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걷기에 갔다..

하지만, 모처럼 친목회 모임과 겹쳐서 오전만..그것도 일행보다 먼저 걷기로했다..

호젓한 길을 홀로 걷는 기분..나쁠리 없다..

 

 입구 부분에 예쁜 고래 한마리가 잇다..

고래잡으로 동해가자고 외쳐대던 대학시절을 생각나게한다..

대평리 가는 곳에 고래뜰 마을 입구에 고래상을 놓았던데,  이 곳 지명도 고래뜰이라 해도 좋겟다..

좀 더가니 취수탑인지 낡은 시멘트 구조물이 사명을 다하고 주변 풍경의 눈치를 보면서 어찌해든 조화하면서 잔명을 보전하려고 애쓰고 잇다..

 

 

 이 길은 원래 보은 가는 국도였다..

예전에 옥천 구읍에서 정지용 생가-육영수여사 생가앞 국도를 지나 이곳을 지나  장계리로 넘어가는 길이 예전의 국도였단다..

그러나 대청호가 생기면서 길은 만수때는 수몰되고 요즘 같은 갈수기에만 드러난다..

요즘이 이 길을 걷는 적기이다..

 

 

오늘 일기예보는 구름낀 흐린 날이라더니..웬걸..

햇살이 화살같다..

맞은편에 보이는 산줄기에는 옥천구읍-마성산-이슬봉-장계리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다..

저 산위에서 보는 이 곳 강줄기의 풍경은 항공사진으로 보는 것 같다..

 

 

5월말의 강가엔 많은 꽃들의 영화가 교차하였다..

복사꽃, 조팝나무꽃, 철쭉꽃은 사라지고  찔레꽃, 엉겅퀴, 메꽃, 나팔꽃이 가득하다..

화무십이홍(花無十日紅)이요..꽃은 10일 붉기 어렵고..

달도 차면 기우나니.. 

 

 

이 물길은 둔주봉에서 흘러내려와 장계대교아래를 흘러 비로서 대청호에 도달한다..

머지않은 이곳부터 벌써 물이 흐르는듯 마는듯..잔잔하여 흡사 청동거울 같이 흐린 경치를 비춘다..

 

 

짧은 사랑..속절없는 사랑의 대명사..나팔꽃..메꽃..

이 강변에 늘펀하게 피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노래한다..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속절없는 사랑아~~

마지막 선물 잊어주리라..립스틱 짙게 바르고..

 

하지만..이들의 립스틱은 너무 엷다..

 

 오후 모임 약속때문에 돌아오는 강변에서 일행과 합류하였다..

막걸리 얻어 마시고..출석사진에 얌체같이 동참한다..

물가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는데..

대표께서 한마디.."물나오게 잘 박아!!"

동시에 웃음이 터진다..

사진빨 잘 받았을 단체사진이 궁금하다..

 

오후에 친목회 사람들에게 둔주봉-피실코스를 가이드한다..

모두들 헤벌쭉..

피실에 앉아 육포에 막걸리, 양주 한잔..

5월의 피실엔 신록이 중후한 청록으로 바뀌었다..

 

 

 

 기우는 햇살이 산등성이를 넘어서 우리는 금정골- 고성를 거치는 강변길을 걸어 독락정으로 간다..

 강가에 찔레꽃이 노래를 부르며 우리를 환송한다..

 

찔레꽃 붉게 피이~는 나쪽 나라 내고향

언덕위에 초가 삼간 그립습니다..

자주고름 입에 물고 눈물흘리며

이별가를 불러 주던 그리운 사람아..

 

이어지는 노래..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붉은 찔레꽃이든 하얀 찔레꽃이든 서럽기는 마찬가지인가보다..

하긴 5월도 다가고..

일기일회(一機一會)..언제 오늘..이 호시절을 다시 즐기랴.. 

 

 

 

 저녁엔 수북리 건너편 석탄리 안터 마을 친구 집에 눌러 앉아

 고기에 막걸리..쇠주..맥주..폭탄주..죽통주..백세주..골고루 한잔씩..

2차하기 위해 다시 수북리로 걸어가는 하늘에

 휘영청 밝은 달이 떳다..

 

달 밤을 걸어 수북리 구멍가게에서 술한잔 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눈이 저절로 감겨 졸며 걷다가

고랑에 몇번이나 빠질 뻔하였느데도

무사히 귀환한 것은

걷기를 통해 친해진 산천초목의 돌보심때문이라..

 

 

 

 다음날..안터마을 친구집에서 기상하여 청마리쪽 임도를 1시간 정도 산책한후..

다시 집결하여 안터마을 뒤쪽으로 가서 배를 빌려타고..

둔주봉-피실방향으로 향한다..

 

 

 

 

 

갈수기라 배바닥이 모래에 닿아 배띄우기 여간 힘든게 아니다..하여간 여럿이 용을 써서 배를 띄우고 간다..

둥둥실 두리둥실가는 뱃전에서 물비늘을 바라본다..

강에는 한쌍이 일엽편주를 띄우고 조어삼매를 즐긴다..

 

일난풍화(日暖風和)..날은 따뜻하고 바람은 조화롭다.. 

 

 

 

30여분을 거슬러 올라 피실이 바라보이는 곳에 다닿랐다..

내 생각 같으면 피실에 상륙하여 안터마을까지 걸었으면 하였는데..

워낙 갈수기라 배를 대다가 좌초할 까 싶어 그냥 회항한다..

 

 

 

 

한달사이에 세대교체를 하여 권력을 잡은 화류계의 새로운 스타들..대부분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른다..

오늘 서로 눈팅한 것도 인연이라..

 

 

 

모임의 해단식은 지용 생가옆 서예가 부부가 운영하는 비빔밥집에서 점심을 들면서 하였다..

식사도중에 벽에 주인 서예가가 쓴 글이 눈에 들어온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오늘이 그날이다..

아름다운 소풍 날..

친구들! 서울 잘 올라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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