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 서 ( 蘭 亭 序 )

 

행서의 용(龍)이라 불리는 난정시서(蘭亭詩敍)는 왕희지가 51세 때에 '흥에 겨워서 쓴' 작품으로, 고금의 서적중에서 영원히 빛나는 밝은 별이라 하겠다.

동진의 목제(穆帝) 영화(永和)9년 3월에 명승지 난정에서 우군장군(右軍將軍) 왕희지의 주재하에 성대하고 풍아(風雅)로운 모임을 가졌다. 거기서 각지의 명사들이 모여 시를 지었는데 이것으로 난정집을 엮었다.

 여기에 왕 희지가 전서(前序)를 보탰는데 이것이 유명한 난정서가 된 것이다.

즉석에서 시편의 서(序)를 짓고 쓴 것이지만 서(書)뿐만 아니라 문장이나 사상도 지극히 높은 수준의 작품이라 한다.

이 진적은 줄곧 왕가(王家)에 진장되어 7대째인 지영(智永)에게까지 전해졌다가, 당태종이 왕희지의 글씨를 몹시 사랑하여 이 난정서를 입수했다.

후에 당태종은 이를 존중히 여겨 "천하 제일의 행서"라 명하고 죽을 때 관속에 같이 넣게 함으로써 아쉽게도 진적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지금 전하여지는 것은 임서한 필사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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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집서 /왕희지


영화9년 계축년(353년) 3월초 회계 산음의 난정에 모여 "계제"를 행하였다.


여러 현인들이 모여들고 노장이 함께 어울렸다.

이곳은 높은 산, 고개가 있고 깊은 숲, 울창한 대나무 그리고 맑은 물이 흐르는 여울이 좌우로 띠를 이루었다.


흐르는 물을 끌어 잔을 띄우는 물굽이를 만들고 순서대로 자리를 잡으니 비록 성대한 풍악은 없어도

술 한 잔에 시 한 수씩 읊으며 또한 그윽한 정회를 펼칠만 하였다.


맑은 날씨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날, 머리를 들어 세상의 넓음을 우러르고 고개를 숙여

사물의 흥성함을 살피면서, 경치를 둘러보고 정회를 펼침에 보고 듣는 즐거움을 두루 만끽하니 기쁘기 한량이 없었다.


무릇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서 한 평생을 살아가되, 어떤 사람은 벗을 마주하여 서로 회포를 나누고,

어떤 사람은 정회를 대자연에 맞기며 유람을 하기도 한다.


비록 취하고 버리는 바가 서로 다르고, 느긋하거나 조급한 성향도 각자 같지 않건만, 자신의 처지를 만족하며

잠시나마 득의하면 기쁘고 흡족함에 빠져 장차 늙어 죽으리라는 것도 모르는 법이다.


(그러나) 흥이 다하면 다시 권태로워지듯, 감정이란 세상사에 따라 변하는 것이니,

감흥도 단지 그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다.

예전의 기쁨도 고개 돌리는 잠깐 사이에 곧 시들해지니 그로 인하여 더더욱 감회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사람 목숨의 길고 짧음이 하늘에 달려있다 해도 결국에는 죽어야 할 운명임에랴.

옛사람이 이르기를 "死生亦大矣(죽고 사는 것이 역시 크도다)”라고 했으니 어찌 애달프지 않으리오!


매번 옛사람들이 감흥을 일으켰던 까닭을 살펴보건대 마치 내 마음과 딱 들어맞는 듯하여,

그들의 글을 보며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가슴에 와 닿지 않음이 없었다.


그런즉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말이나 팽조가 요절하였다는 식의 말이 얼마나 허황되고 거짓인지 알겠다.


후세 사람들이 오늘의 우리를 보는 것 또한 오늘 우리가 옛사람을 보는 듯하리니, 슬프도다.


오늘 모임을 가졌던 사람들이 모두 그 술회를 시로 적었으니 비록 후세에는 세상이 달라져도

정회가 일어나는 까닭은 한가지인즉 뒷사람도 이 글을 보면 또한 느끼는 바가 있으리라.

 

(원문)

永和九年, 歲在癸丑, 暮春之初, 會于會稽山陰之蘭亭, 修契事也.

영화구년, 세재계축, 모춘지초, 회우회계산음지난정, 수계사야.


群賢畢至, 少長咸集. 此地有崇山俊嶺, 茂林修竹; 又有淸流激湍, 映帶左右.

군현필지, 소장함집. 차지유숭산준령, 무림수죽; 우유청류격단, 영대좌우.


引以爲流觴曲水, 列坐其次; 雖無絲竹管弦之盛, 一觴一詠, 亦足以暢敍幽情.

인이위류상곡수, 열좌기차; 수무사죽관현지성, 일상일영, 역족이창서유정.


是日也, 天朗氣淸, 惠風和暢; 仰觀宇宙之大, 俯察品類之盛; 所以遊目騁懷, 足以極視聽之娛, 信可樂也.

시일야, 천랑기청, 혜풍화창; 앙관우주지대, 부찰품류지성; 소이유목빙회, 족이극시청지오, 신가락야.


夫人之相與, 俯仰一世, 或取諸懷抱, 悟言一室之內; 或因寄所託, 放浪形骸之外.

부인지상여, 부앙일세, 혹취제회포, 오언일실지내; 혹인기소탁, 방랑형해지외.


雖趣舍萬殊, 靜躁不同; 當其欣於所遇, 暫得於己, 快然自足, 不知老之將至.

수취사만수, 정조부동; 당기흔어소우, 잠득어기, 쾌연자족, 부지노지장지.


及其所之旣倦, 情隨事遷, 感慨係之矣. 向之所欣, 俯仰之間,

급기소지기권, 정수사천, 감개계지의. 향지소흔, 부앙지간,


以爲陳迹, 猶不能不以之興懷; 況修短隨化, 終期於盡. 古人云: "死生亦大矣." 豈不痛哉!

이위진적, 유불능불이지흥회; 황수단수화, 종기어진. 고인운: "사생역대의." 기불통재!


每覽昔人興感之由, 若合一契; 未嘗不臨文嗟悼, 不能諭之於懷.

매람석인흥감지유, 약합일계; 미상불림문차도, 불능유지어회


固知一死生爲虛誕, 齊彭傷爲妄作. 後之視今, 亦由今之視昔, 悲夫! 故列敍時人, 錄其所述, 雖世殊事異,

고지일사생위허탄, 제팽상위망작. 후지시금, 역유금지시석, 비부! 고열서시인, 록기소술, 수세수사이


所以興懷, 其致一也. 後之覽者, 亦將有感於斯文.

소이흥회, 기치일야. 후지람자, 역장유감어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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