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큰봉산에서 내려올 때부터 몸이 지쳤다.

비등구간에서 오버 페이스한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먼저 지친게 다행스럽게도 일행의 페이스 조절에는 도움이 되었다

폭염경보에 생각지도 않은 센 트레킹으로 힘드는 차에 내가 자주 쉬며 템포를 늦춰주니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 되었다는..ㅎㅎ

 

승봉산이 요즘 게임을 좀 해본 모양이다.

올라가면 갈수록 경관을 보상으로 주면서 중독되도록 유도한다.

 

올라갈수록 더 멋져지는 풍광이 안전에 전개되니 폭염의 고통과 육체적 피로도 저절로 씻어지는듯..

 

더 큰 보상을 기대하며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려는게 인간의 심리이다.

보상없이 고통을 감수하려면 철학이나 종교가 필요하다.

 

무릉도원이 어디 계곡과 동굴 사이에만 있다더냐?

두개의 바위 사이에도 청춘처럼 존재한다.

 

뭬야!! 1004개를 보려면 어디까지 올라야 하는거야??

 

승봉산 정상에 서니 거짓말처럼 천사가 보인다.

다리 벌린 천사..

이름하여 천사대교..

 

 푸른 아름다움에 푸른 꽃을 더하니 7가지 푸름으로 치장한 "푸르디 푸른" 장엄이라..

 

쪽빛, 남색, 곤색, 군청, 감청, 인디고, 네이비, 청, 옥, 시안 중에 어느 푸름에 점을 찍을거요?

굳이 점을 찍어야 하는가?

단지 푸름 속에 물들을 뿐이네.

 

천사의 마중을 받고 만물상을 선물로 받으면 하산길은 풍족해진다.

 

면사무소 방향을 선택하여 내려간다.

푸름사이에 뻘이 불뚝 나선다.

푸름이 죽으면 누름이 일어선다는 황건의 외침 듣지도 못했는가?

 

창천과 황뻘이 싸우는 틈바구니를 지나 지친 몸을 이끌고 하산을 재촉한다.

노닥거리며 걷는 사이 뱃시간이 촉박하다.

 

돌아보니, 승봉산이 전송한다.

고금생전에 언제 다시 보겠는가?

 

<오늘걷기> 노만사 - 마당바위 - 큰봉산 정상 - 수곡임도 - 승봉산 - 암태중학교  약 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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