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숙소여서 그런지 모처럼 냉기를 느끼며 일어낫다..밤새 모기도 한마리 못보고..
청정한 아침에 밥집을 향해 걸어가는 길..산과 물 사이로 안개와 구름 4자회담이라도 하는 듯..
아침식사후 곰배령을 향하여 간다..
설피밭 길가에 찻집.. 설향..눈의 고향이라..겨울엔 제법 눈이 많은가 보다..
옆에 "끽다거" 차마시고 가라는 선문답을 걸어 놓았는데..무심히 지나친다..
곰배령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하루 출입자를 100명으로 제한한단다..
그 통제소 못밑쳐 길가의 기생초가 연신 미소를 보낸다...
왜 곰배령인가?
혼자 셍각에 곰배팔에서 나온 말인가 했더니..곰이 배를 드러내고 누운 형상을 따서 곰배령이란다..
통제소 입구의 장승..큰코에 왕방울 눈..변강쇠와 씨름하였다는 그 장승이라 해도 되겠다..,
곰배령 길에 접어드는 순간 충주 하늘재를 떠올린 건 왜 일까?
적당한 품과 하늘을 가린 숲의 높이와 시원한 그늘..편안한 흙길이 그 곳과 닮았다..
다른 건 물이다..곰배령을 오르는 내내 물소리가 끊이지 않으니..
아마 물소리와 바람소리와 함께 걷는 길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계곡의 물소리가 바로 부처의 장광설이니 溪聲便是長廣舌
산의 빛깔이 어찌 청정한 몸이 아니겠는가 山色豈非淸淨身
밤이 오자 팔만 사천 게송을 설하니 夜來八萬四千偈
훗날 남에게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他日如何擧似人
아마 소동파도 이런 길을 걸엇나 보다..
계곡물소리가 바로 장광설이라고 하였으니..딱 그 느낌이다..
청산리 벽계수를 따라 쉬지않고 곰배령을 오르다가..
가다가 잠시들른 쉼터에서 미숫가루 한잔 마신다..
강선마을 가는 길..신선이 내려와 사는 마을인가...
이런 곳에 살면 절로 신선이 되리라..
이름 모를 꽃들의 환영을 받으며..강선마을을 지나가니..우리는 승선(昇仙)이 되는건지..
계곡에 잠시 앉아 지고가던 막걸리 꺼내 시원하게 한잔 들이킨다..
이 좋은 경치..천천히 느긋이 음미하며 걸어가야지..
밥먹는 속도와 섹스하는 속도와 비슷하다는데..걷는 속도은 어떨지..
곰배령을 오르는 마지막 구간 약간의 까풀막..그래봐야 그저 구여운 앙탈 정도...
슬슬 야생화가 눈에 들어온다..침침한 내눈에 보이는 것은 몇개뿐..
하기야..여러 이름 들어봐야 기억도 못한다..
분홍 새댁 같은 둥근 이질풀은 기억나는데 저 노랑 꽃은 무언지 기억이 없다..
주황색은 동자꽃이고 저 자주색은 애기앉은부채로 곰배령의 귀한 식물이란다..
고개마루를 앞두고 동자꽃..이질풀.. 산꼬리풀..아름답게 공화를 이루엇다...
고개에서 바라보는 능선...소 잔등처럼 편안하다..곰배령은 작은 점봉산에 있고 잇다라 점봉산으로 이어진다..
저멀리 설악산 대청봉도 보이고..바람부는 능선 데크에서 점심을 든다..
내려오는 길..오르면서 쉬던 그곳에서 다시 쉬면서 발을 담구니..한기가 발바닥을 통해 몸깊이 스며든다..
내려오는 길 내내에도 계곡물의 장광설이 이어진다..
무슨 소린가 자세히 들어보니..이렇다..
"곰배령 정상에는 동자가 애기앉은부채를 부치며 산꼬리풀을 먹다가 이질에 걸렸네.."
나도 장광설에 박자를 맞추니 곰배령에서 본 4가지 꽃은 내마음에 영원히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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