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단풍 구경에 나섰다..

몇십년전에 갔을 때도 차와 사람에 치어 고생한 기억과 실제 단풍이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는 기억만 남아..

다시 추억을 업그레이드 하기로 했다..



버스가 정읍에 들어와 삼거리에 이르자, 누군가 좌측 구도로로 가라고 조언한다..

호수를 끼고 엉금 엉금 기어  4주차장에 하차...

다리건너 왼쪽 산길로 접어들면 서래봉, 불출봉 올라가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주차장 입구에서 셔틀버스 타려는 인파를 떠나도 호젓한 산길은 아니다..

각종 산악회 인원이 줄을 이어 오른다.. 



1.3km의 오르막길에서 몇번을 쉬며 숨을 고르는지 모른다..

뒤를 돌아보니 호수가 눈에 가득하다..

그러나, 쉼엄 쉬엄가도 오르막은 끝나기 마련이다..

임도 삼거리에서 우측 불출봉 길로 향한다..



불출봉으로 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능선에서 뒤돌아보면 서래봉과 뭇능선이 즐비하고..



우측 아래로 원적계곡 끝자락 산속에 내장사가 내장되어있다..




좌측을 보면 내장호수 옆 4,5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



저리 많은 차가 가득찼는데도 저 아래 호수 길에는 엉금 엉금 기는 차량들이 줄을 이어 들어온다..

성묘차량이라도 저리 오겠는가?

단풍이 조상보다 위대하다..




내장산 능선에 서면 단풍은 안보여도 푸른 능선에 눈을 씻고 내려가면 단풍이 더 붉게 보일 거라는 속삭임이 들린다..




불출봉에서 북쪽을 보면 까치봉과 신선봉 등줄기가 억세게 보인다..

불출봉??

절벽아래 불출암 터 석굴 속에서 부처가 나왔다고 해서 불출(佛出)봉이다..



불출봉에서 바로 내려서서 불출암터를 지나 원적암으로 내려간다..



서서히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원적암 삼거리에서 벽련암 길로 잠시 들렀다..

벽련암 가는 길이 호젓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잇어서..



그러나, 시간관계상 이내 돌아선다..

오늘은 단풍에 집중해야한다..









내장사에 이르자, 석양에 비친 붉은 단풍이 불타는듯하다..

뒤편으로 푸른 연기가 오르자, 정말 실제상황으로 착각하겠다..





너무나 붉은 빛깔에 왜 문득 "허무한 그날"이라는 노래가 생각날까?


단풍잎 품안에 가득히 안고

텅빈 우리의 방앞에 서서

이것이 마지막 이별인 것을

떨리는 눈으로 알아버렸네

단풍잎은 산산히 흩어져 내리고

서늘한 바람이 가슴에 이내


https://youtu.be/VuxxKG_KQtI


개울에도 붉은 빛이 비친다..






일중 선생이 쓴 내장사..

산속 깊은 곳에 심장에서 쏟아져 나온 붉음이 내장되어 있었다..







정혜루..

선과 지혜의 문을 지나면 붉음이 기다린다..

부처님이 붉은 단풍잎을 내밀었다..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잠시 머물다 발걸음을 실록 길로 향한다..

용굴 - 까치봉 -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참봉 오희길이 실록과 어진을 이곳 용굴로 피신시켯다..

날리통에 다른 3곳의 조선왕조실록은 불탔으나, 이곳 실록이 살아남아 후세에 세계적인 기록유산으로 남게 되었다..

위기 속에서도 제몫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역사는 빛난다..




중간에 만난 내장산 단풍나무의 어머니격..

이 나무 바라보며 붉은 와인으로 얼굴에 단청공양을 올린다..

더욱 붉어지는 단풍이여~



하지만, 시간제약으로 중간에 돌아설 밖에..

아쉬움은 박종인의 땅의 역사 내장산 편으로 달래야지..






멋을 아는 붉은 남녀가 붉은 아치 아래 단풍같은 황혼의 인생을 즐기고 잇다..



서래봉은 푸른 하늘을 갈아 구름농사를 짓는가?

붉은 저고리 입은 처자가 서래질 끝나길 기다린다..








돌아가는 길..

단풍 한 조각을 달고 가는 여인에게서 아쉬움이 흘러 넘친다..






복 중에 복은 인연복이라..

금년 단풍 인연복도 그리 나쁘지 않네..



일주문 밖에서  2km 거리의 탐방지원센터까지 단풍터널을 걸어가야 하는데..

동행이 1000원 짜리 셔틀 버스를 타야한다고 우겨서 멋도 모르고 탓다가 후회한다...








일주문밖 1000원짜리 셔틀버스는  단풍터널을 미련없이 지나가 탐방지원센터 입구에 내려놓는다..

여기서 조금 걸어내려가 무료 셔틀버스를 타야 아침에 도착한 제4주차장까지 갈 수있다..




아쉬움에 자꾸 돌아본다..

한 줌 붉음이 앞을 가린다..




이 긴 줄도 셔틀 몇대가 오니 금방 사라진다..



제4주차장에서 버스를 찾아 헤멘다..

내장산 서래봉이  미소짓는다..

해마다 이런 꼴 하도 많이 봤단다.내년엔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란다..



<오늘 걷기 내장산 제4주차장 - 등산로 - 서래삼거리 - 불출봉 - 원적암 - 내장사 - 실록길 (조금 왕복) - 일주문 - 셔틀버스 약 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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