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걷기는 금강 상류 비경이자 역사의 현장인 죽도로 간다.
첫 만남도 역사의 그날처럼 격렬한 크래쉬로 시작되었다.
장전마을 입구에 주차하려다가 저 꽃뒤에 숲은 돌탑에 범퍼가 깨졌다는..ㅜ.ㅜ
<네비> 장전마을 (진안군 동향면)
죽도는 금강과 구량천이 왈츠를 추다가 눈이 맞아 낳은 아들 같은 지형이다.
찔레꽃은 알까 그 사연을??
초입이 물에 잠겨 아쿠아 슈즈로 갈아 신고 간다.
초입을 지나니 뽀송 뽀송한 흙길이 이어진다.
이길에 차들이 연락부절..들락 날락??? 뭐지??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임도 끝에 죽도의 상징이 된 병풍바위가 나타난다.
예전엔 양쪽바위가 연결되어 대나무가 무성했단다.
조선 중기 정여립에 이곳에 서실을 지어 소일하다가 정여립 옥사가 발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지금의 이런 풍경은 1970년대 농지 개발을 위해 병풍바위를 폭파시켜서 생긴 모습이란다.
그런데, 정작 농지는 만들지도 못하고 포기했다는 웃기는 스토리..ㅎ
죽도선생 정여립의 옥사..기축옥사
당쟁 초반, 임진왜란 발발 몇년전, 서인이 동인을 아작낸 사건이다.
동인 계열 선비 1000여명이 죽었다.
송강 정철이 수사본부장을 하면서 독철이라는 악명을 남겼고, 그 때의 악연이 이후 삼백년간의 당쟁에 휘발유를 부었다고나 하까?
옥사가 발생하자 정여립은 이곳 죽도로 피신하엿다가 자살(또는 살해) 하고 아들만 잡혀갔다.
10년전 죽도, 병풍바위의 풍경을 보고 싶은가?
이제는 시대의 변화를 꿈꾸는 정여립류 보다는 자신의 변화를 바라는 캠핑족들의 천국이 되어가고 있었다
왜 그리 차들이 들락 날락 했는지 알았다.
병풍바위에서 천반산과 죽도 사이 구량천 옆 임도를 따라 걸어간다.
잠시후 양갈래 길이 나온다.
우선 우측으로 죽도로 들어가는 길로 간다.
좌측은 나중에 다시 걸어가기로 하고..
죽도 최정상은 400여미터..
그래서 계속 올라가는 길이다..
고개 정상에 선 죽도 유래비를 지나면 내리막 임도길이다.
이 오지에도 300년전부터는 사람들이 개간하고 살앗단다.
하지만, 용담댐이 들어면서 수몰지역이 되자 다 떠나고 1집만 산다.
양귀비가 반기는 길 끝에 그 한집이 보인다.
그런데, 그 집 개들이 어찌나 사납게 짖는지..
주인은 우리 개는 안문다는데, 개에게 물린 트라우마가 있는 객은 얼릉 돌아선다..
오디가 탐스럽게 익었다..
주인 허락하에 오디 따먹는 객을 개도 어쩌지는 못한다..
이길은 좋게 말하면 생태계가 살아있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뱀이 많다는 것이다..
처음에 쌔끼 뱀을 보고(나중에 보니 사체), 돌아올때 1m 짜리와 20cm 짜리가 풀섶으로 사라진다.
어려서 놀란 뱀 기억이 살아 났다는 거..ㅎ
죽도에서 나와 "가지 않은 길"을 간다.
모처럼 콩강정길을 만끽하며 걷다가 한 조각 그늘을 얻어 점심을 해결한다.
그 짧은 시간에도 차가 몇대나 지나가는지.
이제 한국인은 걷는 법을 잊고 사는지..ㅎ
물을 건너지 않겠다고 버티던 동행도 결국 맨발 걷기로 전향..
왜가리 집 근처, 찔레꽃 향기 가득한 곳에 구량천과 금강은 합류하고..
아직 금강물이 깊어 도하를 포기하고 돌아선다.
돌아오는 길에 모래 좋은 곳에 누워 잠시 눈을 감고 휴식을 청한다.
병풍바위를 지나는 길 우측으로 천반산 등산로가 보인다.
다리는 벌써 지쳤지만 조망 좋은 곳까지만 올라가보기로 한다.
1km 정도 오르니 주차장소와 죽도 가던 길, 병풍바위 너머 죽도 유원지도 보인다.
아직도 투망을 던져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곳이다.
돌아오는 길은 거센 물결처럼 상쾌한 기분이다.
갈증이 나 들린 시골 슈퍼에서 만난 글이 오늘의 덕담이자, 결론이다.
길(道)이란
구하는 자는 찾을 것이요
두드리는 자에게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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