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딱히 일출을 봐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전날 드림메이커로 부터 날씨가 오후에 흐려지니 일찍 천왕봉 가는게 좋겟다는 메시지를 받고, 이왕이면 일출을 보자고 작정한다..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하려고 햇는데, 새벽 4시쯤 지나자 벌써 떠나는 사람들이 있어서 더이상 잘 수도 없었다..
잠 못이루는 사람에게 밤이 길듯이
일출보러 가는 사람에게 발 밑은 더욱 어둡다..
멀리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능선의 실루엣 사이로 보석처럼 박힌 헤드랜턴의 행렬들..
여명 사이로 웬 신조가 날아와 앉아 길을 안내한다..
참 길상이로고..
멀리 천왕봉 위에 선 사람들이 보인다..
일출을 기다리는 마음..
밝음을 기다리는 마음..
밝음은 선(善)에 가깝다..
그런데, 우리는 그 밝음 앞에서 복을 빈다..
일출을 찍는 마음은 미(美)에 가깝다..
밝음을 통해 우리는 진, 선, 미에 다가가고 도(道)에 이른다..
천왕봉..
불교의 비로자나불에서 나온 것이다..
비로자나불은 대일(大日)여래를 말하니 즉 큰 광명, 태양이다..
그러니 천왕봉에서 보는 일출은 진실되다..
큰 광명을 손안에 소중히 받아든다..
그러면 가슴 속에서도 태양이 떠오를까?
크나큰 광명이 지리산 능선을 깨우기 시작한다..
푸른 연꽃을 피우며 피어나는 능선들..
여기서 이런 노래를 들어야 한다..
나는 나여만 해,
나는 나여만 한다고..
내가 나인 것 말고 뭐가 또 내가 될 수 있을까?
난 제대로 살아가고 싶어, 단지 생존하는데 급급하지 않고
이제 가을은 끝났다..
동장군의 척후가 벌써 다다랗다..
밑에서 보면 구름 덮힌 여기가 선계로 보이더니
여기서 보니 구름 깔린 저기가 선계로 보이네..
그래서 환웅이 신단수 아래로 내려왓으리..
통천문을 지나니 이제부터 하계렷다..
제석봉에서 뭇 능선의 사열을 받는 저분은 지리산신 호위대장 기세로다..
제석봉에서 천왕봉을 바라본다..
이정도 거리에서야 진면목이 보인다..
천섬들어가는 큰종을 보소서
크게 치지않으면 소리가 없다오
어떻게 해야 두류산 처럼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까?
남명선생의 호연지기가 느껴지는 거리다..
내려가는 길...
소리가 들린다..
"갈테면 가지, 왜 돌아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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