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40주년 행사에 갔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정문은 변함이 없다..
어느 겨울 눈이 가득 쌓인 날..교문앞 비탈 길에서 좌악 미끄러졌던 기억..
바로 길 건너 우리들 아지트 였던 "가정집'을 찾아 보았다..
골목 분위기는 여전히 비슷한데..
40년전의 주점이 있을리 없다..
그자리에 다른 식당이 있으나, 우리의 주메뉴 였던 "해물잡탕"은 없네..ㅎ
우리가 당가라고 불렀던 진주난봉가를 녹음하던 주인 아저씨도 어디선가 행복하게 사시겠지..
울도 담도 없는 집에 시집 살이 삼 년 만에
시어머님 하시는 말씀, 얘야 아가 며늘 아가,
진주 낭군 오실터이니 진주 남강 빨래 가라
진주 남강 빨래 가니 산도 좋고 물도 좋아.
우당탕탕 두둘기는데 난데없는 말굽소리
곁눈으로 흘긋보니
하늘 같은 갓을 쓰고 구름 같은 말을 타고 못 본 듯이 지나드라.
.........
기생축첩 삼년이요, 조강지처 백년인데,
네 이럴줄 내 몰랐구나 사랑사랑 내사랑아
그래도 개발이 덜된 이 골목길에선 그 시절 하숙집 골목의 채취를 느낀다..
대운동장은 포장된지 오래고 그 지하는 주차장이라니..ㅎ
처음 입학 시험보러 시골서 올라 왔을 때, 스크럼짜고 운동장을 돌면서 교가를 부르던 배재고 애들 땜에 기죽엇던 기억이 스물 스물..
그리고 저 석탑의 건물을 보고 꼭 합격해야겠다고 맘 먹었었지..
본관 건물 과 발랄한 학생들이 딱 어울린다..
역시 대학은 청춘과 자유와 어울린다..
우리가 공부하던 본관 301호 건물은 여전하다...
언젠가 시험을 보는데,
뒤에서 시험 감독하는 교수님 소리가 들렸다..
"야, 이놈아, 너는 왜 가만히 있어?"
"저는 운동 선수데요?"
" 그래? 그러면 공이라도 크게 그려야지. 이넘아!"
그 바람에 시험보다 말고 배꼽을 잡았다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이곳 잔디밭에 누워 하늘 바라보던 생각이 간절했지..
신관 도서관..내인생이 새로 디자인 되던 곳에서 잠벗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본관 뒤통수는 40년전이나 지금이 똑같다..
방배동 전세집 작은 방에 결혼 기념으로 받아 걸어 놓았던 탁본의 원문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자유! 너 영원한 활화산이여!"
지금도 내 피속에 흐른다..
기념식이 열리는 화정체육관으로 가는 길에서 보는 풍경은 쌍전벽해 아니 거성(巨城)이라고 해야 맞으리..
여흥행사 중에 그 시절 내 18번이 흘러나온다...
기분 좋게 막걸리 두순배하니 얼굴엔 금방 단풍이 든다..
"나에게 넌, 너에게 난
해질녁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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