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걷기..
차도구간을 빼고 흙길만 걸을 코스를 궁리하다가 원점회귀의 적당한 코스를 발견했다..
청주시 문의면 산덕리 초록감투마을에서 출발한다..
초록감투??
동네 뒷산이 감투 모양의 감투봉이란다.
그 감투가 봄이 되면 초록감투가 되겠지??
차를 마을 커뮤니티 회관 마당에 주차하고..
길 건너 정자에서 출발한다..
요 표지판을 기준으로 좌측으로 등산로 표지가 있고, 나중에 우측 길로 내려온다..
다 걷고 나서 생각은, 우측으로 올라가 좌측으로 내려가면 덜 힘들 것인데,
낙엽진 계절에는 급경사 구간에서 미끄러워 위험할 것 같다..
까마귀가 제밥인 줄알고 잘 찾아 먹는다..
그런데, 딴 놈도 슬쩍 빼먹는다..ㅎ
초입의 길은 낙엽이 양탄자처럼 두툼하게 깔렸다..
곧 학바위 전망대가 나오는데, 나무에 가려 어디가 학바위인지 모르겠고, 대청호 조망도 아쉽다..
그런데, 학바위 전망대를 지나자 멋진 호반길이 나타난다..
이길의 최고 하일라이트 코스다..
단풍빛과 물빛이 서로 아름다운을 다투니 먹다 남은 사과라도 던져 말리고 싶다..
머리 흰 억새는 관록이 있으니 물빛과 다투지 않는다..
그저 무쟁삼매(無諍三昧)..
이 은일의 장소를 탐새하여 찾아온 강태공들..
좋은 세월이 오겠지..
좋은 길이 아쉬워 다시 돌아본다..
좋은 시절은 끝났다..
제2목교부터 오르막이 전개된다..
표지와 줄이 내려가는 코스라고 주장하는데..
코스도 처음이고 너무 급경사에다가 낙엽 때문에 길이 미끄러워 전진을 포기하고 후퇴..
돌아가 다시 살펴보니 우회로가 보인다..
쓰러진 나무가 막아서도 지나갈만 하다..
드디어 제1목교가 보인다..
거기서 코스표지 대로 되돌아 가보았다..
앞서 포기한 급경사 구간에서 내려오면 이곳으로 연결된다..
하여간, 낙엽진 가을과 겨울에는 우회로가 안전하다고 보인다..
제1목교에서 부터는 더 미끄럽고 급한 오르막이 전개된다..
다행히 등산줄이 잇어서 붙잡고 올라간다..
이 줄이 없으면 곤란한 길이다..
더블 딥과 트리플 하이를 오르면서 몇번이나 거친 숨을 가라앉혔는지 모른다..
동행이 좋아했을 고바위를 혼자 오는 날 내손으로 골라 바가지를 쓰다니..헐..
등산코스에게 사기당한 기분이다..
가볍게 생각하고 신발도 경트레킹화를 신고 왔는데..ㅎ
천하의 김두한이 동네 건달에 얻어 터지는 꼴이다..ㅎㅎ
정상을 400미터 남긴 지점에서 이곳이 대청호 오백리 18구간과 겹치는 곳이라고 알려준다..
곰실봉 전망대에 올라 가져간 간식을 모두 꺼내먹는다..
가볍게 생각하고 점심을 놓고 왔는데, 시간이 1시를 훌쩍 넘었다..
전망대도 나무에 가려 대청호 조망이 3방면 중 남쪽만 시원하게 터졋다..
정상에서 400미터만 내려오면 완만한 임도가 시작된다..
오래된 은행나무를 보니 10월 말쯤 다시 와서 이쪽으로 올라가면 손쉬울 듯하기도 하다..
파른 하늘에 붉은 구슬, 푸른 구슬이 박혔다..
두 구슬을 가지면 마녀가 쫒아와도 이길 수 있겠다..
곰실봉 정상부터 초록감투마을 까지는 대청호 오백리 18구간 자격으로 걷는다...
600년 묵은 느티나무가 좌정한 이 동네에서 연륜을 느낀다..
주차 장소에 도착..
카페에 들러 점심식사 되느냐고 물었다..
컵라면이 가능하단다..
그런데, 동네 분들이 시제를 지낸 음식을 가져와 같이 먹기를 청한다..
불감청 고소원..
인심 좋은 동네분들 덕분에 산적에 닭고기에 전에 떡에 잘먹었다..
감사합니다..ㅎ
힘든게 삭 녹는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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