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언텍트 섬캠핑을 가다보니 단풍 걷기가 부족함을 느꼈다.
11월 단풍을 혼잡한 남행보다는 북행에서 즐길 수있는 유일한 곳이 생각났다.
하지만, 이곳도 11월 14일이면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찾아보니 11월 15일까지는 무슨 행사를 하는 것을 보면 마지막 한줌의 단풍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여, 14일 토요일 아침 7시에 출발 준비를 한다.
아니, 안개~~
안개 속을 1시간이나 고속도로를 달려야 한다니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래도 붉음의 욕구가 하양의 장애를 넘어선다.
안개 속에 천안 독립기념관 주차장에 도착한다.
요즘은 주차료 2000원을 받는다.
은행나무는 잎을 모두 낙발하고 하안거에 들어갔다..
단풍나무 숲길에 들어서자, 아~ 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안개 속에 붉은 피를 흘리며 서있는 단풍들..
샤갈의 몽환적 분위기와 야수파의 뜨거운 숨길이 동시에 느껴지는 풍경..
3번째 오는 이곳인데, 안개 속의 단풍은 또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동백꽃보다 더 붉은 몸짓으로 스러러져가는 단풍들..
어느 동양화가가 수묵에 붉은 단풍을 그릴 생각을 할까?
자연만이 저절로 생각할 수있는 창작이다.
서리에 물든 단풍이 봄꽃보다 더 붉다고 했나??
안개 속에 서성이는 단풍이 더 붉지 않을까??
숨막히는 풍광이 차라리 기도를 끌어낸다.
오늘의 인연이 소중하다고..
안개 속으로 빛의 성령이 내려온다.
단풍은 하늘에서 시작되었음을 일깨워준다.
오늘은 흑성산 등산도 패스다.
오직 붉음에만 몰입하련다.
너도 붉음이 좋으냐?
나도 그렇다.
우리 붉음으로 하나 되리라..
단풍, 그 단풍이 정말 좋았네
세월, 그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르고...
어찌 평범하게 단풍을 즐기리오?
첨단 드론도 등장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단풍, 다시 하늘로 소환한다.
다시 수묵화..
여기에 맞는 화제를 쓴다면??
誰把丹靑抹樹陰(수파단청말수음)
冷香紅玉白雲深(냉향홍옥백운심)
天公醉後橫拖筆(천공취후횡타필)
顚倒春秋花木心(전도춘추화목심)
누가 나무 그늘에 단청을 그렸나?
맑은 향내 붉은 옥 하얀 안개에 깊이 박혔네
조물주가 취하여 붓을 휘둘러
봄가을의 꽃을 바꾸어 놓았구나..
**
청나라 시인 장초의 산행영홍엽(山行詠紅葉) 한시 2절 중 벽운(碧雲)을 백운(白雲)으로 바꾸니
딱 이 장면에 맞는 화제가 되엇다..ㅎ
어느 시인은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들었다고 했지만,
독립기념관 단풍이 더 붉은 이유는 따로 있다.
안중근 의사의 붉은 마음(丹心)을 뿌리로 빨아 들였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이랴~ 수많은 순국선열의 붉은 마음이 더해졌기 때문이리라..
자유! 독립! 부강! 문화!
붉음으로 하나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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