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지막 구간으로 진입한다..

10년전 올레 걷기를 시작할 때부터 미뤄오던 약속을 오늘 이루게 된다..

인연은 이렇게 예상 밖의 시간에 찾아 오기도 한다..

 

한라산의 상징인 구상나무가 말라 죽어 쓰러진다..

기후변화로 나무도, 사람도 힘든 시절이 되어간다..

 

그때 요란한 헬기 소리..

내가 부른 적이 없는데, ㅎ.. 누가 부상당햇나??

 

이 힘든 길을 아이들이 희희낙낙 오른다..

10년의 노력으로 다진 내 다리 힘은 이리도 부친데..

 

 

드디어 마의 구간에 도달했다..

오늘의 화두를 속으로 중얼거리며 올라간다..

"난 괜찮아, 난 괜찮아, 난 쓰러지지 않아, 난 괜찮아"

 

히히덕 거리며 오르는 꼬마에게 묻는다.

"어떻게 왔어? "

"엄마가 가자고 해서요"

"다리 안 아프니?"

"다리가 부러질 것 같아요..ㅎ"

그러고 보니 오른 다리는 보호대를 했다..걱정이 든다..

 

멀리 사라오름이 보인다. 오목한 물사발이 이쁘다.

 

여기서는 자주 쉬는게 이득이다..

돌아 앉으면 제주 바다 풍광이 가득 눈을 잡으니까..

 

 

서귀포항이 보인다.

언젠가 서귀포 올레에서 한라산과 독대하던 생각이 난다..

이제 정식으로 알현한다..

 

<서귀포에서 바라본 한라산>

 

해발 1900미터.. 이제 50미터 남았다..

이곳에 헬기장이 있다.

남북 정상회담시 헬기로 백록담을 방문한다는 말이 있었다.

 

 

1시 20분 정상에 올랐다..

 

아! 백록담..

그것도 물이 담긴 모습을 보다니..

행운아다..

 

정상석에서 인증샷 찍는다고 줄선 사람들...

스피커에서는 2시에 하산해야 한다고 서둘러 달라고 방송..

인증샷이 뭐라고..ㅊ

기다리는 동안에 백록담을 눈에 담는게 이득일텐데..

 

 

백록담은 밑빠진 독인가?

며칠전 보다 물이 많이 빠졋다..

옆에 리즈 시절 사진이 붙어 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10년간 미룬 약속을 오늘에야 완수했다.

올레 걷기 초기만 해도 다리가 부실해서 높은 산은 사양했다.

10년을 걸어 다리가 보강되어 간다 싶을 때 우측 연골이 파열되었다.

치킨 콜라겐, 허벅지 운동으로 재활, 안나 푸르나를 가고, 오늘 백록담에도 올랐다.

기회는 유리한 순간 보다 오히려 불리한 순간에 닥치는지 모른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상의 까마귀..

원래 까마귀는 태양의 전령이었다.

태양의 흑점을 까마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라산 까마귀의 자태는 태양의 전령으로 손색이 없다..

 

준비해온 오늘의 정상 송을 까마귀와 같이 듣는다.

 

난 괜찮아..

 

송가인 버전 : youtu.be/oIWpnb46E7k

원곡 :          youtu.be/IcMmjC_pXAw

진주 버전:   youtu.be/b1meYzG4lvc

 

2시부터 과태료 발부한다고 엄포 방송이 계속되어도 인증샷에 목멘 사람들이 아직도 가득하다..ㅎ

5분뒤 과태료 발부 엄포가 나오자 슬슬 발길을 돌려 하산한다..

2시 하산 시간을 강조하는 이유는 내려가보면 안다.

4시간 걸리니 하산길에 어두워 지면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정상을 떠난다..

관음사 코스로 하산한다..

백록담을 큰부리 까마귀에게 부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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