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걷기에 나섰다..일요일 집안 한식 행사로 장거리 도보를 포기하는 대신으로..

운동부족으로 뱃살이 붙는 아들도 조련할 겸..

직동에 도착하여 새로 만든 표지판을 보고 새로 만든 길로 웃피골을 지나쳐 보호수 옆 표지판을 보고 산성길로 오른다..

조금 올랐는데 벌써 대청호가 파르라니 보인다..

 

 

제법 업다운을 하느라 아들놈도 숨이 찬가본다..

내가 걷기 시작하기 전.. 저 녀석 살 붙기전에는  내가 그꼴이었는데..이제는 뒤바뀌었다..

천리행군의 보람이 느껴진다..

 

 성치산성 오르기 전에 망칙한 모양의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이름을 붙여야하는데..뭐라해야하나..

19금 나무..포르노 나무..ㅎㅎ

 

 

성치산성을 가는 능선 사이 사이 좌우에 대청호가 버티컬 커튼 처럼 펼쳐진다..

아름다운 길.. 다벗은 것 보다 50% 가린것이 더 색시하다던가..

오늘은 저 망칙한 나무땜시로 계속 이상한 이야기로 빠진다..ㅎㅎ

 

 

 

성치산성의 모팅이에 앉아 대청호를 바라본다..

이 산성은 백제시대 산성이다..

이 지역은 백제-신라의 접경이었던 시절..금강을 따라 수십개의 산성이 얼키고 설키고..서로 뺏앗고 뺐기는 혈전의 현장..

1000년의 세월이 지나 이젠 고요의 호수 속에 침잠하였지만..산성의 흩어진 돌들이 아물지 않은 그때의 상처처럼 뚜렸하게 남아 잇다..  

 

 

산성을 내려오자 비로소 걷기 편한 흙길이 전개된다..

석양에 걷는 소나무 숲길은 그저 편안한 평화와의 대화..

 

 

 

한참을 길에 취해 걷다가 지팡이를 붙잡는 것이 있어 비틀거리며 언덕을 보다 놀란다..

언덕위에서 괴수가 큰 팔을 휘두르며 쫒아오는 것 같다..

안목을 정돈하여 발밑부터 살피니 스틱이 돌틈에 걸려 잘 빠지지 않는다.. 

 

 

 

 이 봄에 처음으로 만나는 개나리..진달래..살구꽃..이름모를 꽃들..구름꽃같은 산버섯도..

걷기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보물창고다..보물창고를 열고 보물을 헤아리는 기분 아시겠는가??

 

 

이봄의 생명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죽은 등걸에 싹띄운 잡초..생명의 약동을 찬양하는 나같이 생긴 피리부는 사나이.. 

 

 

이 마을은 가을에 허수아비 축제로 유명하다..마을 입구에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 가족이 모두 나와 환송을 해준다..

언제든지 오셔유..스트레스 확 땡길땐 와서 걷구 막걸리 팍~ 마시고 고래 고래 노래 부르다 승이 풀리거든 가셔유~~

 

 

인근 장어식당에 앉아 아들과의 술한잔..아들이 여행때 사온 이집트산 싸구려 양주도 먹으니 취한다..

취한 눈으로 문득 벽을 보니

부러운 사내가 노를 젓고 잇다..

농암의 어부가가 들려온다..

 

이중에 시름없으니 어부의 생애로다

일엽편주를 만경파에 띄워두고

인간세상을 다 잊었거니 날가는 줄 아는가.

 

산머리에 구름이 일고 수중에 백구가 나니라

무심코 다정하니 이 두 것이로다

일생에 시름을 잊고 너를 좇아 노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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