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성현의 용재총화에 나오는 한 에피소드가 눈을 확 끈다..

 

권 아무개라는 선비가 자기가 음악을 배운 이야기를 하였다.

 "어렸을때 밤중에 친구 집으로 가는데 마침 길가에 있는 집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창 밖에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남자와 여자가 이불을 끼고 앉아 있었다.

남자는 나이가 젊고 준수하게 생겼으며 여자는 아름답기가 비길 데 없었다.

 여자가 일어나 시렁 위에서 작은 광주리를 가져 왔다.

그리고 광주리를 열더니 육포와 밤을 벌여 놓고는 은그릇에 술을 데워서 각각 서너 잔씩 마셨다.

 남자가 거문고를 당겨 줄을 고르니 여자가 '풍입송(風入松)' 곡을 타세요' 하고 청하였다.

남자가 줄을 고르고 천천히 타니 이에 맞춰 여자가 노래를 부르니 그 소리가 구슬을 굴리는 듯하였다.

나는 아름다운 광경에 부러운 생각이 그칠줄 몰랐다. 세상에 어찌 이러한 사람이 있겠는가? 그들은 신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음악을 배웠는데 풍입송부터 먼저 배우고 여러 곡을 배웠다. 

 

***

 

이 춥고 긴긴 겨울 밤에 거문고를 튕기며 풍입송 읊는 여인과 술한잔 즐기는 저 사나이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풍입송을 구해 들어보니 그 청아하고 유장함이란..

 

세상사는 구름이라 험하기도 험하구나
엊그제 빚은 술이 얼마나 익었느냐?
술잔을 잡거니 권하거니 실컷 기울이니
마음에 맺힌 시름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구나
거문고 줄을 얹어 풍입송을 타자꾸나
손님인지 주인인지 다 잊어버렸도다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에서 풍입송의 사랑을 읊을 만한 노래다..

 

풍입송 감상 : http://goryeogayo.culturecontent.com/sub.asp?cate=movie&cid=0&t=%C7%B3%C0%D4%BC%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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