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째 아침
가볍게 건천 편백나무숲길을 걷고 경주를 떠나기로 한다.
편백나무 숲에는 주차장이 없어 입구인 고속철 다리 부근에 차를 주차하고 올라간다.
그때 터널에서 ktx가 쏜살같이 달려나와 굉음을 지르고 사라진다.
지도를 보면 이 숲에서 오봉산 주사암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있단다.
이 때만해도 복두암은 생각도 못했다.
숲 데크길에는 가족동반한 사람이 무척 많았다.
언텍트 길이 아니고 온텍트 길이다.
데크길 자체는 1km 남짓인 것 같아서 등산로를 다녀와야 다리에 기별이 갈 듯했다.
바로 등산로 표시가 나와 덥석 물듯이 들어섰다.
그래 데크길보다는 이런 길이 제맛이지..ㅎ
거기서 복두암 표지를 본다..
900미터만 가면 된다 고라??
900미터라도 산길은 산길이다.
쉬엄 쉬엄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길 자체는 좋았다.
등산로라기 보다는 암자가는 길이기에 뉴질랜드 루트번 트레킹코스를 걷는 기분이었다.
한참을 올라왔다고 생각하고 내려오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절반쯤 온 거란다.
거북이??
거북이 표지를 보고 친구를 생각한다.
돈이 뭔지 서울에서 복닥거리고 살다가 일찍 귀천한 친구..
막걸리 한잔하고 한곡하라면 "검은 물결 춤추고 ~" 부르던..
트레킹을 즐겼으면 스트레스 덜 받고 오래 살았을터인데..ㅠ.ㅠ.
단풍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올해는 언택트 단풍길을 찾아야 하는구나!!
동행을 자주 불러세워 사진을 찍는 이유는 숨이 차기 때문이다.
쉬엄 쉬엄 가더라도 종점은 온다.
드디어 150미터 남았다는 표지가 보인다..
참 소박한 산문을 지나간다.
전망바위에서 건천이 보이고 고속철 터널도 보인다.
때맞춰 ktx가 포즈를 취해주고..ㅎ
미끈하고 잘룩한 벼랑길을 지나면 복두암이 업드려 있다.
그러나 폐사..
복두암..머리에 두건을 두른 암자..
현판을 쓴 이는 만공..
암자 옆으로 절벽 감실에 부처님과 나한이 영산회상을 이루고 잇다.
멀리 경부고속도로가 흐른다.
건천은 교통의 요지라 경주 서쪽 방어상 부산성이 필요한 위치다..
쑥부쟁이는 멀리 푸른 연꽃을 사모하는가 보다..
뒷쪽으로 관세음보살이 사해의 소리를 보고 계신다.
이 안전한 자리에 주저 앉아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황송한 환송을 받으며 하산한다.
동행은 득템한 등산코스라고 좋아한다.
시침떼고 한마디 보탰다.
"너를 위해 준비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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