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리산 둘레길 18구간을 걷는다..
버스의 주유구에 이녀석은 왜 그러는 걸까요?
마지막 글을 읽으면 이해도 못할 바도 아니다..ㅎ
버스는 출발지 구례 석주관에 도착한다..
1597년 7월 15일 거제 칠천량에서 원균이 이끄는 조선수군이 궤멸되었다..
조정에서는 8월 3일 이순신을 삼도수군 통제사에 재임명한다..그날 이순신은 수군 재건에 나서 석주관성에 들렀다가 구레읍으로 간다..
석주관에서 구례현감으로부터 왜군 10만대군이 섬진강을 따라 구례방면으로 진군한다는 전황을 보고받는다..
이순신이 떠나고 곧이어 왜군이 들이 닥쳐 구례현감 이원춘이 석주관성을 방어하다가 남원으로 후퇴..남원성 함락시 전사..
그뒤 구례 의병장 왕득인 등이 거병하여 1000여 의병과 화엄사 승병 150여명 등이 전사하였다..
하지만, 이순신장군이 전라도를 남하하면서 수군을 정비하여 명량에서 왜선을 대파함으로써 석주관과 남원성의 원한을 반이라도 풀고 서해로 해서 한양에 이르려는 저들의 야욕을 꺽었다..
위 무덤이 지도자급 7명의 무덤이다..
7의사란 표현만 쓰고 기릴 뿐 기타 전사한 의병이나 승군을 기리는 공간은 없음이 아쉽다..
短壘荒碑山雨綠(단루황비산우록) 옛 진터 거친 비석엔 산 비 내려 푸르고
崩沙斷戟士花腥(붕사단극토화성) 무너진 모래 부러진 창 끝 곰팽이 비린내만 나는구나..
석주관 성 옆으로 올라 둘레길을 찾아간다..
일행들이 한마디 한다..
여기 산신령님은 와인을 좋아하시나보다..ㅎ
수풀 사이로 섬진강이 보인다..
요넘은 지난번 지리산 둘레길 갈 때 길 안내한다고 따라다니던 녀석인데..
또 따라 나설까봐 멀리서 주인이 부른다..
숲속 정자에 수박화채해놓고 술 드시던 분들이 한잔을 권한다..
감사히 받아 먹는다..ㅎ
황도 복숭아, 자두가 익어가고..
파꽃도 피었다..
우리가 꿈꾸던 납골묘를 보니 돌아가신 형님 생각이 난다..
점심에 지고간 삼겹살에 소주에 얼클한 기분으로 걷는다..
취보몽도(醉步夢道)..
취흥이 도도하여 꿈결 같이 걷는다..
마치 취음 선생 백낙천이 즐기는 방식처럼..
그는 만년에 "가마 좌우에 술병을 걸어 놓고 산수를 유람하면서 거문고 타고 술 마시며 흥이 다할 때까지 즐기다가 돌아오는 생활"을 즐겼다..
그에게 물었다..너무 지나치지 않습니까?
"본래 사람의 개성이란 중립적이기 어려운 법이니,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게 있게 마련이다.
만약 불행히도 내가 재물만 탐하여 부자가 되어 쓸 줄 몰랐다면 화를 초래해 생명마저 위험해졌을 것이다.
또 만약 불행히도 내가 도박에 빠져 파산했다면 처자식이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을 것이다.
또 만약 불행히도 내가 연단술에 빠졌다면 결국 아무 소득도 없이 다른 일을 그르쳤을 것이다.
지금 내가 이런 것들에 빠지지 않고 술과 시에 만족하며 맘대로 지내는 게 훨씬 낫지 않느냐?”
그가 요즘에 태어났다면 당연히 걷기가 들어갔겠지.. ㅎ
멀리 토지면 오미마을 들판이 보인다..
기생초와 희희덕 거리다가 석간정의 물로 시원하게 손을 씻고 도라지 꽃을 보며 내죽마을 골목을 내닫는다..
