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걷기에 따라갔다..KTX를 타고 동대구로 가서 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타고 5정거장, 거기서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라흐마니노프와 사계(봄)을 들으며 푹 자다보니 병산서원 2KM 직전 삼거리에서 내렸다..

잠시 아스팔트 길을 걸으니 비포장 흙길이 기다린다..

차를 타고 문화답사 다닐 때는 비포장 길을 만나면 눈를 흘기며 정부를 비판하다가, 이제 걷기 열풍에 편승하면서는 포장된 길에 대하여 문화적 몰감각에 대하여 거품을 품는 나의 이중성을 발견하곤 쓴 미소를 짓는다..

병산서원 가는 길에 만난 낙동강은 아직 잠에서 덜깬 모습이다..

 

 

 노처녀 시집가자 등창난다더니..벼르고 숙고하여 멀리 온 날에 어찌 카메라를 놓고 왔는지..

핸드폰으로 풍광을 찍으려니 왕희지 글씨를 연필로 묘사하는 것 같아서 영 개운치 않다..

하여간 병산서원까지 2KM를 걸어와  복례문을 지나 만대루에 오른다..

두보의 시 '백제성루(白帝城樓)'의 한 구절인 '취병의만대 백곡회심유(翠屛宜晩對 白谷會深遊)'에서 따왔다는 현판..
 ‘푸른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수는 늦은 오후 마주 대할만 하고, 흰 바위 골짜기는 여럿 모여 그윽히 즐기기 좋구나’.

과연 낙동강 건너 병산을 대하고 있는 이곳은 이름과 실제가 명실상부하다..

 

 

 

만대루에 앉아 정좌를 하고 단전으로 숨을 고요히 고르며..

조선조 가사 춘면곡(春眠曲)을 듣는다..

"춘면을 느짓깨어 죽창을 반개허니 정화는 작작헌데
가는 나비를 머무는 듯 안류는 의의허여 성긴내를 띠웠세라.."

 

봄잠을 늦게 깨어 죽창을 반쯤 여니
뜰의 꽃은 환한데  가는 나비가 머무는 듯
강기슭의 버드나무는 가지가 늘어져 바람에 나부끼어  성긴 안개를 띄었구나.

 

봄잠에 느지막이 깨어 만대루에 올라 시조창으로 느릿하게 "춘~면을~.."하고 읇조리는 기분...

 이 봄날에 이곳 정취와 딱 맞아 떨어진다..

 

 

잠시 서원 앞 솔숲에 앉아 가져온 안동소주를 한잔 하며 서로 권하니 과거엔 사대부요..현재는 오대부로다..ㅎㅎ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 로 넘어가는 길은 두가지..강변따라 가는 길과 화산을 넘어 가는 길..

강변따라 가는 길도 가다보니 새로 신설한 산으로 이어지는 오솔길로 낙동강을 감상하면서 걸어가기 십상이다..

올레 7코스..여강의 벼랑길..금강 둔주봉 피실길에 못지 않은 운치가 있다..

 

 

 하회마을 충효당 옛집을 둘러 보고 나와 강변 길을 걸으니 3년전 답사와서 새벽에 만났던 그 고목이  그자리에 그대로세..

 

 

솔 바람 무성한 만송정..만송의 합창을 들으며 걷는다..강건너 부용대와 강건너는 나루배도..만송정 숲속에서는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이번 걷기의 아쉬운 점은 하화마을 입구부터 탈박물관까지 이어지는 강변길을 놓아두고 식당를 찾느라 포장길을 걸엇다는..뒤늦게 합류한 강길..

저 멀리 부용대가 보이고..

이 흙길..지나간 미인을 보듯 자꾸만 돌아다 본다..이쉬워 입 맛을 다시며..

 

 

탈박물관 부근 식당에서 안동 간고등어로 점심식사를 한다..

각종 술를 주거니 받거니..안동 소주..이집트 양주..와인..막걸리..참이슬..가랑비에 옷젖듯 얼큰하다..

그리곤 주차장 정자에 찬바람 맞으면서 조선조 힛트송 "풍입송"을 들으며 옛 미인들이 거닐던 무릉도원의 꿈길을 헤멘다..

다시 버스를 타고 부용대로 향한다..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 마을은 한폭의 동양화다..

동양화 모르는 사람도 이 곳에 오면 느낀다.."아..동양화는 이렇게 실물을 그대로 그린 그림이구나.."

이곳에서 보면 하회 마을이 연화부수형의 명당이라는 말도 웅변없이 실감된다..

 

 

부용대에서   겸암 정사을 향해 간다..유성룡의 형 겸암 유은룡의 수신터..

낙동강의 절경..오늘 다보면 내일부터 낙동강은 밑천이  다 떨어지는 것 아닌지 모른겟다..

 

 

겸암 정사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면장이라도 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한다는 속설이 맞는지도 모른다..

이런 멋진 풍광 속에서 멋진 선인들이 태어나고 이름을 날리고 후손과도 이렇게 이어지고 있으니..

다시 부용대 입구로 옥연정사로 내려오니 날은 흐리고 빗방울이 오락가락..

시간도 되고..하여 여기서 종료다..

하회마을 삼거리-병산서원-하회마을 - 강변길- 탈박물관 , 부용대-겸암정사 까지 약 11km..제법 피로하다..

오늘 못간 옥연정사-광덕교-구담습지-구담교 구간은 언제 인연이 닿으면 가겠지..

 

 

 

 오늘의 걷기에서 만난 봄의 전령..좌상부터 산수유 꽃망울..마을 장독..선비형상 가로등..탈공예관의 웃음인심 끝내주는 장승..

 

 

낙동강에서 오리를 만낫다..

솟대에 앉아 하늘로의 소명의 부활을 꿈꾸는..

그대 걸으면서 우리 것 살펴보고 자연과 스킨십하며 삶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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