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을 벼르던 길이었다.
이게 걸리고 저거에 잡혀서 어긋나다가 이제야 날짜를 맞추어 왔다고 생각했다.
네비에 사곡2리 문화회관(음성 감곡)을 치고 도착하고 보니 주변에 꽃을 보러온 차량은 나밖에 없었다.
동행은 올해는 날이 일러 지난 주에 왓어야 했다고 책망한다..
동구나무옆을 지나 전처럼 둘레길을 향해 걸어간다..
라일락이 바람에게 향기를 강탈당하고 허공을 향해 돌리도 애원한다..
그러한 잠시 배꽃이 배시시 웃으며 예고편처럼 나타났다..
그래도 오늘의 주인공은 복사꽃이다..
헐..
복사꽃은거의 지고 있었다..
지난 번에는 일르더니 이번에는 늦었다니 꽃사정은 이렇게 예민하다..
4월 20일과 23일 사이인가 보다.
영묘당을 지나는 길에 핫핑크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꽃마담에게 환영인사를 받는다..
도라지 위스키라도 한잔 시켜야 되나??
무너지는 아쉬움을 다독이며 십여리 임도를 묵묵히 걷는다..
자작나무가 헛소리 작작하며 나름 위로를 건넨다..
신인상주의 점묘화가들이 그려준 신록이 내 마음의 사진이 되었다.
그대 이름 불러봅니다
시린 겨울도 어두운 밤도
함께 있음에 난 웃었지
그대 내게 준 이 봄에 우리
영원을 기도했죠
복사꽃과 기약이 어긋난 무수한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산이름이 원통산이 되었나??
임도나 끝나고 관음사 가까이 가자 다시 복사꽃이 나타났다..
아니 생기 발랄한 이녀석들은 뭐지??
원통산..원통(圓通)은 원만하게 통하게 해준다는 의미다..
즉 모든 소리를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중생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준다는 관세음보살을 상징한다..
그래!! 원통산 관음사가 다 의미가 있구나!!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시고 여기 복사꽃을 준비해 놓으셨구나!!
감사의 마음으로 내려오는 순간..
아!!!
그토록 소망하던 아름다운 도원을 만났다..
도연명이..안평대군이 꿈에서 보았던 그 도원을...
꿈같은 운명 사라진대도
마음 깊은 곳에 새겨져
이 길에 홀로 남아 있어도
이렇게 그댈 보죠
그대의 얼굴 그대의 숨결
내게 피었던 모든 순간
지울 수 없는 작은 그 사진처럼
영원히 내 맘속에 영원히
앞으로 지금 이순간의 복사꽃이 내마음의 사진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알고 있나요 그대 때문에
오늘도 내가 살아가요
외롭지 마요 다시 아프지 마요
이렇게 내 마음에 살아가요
핫핑크 속을 걷다보니 내 마음이 다 물들었다..
쥐어짜면 핑크물이 뚝뚝 떨어진다..
복사꽃이 정성을 다하고 나니 조팝과 배꽃도 그 정성을 배웠나 보다..
길가에 나와 사인을 부탁하고 담주에 자기 집에 와달란다..
성환 이화정의 배꽃도 보고 싶고, 충주의 사과꽃길도 보고 싶다..
<오늘 걷기> 사곡2리 문화회관 - 동구나무 옆길 - 미루나무 - 영모재 - 임도 - 관음사 - 도원길 - 문화회관 약 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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