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동 양산8경을 찾았다.
강선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까치 아파트와 장독탑이 들어 온다.
오! 그동안 강선대가 이쁘게 단장했다.
약간의 성형수술로 더 이뻐진 것은 원래 자연미인이었기 때문이지..ㅎ
새로 지어진 등선정에 신선처럼 오르면 멀리 비봉산이 봉황처럼 날렵하게 자리 잡는다..
강선대에 올라 용암과 송호리 솔밭을 흐르는 금강을 바라본다.
그 옛날 시인 묵객이 이 정자에 올라 시 한수에 술 한잔 하였으리니
현존하는 것은 선조때 사람 동악 이안눌의 시다..
신선이 이 대에 내렸음을 들었나니
옥피리가 자주빛 구름을 몰아 오더라
아름다운 수레 이미 가 찾을 길 없는데
오직 양쪽 강 언덕에 핀 복사꽃만 보노라
백척간두에 높은 대 하나 있고
비 갠뒤 모래 눈과 같고 물은 이끼 같구나
물가에 꽃은 지고 밤바람도 저무는데
멀리 신선을 찾아 달밤에 노래를 듣노라
전에 없던 둘레길로 단장하여 반갑게 걷는다.
나에게 강변 오솔길은 언제나 정답이다.
이 금강변에 제주의 돌하르방은 어인 행차신가?
앞서가는 어린아이 가족 모습에서 30년전 내 모습이 어른 거린다.
아이들은 다 커서 날아가고
이제 신선 모습이 되어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롭다.
영동에 처음올 때 양산도를 영동지역 민요인 줄 알고 들으면서 왔다.
하지만 이 지역의 노래는 신라때 양산가이고, 무열왕 때 요석공주의 남편 김흠운의 전사와 관련이 있다.
벼루길 나무 한참 위로 비닐이 걸려있는 것으로 보아 지난 여름 강물의 수위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사실, MB 시절 4대강 정비로 제방을 높히지 않았으면 피해가 더 컷을 것이다.
기사 검색해보니, 상류 용담댐의 방류 방법의 부적정으로 피해가 컸다고 주민들이 엄청 항의하는 모양이다.
함벽정이 단아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함벽정..
푸르름에 젖는 정자..
내려다 보는 강물이 푸르다.
涵碧亭(함벽정) 創建韻(창건운)
幾多精力費斯亭 爲愛煙霞供養汀
巖石幻影雲絶壁 柳槐交影月空庭
湖光不盡楊州白 野色無邊海岱靑
勝日登臨皆聖賜 一聲鳴鳳使人醒
丹山老愴 書
얼마나 많은 정력을 이 정자에 쏟았는가
강안개 사랑하여 물가에 지었다
암석은 아른아른 구름은 절벽이요
버들과 괴목이 달빛에 비친다
호수 빛이 끊임없으니 버들강변은 밝고
들 색은 가없는 바다처럼 푸르니
좋은 날 올라보면 모두 성은이라
봉황새 한소리에 취한 술기운이 달아난다
함벽정에 앉아 단소를 꺼내들어
그 옛날 봉황 다시 한번 불러본다.
봉황은 기색없고 오리만 촐랑 촐랑..
봉양정..
동문수학 13명의 동창이 이 정자를 짓고, 봉황새가 아침에 울고 가기를 기원했다.
정자 마루에 앉아 따뜻한 볕을 반찬삼아 점심을 먹는다..
멀리 비봉산에 봉황은 잘있는고?
강건너에도 30년전의 내가 어른거린다.
세월이 흐르는 강물같구나..
봉황대가 홀로 우뚝하게 있다.
다가가지 않고 멀리서 인사하고 돌아선다.
세월교를 건너 강길을 따라 송호리 솔밭으로 간다.
동행에게 물었다.
다이아몬드 여왕과 하트 여왕 중에 무엇을 고르겠느냐?
그녀는 다이아 여왕이 되고 싶어했다.
다이아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란다.
데스페라도는 달랐다.
"이봐, 다이아몬드 퀸을 너무 좋아 하지마..
다아아몬드 퀸은 맘만 먹으면 너를 망가뜨릴 수 있어..
하트 퀸이 언제나 너의 확실한 패라는 것 잘 알잖아.."
돌아오는 길에 강건너 봉양정과 함벽정과 눈인사를 나눈다.
함벽정에는 각자 행복하게 푸름에 젖는 만물이 가득하다.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는 장면을 보다가 승천 기회를 놓친 용암이 패자부활전을 고대하고 있다.
송호리 솔밭에는 여의정이 있다.
만취당 박응종이 낙향하여 소나무를 심고 만취당 정자를 짓고 노닐던 곳에 후손들이 여의정을 지어 기념한다.
만취..늦게까지 푸르게 살겠다는 말씀은 송림이 다 이루어 주고 있다.
여의정..뜻대로 이루어 지기를 기원하는 집..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원하는 사람과 할 수있는 것이 여의(如意)이고 자유이고, 행복아니던가?
선녀의 심부름으로 백로가 내려왔나?
강선대와 용암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 잡았다.
30년 전에는 애송이라 비웃더만
이제는 타박 않으니 신선 티라도 나는겐가
선녀와 용암의 사연에 누가 귀기울일까?
백로의 날개짓만 물결을 더 푸르게 하는구나
<오늘 걷기> 강선대 - 함벽정 - 봉양대 - 세월교 - 강길 - 여의정 - 봉곡교 - 강선대 약 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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