오미수퍼에서 점빵도보 개시..아이스께끼 입에 물고 맥주 한잔 들이키고..
접시꽃 당신은 출세해서 장관이 되었으니
능소화는 총리해도 되겠다..
부자동네에 못자리는 군대가 심었나, 기하 선생이 심었나, 줄이 반듯하다..
경상도 최부자에 쌍벽을 이룬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라도 부자 운조루 구경은 왕년에 해서 생략한다..
이 동네가 금환낙지..금가락지가 떨어진 동네란다..
내처 고개를 숙이고 걸어다녀도 금가락지 보이지 않네..ㅎ
석류꽃 붉은 오미리 들판이 금가락지였으리..
그러니 고생한 삽자루가 마치 전몰한 군인의 비목처럼 서있는게지..
정산서다방의 메뉴판은 새참하기도 하지...
삼락당..
삼락(三樂)이란 무엇인가?
공자는 공부(학이시습), 친구, 수양을 꼽고
맹자는 가족간의 화목, 양심, 인재 양성을 꼽는다..
에피쿠로스는 우정, 자유, 사색을 꼽았다..
나는 공부, 자적, 걷기를 꼽겠다..
이백의 봉황대 시가 보인다..
鳳凰臺上鳳凰遊 봉황대상봉황유
鳳去臺空江自流 봉거대공강자류
吳宮花草埋幽徑 오궁화초매유경
晉代衣冠成古丘 진대의관성고구
三山般落靑天外 삼산반락청천외
二水中分白露州 이수중분백로주
總爲浮雲能蔽日 총위부운능폐일
長安不見使人愁 장안불견사인수
봉황대 위에 봉황이 노닐었다더니,
봉황은 가고 텅 빈 누대 아래 강물만 흐르네.
오나라 궁궐의 화초는 오솔길을 덮었고,
진나라때 의관도 옛언덕을 이루었네.
세봉우리는 푸른 하늘 밖으로 반쯤 걸렸고,
두갈래 강물은 백로주를 가운데로 나뉘었네.
모든 것이 뜬구름같아 해를 가렸으니,
장안이 보이지 않아 사람을 시름겹게 하네.
화위기당..화목함을 귀하게 여기는 방..
수석송죽월..고산 유선도의 시조가 해설처럼 써있다..
이 집에 유불선이 다 잇다..
불교의 대표는 누구인가? 진묵대사의 시다..
천금지석산위침(天衾地席山爲枕)
월촉운병해작준(月燭雲屛海酢樽)
대취거연잉기무(大醉遽然仍起舞)
각혐장축괘곤륜(却嫌長軸挂崑崙) 挂=掛[걸 괘]
하늘은 이불, 땅은 자리, 산을 베개 삼고,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를 술통 삼았으니
대취하여 거연히 일어나 춤을 추려는데
긴 소매자락이 곤륜산에 걸릴까 걱정이구나...
포은 정몽주의 시도 있다..
報國無效老書生 보국무효노서생
喫茶或癖無世情 끽다혹벽무세정
幽齊獨臥風雪夜 유제독와풍설야
愛聽石鼎松風聲 애청석정송풍성
나라를 위해 애썼으나 공이 없는 늙은 서생
차 마시기 버릇되고 세상은 무정해라
눈보라 몰아치는 밤 그윽한 서재에 홀로 누워
즐겨 듣는 것은 돌 솥 솔 바람 소리..
이 곡전재가 금환낙지 중에서 여성 음부에 해당하는 곳이라 담을 금가락지 모양으로 높이 싸서 그 기운을 보호하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글머리의 타고온 버스의 그림이 오늘을 예언하는 듯하다..
<오늘 걷기> 구례 석주관 - 송정계곡 - 파도마을 - 내죽마을 - 하죽마을 - 오미마을 - 운조루 - 곡전재 약 1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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