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미원에 옥화구곡길을 개설했다는 뉴스를 듣고, 얼릉 빈시간을 잡았다.
왕년에 미원 주변 길을 많이 걸어서 반가운 길이다..
오늘은 청석굴에 차를 세우고 1구간 옥화대까지 왕복 11km를 걸을 예정이다.
청석굴 주차장 안내 표지가 부실하기는 하지만, 주차장은 넓고 화장실은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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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잠깐!! 옥화9경과 옥화9곡은 어떻게 다를까?
옥화9곡은 선조-인조 연간의 문신 서계 이득윤이 이 지역에 은거하며 옥화9곡을 설정하였고, 후순이 이필영이 9곡의 시를 지었다..
옥화9경은 1990년 청원군에서 관광목적으로 지정하였다..
9곡은 하류부터 1곡이 시작되고, 9경은 상류부터 1경이 시작된다..
주자창 다리를 건너면 청석굴이다..
오! 징검다리 건너서 가는 길이 환상적 뷰다..
구석기인들이 살았다는 이 굴에는 용과 황금박쥐가 살았단다.
황금박쥐..
전라도 함양에도 발견되었는데, 그곳은 아예 몇십억원 들여 순 황금으로 박쥐상을 만들어 조성했는데, 이제는 금값이 몇배로 폭등해 대박쳤다고 한다..
굴은 문의면에 있는 작은 용굴보다는 훨씬 크다..
여기 굴이 본점이고, 거기 굴이 지점이 아닐까? ㅎ
굴에서 나와 징검다리를 건넌다.
징검다리를 건너던 긴머리 소녀를 잊은지 오래 되었지만, 고개를 돌려보니 불끈 솟은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새로 개설한 따끈 따근한 길을 걸어간다..
개천을 따라 길은 이어진다.
갈대,
백발을 염색하려고 옥수에 머리를 담가보지만, 자연에서는 염색약을 구할 수가 없다..
동네 고샅을 지나는 길은 길표지가 잘 되어있어 헷갈리지 않는다.
관란정..물결바라보는 정자.
섬진강 장산마을 김용택 시인의 서재는 관란헌이었다..
정자 이름은 소박하다..
물 바라보면 관수정, 노을 바라보면 관하재, 마음을 닦으면 세심정..
한 겨울에 푸른 색이 반갑다.
바람을 당기는 인풍정 정자는 지하로 가셨다는 표시인가?? ㅎ
다리를 건너기 전 올갱이 국밥집에서 점심을 하면 좋은데, 코로나로 포장판매만 가능하단다..
일단 다리를 건너 좌화전하면 긴 둑길이 펼쳐진다.
찬바람 부는 긴 둑길에서 듣는 노래..
다정했던 사람이여 나를 잊었나
벌써 나를 잊어 버렸나
그리움만 남겨놓고 나를 잊었나
벌써 나를 잊어버렸나
나는 몰랐네 그대 마음 변할 줄
난 정말 몰랐었네
오 네가 보고파서 나는 어쩌나
그리움만 쌓이네
시간이 된다면, 옥화자연휴양림 한바퀴 돌고 가도 좋겟지만, 왕년에 몇번 돌았기에 오늘은 패스다..
따스한 햇살 받으며 흙길을 따박 따박 걷는 기분 나쁠리 없다..
요정들이 살 것 같은 집을 지나고..
장육당(藏六堂)..
6가지를 감춘 집??
무엇을 감추었을까??
연산군 때 사람 이별이 호를 장육당이라고 했다.
불경 『잡아함경』에 나오는 일화에서 따왔다.
“한 거북이가 여우에게 잡히게 되었다. 그러자 머리, 꼬리 그리고 네 발을 껍질 속에 감추고 내놓지 않으니 여우가 성을 내다가 가 버렸다.
부처님이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은 마땅히 거북이 머리와 꼬리 그리고 네 발을 감추듯이
스스로 육근(六根, 눈 귀 코 혀 몸 뜻)을 감추고 있으면 마귀가 함부로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장육당은 연산군이 쫓겨난 이후에도 재야에 은거하여 살앗단다..
이 집 주인장도 육근을 감추고 은거하는 사람일까?
아하~ 장육당을 지나자 오담(자라 못)이 나온다.
이곳 장육당은 오담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오담 부근에 장육당 만 있는게 아니다..
오히려 육근을 활짝 펼치고 즐기려는 펜션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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