소 - 포고막터 - 직전마을 - 연곡사 약 1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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