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례길 3코스는 천호성지 - 나바위 성당까지.

원점회귀하는 오늘은 천호성지 - 문드러미 고개- 학동저수지 구간을 걷는다.

"천호성지" 낡은 글씨, 진분홍 꽃 낱낱의 이파리, 한귀퉁이에 자리잡은 가시들..

이 한장 사진에 천호성지의 과거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한 떨기 백합꽃처럼 자신의 신앙과 정신을 지킨 사람들..

문드러미 고개는 웬 고갠고,

구부야 구부 구부가 눈물이로구나

 

문드러미..

느낌은 문둥이를 연상시키는데, 실 의미는 고상하다.

한양에서 고산으로 가는 관문역할을 하여 한문으로는 문치(門峙)라고 썼는데, 민간에서는 이 고개가 힘든 것을 강조하다보니 "문드러미" 고개로 부르는 것 같다.

 

북극곰도 미끄러진다는 표현 한마디로 상황이 정리된다.ㅎㅎ

그러니 예전엔 얼마나 힘든 고개였을까..

고개넘다가 문드러진다는 한탄이 절로 나겠다..ㅎ

 

실제 트레킹이라는 관점으로만 보면, 아스팔트길을 생략하는 경우  문드러미재에서 하차하거나 주차를 하고 걷는 것도 방법이다.

 

정상을 조금 지난 곳에 고개를 내려가는 숲길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길 무인지경이다.

사람 다닌 흔적이 없을 정도로 개망초와 잡초가 무성하다.

표지판도 수풀에 가려져 잘 찾아보아야 한다.

급경사 자갈길을 살금 살금 잘 내려가야 한다.

그래도 군데 군데 나타나는 표지판이 위로를 준다.

이런 것도 없을 박해시대에 자신의 의지만으로 신앙을 지켜간 사람들은 얼마나 대단한가?

나무가 쓰러져 길은 사라지고 작은 틈새로 길을 찾아가는 심정 정도로는 반딧물과  보름달을 비교하는 것처럼 댈 수도 없는 이야기러라..

무성한 잡초길을 피해나오니 포장길이 도리어 반갑다.

한 여름 잡초의 생명력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농로를 포장하는 모양이로구나..

그나마 숲길도 잠깐이다.

현대화의 물결에 땅은 도로로 뒤덮히고 있다.

기생초도 겨우 기생하고 있다.

 

원수리를 지나는 고속도로를 통과하면 학동저수지가 반긴다.

송유관 기름을 절취하는 자들이 여전한가 보다.

주기적으로 감시하지 않으면 멕시코 짝 난다.

송유관을 전문적으로 절취하는 집단이 있어 군대를 파견하여 대대적으로 단속하여 국제적 이슈가 되었고,

그 기간에 멕시코를 여행하던 내가 고생을 해서 잘안다..

접시꽃 당신도 다양한 캐릭터가 잇구만..

기생같이 요염하기도 하고, 꿔온 보리짝 같이 수더분하기도 하고..

길은 대로에서 농로로 들어가라고 가리킨다.

이 더운 날 계속 가기는 어렵다.

양파 수확이 한창이다.

토질이 좋은지, 종자가 좋은지 토실 토실 왕토실이다..

가람 이병기 생가까지도 한참을 가야하는 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돌아선다..

여름에는 고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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