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어느 여인이 절에 불상 조성 시주를 하면서 부처님 복장에 발원문을 넣었다..
타임캡술처럼 열렷다..
고려 여인의 소원이 밝혀졌다..

서불실인생 (誓不失人生)
기신정신가 (寄娠正信家)
출탁어중국 (出托於中國)
품수남자신 (稟受男子身)

서원합니다.
사람의 몸을 받아
신실한 집안에 잉태되어
중국에 태어나되
남자의 몸을 받게 해주세요

결국 좋은 집안의 "중국 남자"로 태어나게 해달라는 말이다..

***
최근 어느 유튜브에서 중동, 프랑스, 멕시코, 한국인이 모여 각국의 연애 이야기를 하던 중
한국 여자에게 어느 나라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냐고 물었더니..
"이태리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하던 말이 생각난다..

천년전엔 중국남자, 천년후에 이태리남자..
이들은 과연 행복한가??
과연 소원은 잘 빌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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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천천히

가볍게

 

***

자연의 철학자  장수편에 등장하는 책쓰는 농부 전희식씨

10여년 전에 치매 노모를 모시고 귀촌하여 효도를 다하고

이제 홀로 천천히 가볍고 느리게 산다..

순리대로..

 

***

그가 치매 노모를 모시고 살면서 노모가 방에 흘린 똥을 보고 쓴 시를 보면

그는 도인이다..

 

감자 놓던 뒷밭 언덕에 연분홍 진달래 피었더니
방안에는 묵은 된장 같은 똥꽃이 활짝 피었네
어머니 옮겨 다니신 걸음마다 검노란 똥자국들
어머니 신산했던 세월이 방바닥 여기저기
이불 두 채에 고스란히 담겼네

- 전희식 <똥꽃> 일부 -


청주 현도면 구룡산 장승공원 가는 길에 만난 글씨

 

曰(왈) 人生不學(인생불학)이면 如冥冥夜行(여명명야행)

사람이 살면서 배우지 않으면 마치 불빛 없는 어둠 속을 걷는 것과 같다..

 

왈?? 누구 말씀이신가?

명심보감에 나오는 태공의 말씀이다...

대낮에 걸으며 이 글씨를 만나니, 많이 배운 사람임이 증명된 것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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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일등인충효(天下一等人忠孝)

세간양건사경독(世間兩件事耕讀)

 

천하 일등인은 충효를 하고,

세상에 중요한 두가지는 일하고 독서하는 것이다..

 

전에 홍성에 근무할 때 추사 고택에 가서 위 글씨가 양각된 현판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위 현판의 탁본을 선물받았는데, 보관하다가 표구를 하여 사무실에 걸었다.

 

그리고 인연이 되어 각종 추사 김정희에 대한 책을 섭렵하였다..

그런데, 위 글씨에 관한 이야기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위 글씨가 추사체의 진본인지 항상 궁금했다..

최근 지인 한분이 추사에 관한 수필을 썼는데, 그 분은 많은 전문가도 만났다고 한다..

그래서 위 표구 사진을 보내 주고, 전문가의 의견을 물었달라고 부탁했다.

그분이 예산고 교사로 추사체에 안목이 깊은 노재준씨에게 자문을 했단다..

자문결과, " 위 글씨는 추사체가 맞고, 원본(아래 사진)은 과천 추사박물관에 있다.

다만, 위 탁본의 좌측의 추사 김정희 글씨와 낙관은 진본이 아니다.."

즉, 누군가 추사체로 판각하면서 추사 김정희와 낙관을 임의로 첨가하여 완성시킨 것이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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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속 어느 집에 걸린 현판..

 

獨坐觀心  독좌관심

홀로 앉아 마음을 본다..

 

채근담에 나오는 글이다..

 

夜深人靜  獨坐觀心 야심인정  독좌관심

밤이 깊어 조용 할 때
홀로 앉아 마음을 들여다 보라

始覺妄窮而眞獨露  시각망궁 이진독로  

망상이 없어지고 진심만이 나타날 때 

每於此中得大機趣  매어차중 득대기치  

언제나 이런 가운데서 大眞理를 얻을 수 있다.

                                    

영화 검객..
인조연간 무능한 조정과 청나라 포악질에 고통당하는 민생을 배경으로 한 퓨전사극..
그 고통의 틈바귀에서 광해군의 호위무사였던 검객의 딸 구출기..
딸의 정체는 밝히기 어렵지만 장혁의 검투장면은 볼 만하다..
나의 관심사는 무능하고 위선적인 조정대신의 뒤에 놓인 병풍의 글씨에 쏠렸다..

