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주걷기 여행 숙소는 내남면 안심리 하늘터밭 펜션에 정했다.

황토방에 아궁이 장작불 난방하는데, 밤새 찜질방처럼 허리를 지지고 잤다.

 

숙소에 밤에 들어왔을 때는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 산보하는데, 주변 풍경이 이쁘다.

이슬 맺힌 풀들이 아침햇살에 보석처럼 빛난다.

우리 인생도 빛나는 순간이 있었지..

 

감나무를 차지한 새는 행복한 모습이고

고냥이는 아침부터 졸고있다..

 

 

동네 고택이 나타난다..

질암정사의 정자 향양문이다..

 

향양문..

태양을 향한 문.. 빛을 구하는 학문의 자세..

 

 

질암정사..

정조 때 장원급제란 최벽을 기려 후손이 지은 정사..

 

묵와(默窩)

고요히 묵상하는 집..

 

 

향양문루에 걸린 글씨

대죽(對竹)  대나무를 마주하고

배란(培蘭)  난초를 키우고

간송(看松) 소나무를 바라본다

 

독선기신히며 독립불구하는 선비의 마음이 

사슬같은 거미줄 너머로 희미하게 보인다.

 

아침이 보내는 최고의 선물...

빛과 물, 생명의 멋진 조화..

찬란한 인생도 이와 같을 진대...

 

인생, 알고 나면 별거 아니다.. 모를 때가 꽃봉오리로다..

그저 있는 그대로, 그 속에 아름다움이 함께한다..

 

까옥이도 고요히 앉으면 그림이 되는 아침은 축복이다..

 

펜션집 반둥이는 귀염받은 짓을 해서 복을 만든다.

문앞에 앉아 아침 고기 남은 거 없냥 묻는다.

설겆이까지 끝나서 어쩌냐..ㅎ

 

지난밤에 지인이 건네 준 도자기와 상견례를 하는 아침..감사거리가 많다..

 

2박째 아침 안심마을 치유올레길을 걷기로 한다..

질암정사 입구에서 시작한다.

질암정사를 지나면 어제 빛나던 꽃길이 오늘은 빛을 잃었다.

그래도 어제의 생생한 아름다움을 꺼내어 같이 즐기며 간다..

 

길은 산으로 이어지고..

 

등나무터널을 지나면 알토란 밤송이가 길을 막는다.

알리바바 형님 포스로 변한 동행이 진행을 중지시킨다..

 

 

겨우 달래어 계속가는데, 이번엔 송이가 나올 것 같은 소나무길이다..

이 짧은 길에 대나무 숲도 있다.

그것도 와호장룡 촬영하기 좋은 모습으로..

 

아쉬운 대나무 숲을 나오자, 눈을 잡는 불길..

이 곳으로 이사오려고 준비 공사 중이란다..

 

그런데, 올레길 표지가 끊기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

동네 분에게 물어보니 대숲 이후는 별 볼일 없단다.

 

선도산도 흰 이불 끌어 당기며 돌아 눕는다..

 

보랏빛 향유, 푸른 모과, 노란 감..

뭐 하나 어그러짐이 없는 아침..

 

과객의 발걸음 소리에 선도산이 깰까바 조바심치며 땀까지 흘리는 땡감..ㅎ

벌이 호박에게 뒷담화까는 아침..

 

큰 선물이라도 받은 기분으로 돌아간다..

기대가 없었기에..

빈 마음은 무엇이든 감사하게 받아 채울 준비가 되어 있다.

 

솟대가 받기는 숙소에 돌아 짐을 챙긴다.

유난히 붙임성이 좋은 반둥이..

동물전쟁에는 악질 캐릭터였는데, 여기서는 그렇게 상냥할 수 없다.

부르니 와서 옆에 앉는다.

줄건 없고, 송가인 노래를 선물하니 귀를 쫑긋세우고 듣는다..

허! 귀는 제대로 뚫렸구나!! 

 

2박 3일 골든 시티에서 골든 데이를 보내고 간다..

큰 기대 없었기에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얻었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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