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녁의 꽃 소식에 좌불안석..
지난 주엔 비때문에 캔슬된 일정을 이번주에 간다..
쫓비산을 넘어 광양 매화축제를 구경하는 코스..
광양시 다압면 소학정에 다가갈수록 밀리기 시작한다..
소학정 주차장 직전에 내려 바람재로 올라 쫓비산을 거쳐 청매실농장으로 내려가서 매화축제를 구경하기로 한다..
소학정(巢鶴亭)..학의 둥지 같은 정자
소학재(逍鶴齋)..학이 노니는 집..
매화 동산에 웬 학일까?
중국 송나라 때 임포라는 사람이 항주 서호 근처에 은거하며 집 주변에 매화를 심고 학을 기르며 살았다..
사람들이 그를 매화를 처를 삼고 학을 아들로 삼았다는 식으로 매처 학자(梅妻鶴子)라 불렀다..
매화 동산에 소학정(巢鶴亭), 소학재(逍鶴齋)를 지은 이유는 그런 고사를 알기 때문이라..
그의 매화시 한 귀절이 천고의 절창으로 회자된다..
疎影橫斜水淸淺 (소영횡사수청천)
暗香浮動月黃昏 (암향부동월황혼)
성긴 가지 그림자는 호수에 어리는데
그윽한 향기가 움직이니 달은 몽롱하구나.
매화..달..암향..백설..술잔..
연기법으로 이어지는 이미지..
소학정에서 매화축제가 열리는 청매실 농장까지 섬진강 매화길로 걸어 갈 수 있으나, 돌아오는 길에 걷기로 하고..
우선 바람재 오르는 길로 들어선다..
매화 정말 흐드러지게 피었다..
길을 오르다 돌아보면 매화가 구름처럼, 안개처럼 섬진강을 둘러싼다..
왜구를 쫓았다는 섬진강의 두꺼비는 매향에 깨어나 울었던 것이 아닐까?
암향이 아니고 백주대낮에 쌩얼로 보니 더욱 좋은 매화...
만장일치는 무효라는 탈무드의 격언은 정말 진실이다..
자연에는 만장일치가 없다..
눈치보는 인간 만이 만장일치가 있을 뿐이다..
왜냐고?? 분위기에 억눌려 눈치를 보거나 아니면 침묵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매, 청매 가득한 이 길에서 만나는 홍매가 더욱 반갑다..
이른 봄날에 꿈처럼 다가오는 매화..
문득 들어오믐 의문 하나
벌나비도 없는데 어찌 수분을 하시나??
근데, 가볍게 생각한 등산이 엄첨 빡시다..
바람재 올라가는 길이 가파른데, 앞서가던 남자 한 사람은 동행 여자를 놔두고 혼자 포기하고 길을 돌아간다..ㅎ
피츠로이 보다 힘든 바람재를 쉬엄 쉬엄 겨우 올라서서 능선을 타면 편한가 했더니, 길은 오르락 내리락 다리 진을 뺀다..
거기서 처음 만난 진달래,,개화 준비중이다..
금년은 어디에서 너를 만날까?
어디서 진달래되어 다시 만날까 기약한 적은 없지만 때가 돌아오며 꼭만나니 전생에 깊은 인연이 있었나 보다..
전망 좋은 곳에 앉아 섬진강을 바라본다..
모래가 많아 다사강이라고 불리기고 했다는데, 도선국사는 그 모래 밭에서 기인이 모래에 그리는 그림을 보고 풍수의 이치를 깨쳣다고 한다..
고려말 우왕시절 왜구가 이 강으로 쳐들어 오다가 수만마리의 두꺼비가 나타나 우는 바람에 놀라 도망쳤다고 한다..
그 이후 이 강은 섬진강이 되었단다..
역도산이 동네 깡패에서 찔려 죽고, 한신이 동네 건달 가랭이를 기었다더니
밀포드, 파타고니아 등 월드 클래스급 트레킹을 한 내가 섬진강 변의 작은 산 능선 오르랑 내리랑 길에서 힘들게 걷는다..
드디어 손바닥 만한 정상에 올랐다..
이름도 특이한 쫓비산..
1설 : 산 모양이 뾰족하다는 사투리 "쬬빗"에서 유래
2설 : 섬진강 물빛이 쪽빛 같다고 해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지만
내 소견으로는 촛대봉의 작명과 같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걸어보면 안다..그냥 그런 말이 툭 튀어나온다..ㅎㅎ
강건너 하동도 다들 무고하겠지??
드디어 산길에서 해방되는 순간..
청매실농원으로 내려간다..
눈길을 잡는 진달래와 밀회를 기약한다..
하산길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매원..
무릉도원에 전혀 꿇리지 않는 풍광..섬진매원..
매화축제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의 카메오 진달래도 함께한다..
매화...
그 누가 매화와 시비하는가?
한, 중, 일 동양 삼국의 문화에서 매화야 말로 지조와 품격에서 일치하는 이미지다..
동양 삼국의 평화를 기원한다면 매화가 그 상징이 될 것이다..
매화 속에서 매화삼롱 노래를 들어야 제맛이다..
`
고목과 흰매화, 정자가 한폭의 산수화가 피어난다..
섬진강 매화길을 따라 소학정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매화는 없어도 초록의 매직이 기다리고 있다..
엄나무가 가시몽둥이 들고 가는 봄을 막으려고 서있다..
봄을 만끽하시라...
가시몽둥이 사이로 섬진강 모래 빠져나가듯이 세월이 흘러간다..
나는 이길을 무릉도원에 빗대어 섬진매원길이라 부르련다..
<오늘걷기> 광양시 다압면 소학정 주차장 - 바람재 - 쫓비산 - 청매실 농원 - 소학정 주차장 약 10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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