春潮帶雨晚來急(춘조대우만래급)
野渡無人舟自橫(야도무인주자횡)

 

봄 강물은 비에 불어 밤 되니 더욱 세찬데,
나루터에 사람은 없고 배만 홀로 걸쳐 있네.

 

이 시는 당나라 위응물의 저주서간(滁州西澗)의 뒷 귀절이다..

앞귀절은 이렇다.

 

獨憐幽草澗邊生(독린유초간변생)
上有黃鸝深樹鳴(상유황려심수명)

개울가에 자란 풀 홀로 어여쁘고,
꾀꼬리는 나무 깊은 곳에서 울고 있다.



병풍의 또 한귀절은
百畝庭中半是苔(백무정중반시태)
桃花淨盡菜花開(도화정진채화개)

넓은 뜰은 반이나 이끼가 들어차고,
복사꽃 다 사라지고 야채꽃만 만발했네.

이시는 당나라 시인 유우석의 재유현도관 시의 전반부다..
후반부는
種桃道士歸何處 (종도도사귀하처)
前度劉郞今又來 (전도유랑금우래)

복사꽃 심던 도사들 다 어디 가는가?
전에 왔던 나(유랑)는 다시 왔는데..

<설명>
촌구석으로 좌천되어 "누실명"지어 유명 시인이 된 당나라 유우석..
그가 10여년 만에 장안으로 돌아와 현도관의 복사꽃 구경가서 지은 시 "유현도관(游玄都觀)로 또 다시 좌천된다..
그리고 14년만에 다시 장안에 돌아와 현도관을 방문하여 지은 시가 재유현도관(再游玄都觀)이다..
다시와 보니 복사꽃은 없어지고 채소밭으로 변해 잇더라는 이야기..

***
斷雲歸鳥暮天長(단운귀조모천장)
深洞幽蘿暗竹房([심동유라암죽방)

저무는 하늘 조각구름 사이로 새가 길게 날아오고
깊은 골 그윽한 덩굴 속에 대나무 방은 어둡다.

<설명>
단운귀조모천장은 명나라 시인 심응(沈應)의 송악중례지진우의 한 귀절이다..
위 병풍은 추사체로 여러 시인의 글귀를 따서 만들어진 것이나, 진품은 아닌 듯하다..
특히 이 영화의 배경은 인조연간인데..순조-헌종때 유행한 추사체 병풍이 배경으로 있다면
고증에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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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시골집 기둥에 걸린 글씨..

궁차익견(窮且益堅)..궁할수록 더 굳게

당나라 시인 왕발의 등왕각서에 나오는 귀절이다..
窮且益堅 不墜靑雲之志, 궁차익견 불추청운지지
곤궁하더라도 더욱 더 뜻을 굳게 지켜 청운의 뜻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청운의 뜻이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장구령처럼 한탄할지도 모른다..

거울을 비춰보니 백발이 성성하구나
옛날에는 청운의 뜻 품고 있었지만
어느 사이에 백발의 나이 되었구나
누가 생각이나 했었으랴
거울 속에서 나와 내 그림자가 서로 불쌍히 여기게 되리라고..

宿昔靑雲志 숙석청운지
蹉跌白髮年 차질백발년
誰知明鏡裏 수지명경리
形影自相憐 형영자상련

***
하지만 왕발의 기개는 다르다..
君子安貧, 達人知命 (군자안빈, 달인지명)
老當益壯, 寧移白首之心(노당익장, 영다백수지심)

믿는바, 군자는 가난을 편안하게 여기고 달인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안다.
늙어서도 품은 뜻이 더 왕성해지면 백발이 되었다고 어찌 마음이 바뀔 것인가?
곤궁하더라도 더욱 더 뜻을 굳게 지켜 청운의 뜻을 버리지 않는다..


일식집 벽에 써있던 글씨

 

樹老根先枯 (수로근선고)

人老腿先衰 (인로퇴선쇠)

 

나무가 늙을 때는 뿌리가 먼저 마르고

사람이 늙을 때는 다리가 먼저 약해진다

 

즉, 뿌리가 마르면 나무가 죽기 시작하고

다리가 약해지면 사람이 늙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니

부디 걷고 걷고 또 걸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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