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을 2번이나 돌았는데, 정작 천왕봉은 올라간 일도 없고, 올라갈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남미 파타고니아 원정대가 조직되면서 첫모임을 당일치기 천왕봉 등정으로 잡았다.
그래서 따라 가는 척하다가 중간에서 돌아올 생각을 하면서 툴툴거렸더니, 드림메이커 귀에 들어갔는지
슬며시 B조 4명에게 장터목이나 세석대피소에서 1박하고 가는 제안을 한다.
토요일 백무동에서 올라가 장터목 대피소에서 1박후 천왕봉에 오르고,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코스..
혹시 단풍철이라 주차장이 만원일까 걱정하여 아침 8시에 출발하여 백무동에 도착하니 주차장은 한산하다..
지리산 단풍이 끝난 사실은 우리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나보다..
마지막 남은 한 줌의 단풍이 모여서 환송한다...
생애 첫 천왕봉 등정을 무사히 달성하고 오시라..
10시 반에 출발하여 넉넉히 6시간을 잡고 장터목으로 향한다..
일행 중 출발지에 집결하러 오다가 넘어져 무릎을 다친 사람이 잇어 천천히 올라갈 요량이다..
전날 잠벗은 한신계곡으로 올라 세석대피소에서 자고, 천왕봉 가자고 꼬셨지만, 단연코 가부하고 최단코스를 고집하여 예약을 햇는데,
오늘 부상자가 있으니 천만 다행한 예약이다..
부상자의 배낭을 다른 사람이 들어주고 굳이 데리고 올라가는 의리(?)를 칭찬해야 하는지..
올라가서 상태가 악화 되면 어떻하나 걱정하길래
'내일 걱정은 내일하자"고 달래며 "정 안되면 헬기라도 불러주마" 하고 토닥이는 센스까정..
지리산 단풍은 지난 주에 꿑나고 낙엽의 계절이다..
며칠 비가 내린 탓에 계곡의 물소리는 명랑하기 그지없다.
하동바위에 도착...
말한디로 새로운 길이 펼쳐졌다.
20년전 혈압이 높다는 의사의 말한디로 시작된 걷기...
동네 뒷산을 대여섯번 쉬면서 올라가던 저질 체력..좀 나아졌다고 백무동을 오르다가 하동바위에서 힘들어 멈추고 돌아갔던 시절..
그동안 2만리를 걷고 이젠 세상의 끝, 파타고니아로 트레킹을 떠나려고 한다.
이렇게 다져진 내공이 잇어 이젠 천왕봉을 오르는 것이다.
옛말대로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다"
무릎만 성하다면..
하동바위를 지나면 길을 계속 가팔라진다..
참샘에서 물을 보충하고..
또 더 가파른 경사길을 1.3km 를 더 올라야 한다..
드디어 지리산 능선에 올랐다..겨우살이의 환영을 받으며..
힘이 들어 못간다고 전해봐야 가마를 보내겟는가?
저승사자만 득달같이 달려오겠지..ㅎ
또 쉬엄 쉬엄 소지봉에 도착했다..
드디어 조망이 터지고 지리산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푸른 연꽃이 겹겹히 감싼듯한 푸른 능선을 좋아한다..
저 언덕위에 장터목 대피소도 보이고..
장터목 대피소 왼쪽 오르막길은 천왕봉 가는 길이다..
올라 올때 생각은 내처 천왕봉에 올라 일몰을 보려했는데..
장터목에 오니 워낙 지쳐서 다음날 일출로 미루고 대피소에서 쉬기로 한다..
장터목 도착시간 4시 30분..총 6시간 걸려 올라왓다..ㅎ
이 높은 곳까지 짐을 메고 올라왔다니 옛사람들은 철인인가 보다.
아스라한 능선을 바라보다 취사장으로 가서 버너를 키고 컵라면과 햇반을 끓인다..
대피소에서는 컵라면을 팔지 않는다..
전자렌지도 없어 햇반은 버너를 가지고 와 물에 넣고 끓여야 한다..
그 때 와하는 소리가 들린다..
창밖을 보니 일몰이 시작된다..
멋진 천지 조화 공사가 벌어진다..
푸른 행성과 붉은 해의 극적인 타협..
지리능선이 늘펀이 누워 잠을 청하는 시간..
옆에 선 사람이 우측 상단 끝 봉우리라 노고단이라고 말한다..
저 구비 구비 흘러가는 지리능선..
다음날 하산길..참샘에서 만난 젊은 커플은 응급함에서 물파스를 꺼내 무릎에 엄청 뿌리던데,
저 성삼재- 노고단을 거쳐 능선을 구비 구비 지나 세석에서 1박을 하고 내려왔다니 무릎이 아플만도 하겠다..
해가 지고도 여운이 흐르는 능선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대피소에서는 5시부터 선착순 자리를 배정한다...
4번째로 서서 안쪽 구석 자리를 달라고 하니 4호실 145번을 준다. 정말 구석인데..옆 사람 코고는 소리가 탱크 같앗다..
안내방송이 아침 일출 시간 1시간 10분전에 출발하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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