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걷기에 나섰다.

청주공항에서 6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1시간만에 제주 공항에 도착..

 

 

콘도가는 셔틀버스 운행시간 전이라 택시타고 제주항 인근 물항식당에 가서 시원한 갈치국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코스를 물색하다가 지난주 9.24. 올레 19코스가 개장되었다는 기사를 보앗다..

더구나 산길, 들길, 곶자왈, 오름, 해변 등이 세트로 몰려 있다니 옳다구나 낙점하고 검토결과 초반에 산길을 걷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김녕 서포구에서 출발하여 조촌 만세동산까지 19.9 km를 걷기로 했다..

택시기사와 콘도 숙소를 거쳐 김녕서포구까지 3만원에 흥정을 하고..숙소에 짐을 풀고 출발지로 가면서 기사가 네비에 "김녕서포구"를 쳐도, 신문에 나온 " 김녕어민복지회관"을 쳐도 뜨질 않는다..

당황하다가 다음 기착점인 "백련사"를 입력하니 뜬다..하여 일단 백련사에 도착하여 하차..다시 걸어서 서포구 표지판까지 왔다..

출발부터 고생이다..

 

 

자 출발이다..

간새야! 가자..

 

 

백련사를 지나 큰 도로를 건너 남흘동으로 들어서니 기장밭이 펼쳐진다..

 

 

김녕의 농로에서 문득 한라산이 눈에 가득찬다..

그래..오늘 한라산과 동무하여 걷자..

 

 

 

김녕 농로에서 자주 길을 잃엇다..

다른 올레코스와 달리 개설한지 얼마 안돼선지 표지가 부실하다..

하지만, 그때마다 한라산이 위로한다..

 

 

제주 감귤도 푸른 시절이 있다..

이런 풋내기 시절을 거쳐 농익은 황금과실로 거듭나는구나..

 

 

벌러진 동산으로 들어가는 길..

좁은 통로를 통해 들어가니 조심스런 마음가짐이 절로 생긴다..

 

 

제법 길게 이어지는 산길에는 곶자왈 지역이 포함되어있다..

곶자왈이란 화산석 위에 형성된 숲을 말한다..

보온 보습의 효과의 기능을 발휘하여 제주의 허파노릇을 하는데..

그동안 여러 위락시설건설로 많은 곶자왈이 훼손되었다고 아쉬워한다..

 

 

길을 잃고 헤메다 길에서 만난 동행과 주절주절 수다를 떨다 또 길을 잃고 잠시헤메다 만난 동복교회 화장실 보시에 감사드리고.. 

이제 북촌포구에 도착했다..

마침 1시경이 되어 북촌등명대를 등지고 있는 북촌다려전복 식당에 점심을 한다..

 

 

오분작뚝배기를 시켰더니 요즘 안된다고 하여

시원한 해물뚝배기를 시켰다...시원하게 배불리고 잠시 식당에서 토막 잠을 자고..

 

 

식당에 걸린 글씨..산숭해심..

추사의 글씨다..

산숭해심, 유천희해(山崇海深,遊天戱海)

산은 높고 바다는 깊다. 하늘에서 놀고 바다를 희롱한다.

오늘 이 코스를 상징하는 말 같다..

 

 

북촌에 방파제에 선 낚시꾼들.. 

 

 

이제 함덕 서우봉으로 오른다..

높이 106미터의 기생화산으로 제주 오름 중 하나..

 

 

서우봉(犀牛峰)..

물소가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오는 형상이라 하여 서우봉이라 불리는데..

 

 

서우봉에서 함덕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에 다시 한라산을 만난다..

 

 

한라산!!

 

태초로부터

명암을 이겨온

실존

 

인연의 선악에도

 자유로운

부동(不動)

 

 

함덕 서우봉해변에는 바람이 가득하다..

야자수도 바람에 겨워 고개를 돌리고..

 

 

이 함덕 해변에 삼별초 관련 비가 있다..

고려시대 무신정권의 말기 30년간 대몽항쟁을 포기하고 항복을 결정하자..항쟁의 주력 삼별초가 반란을 일으킨다..

진도를 중심으로 위세를 떨치다 세가 밀리자 제주로 퇴각..

이 곳 서우봉에 삼별초 최후의 거점이 설치되었다..

여원연합군을 이끌던 김방경 장군이 좌익을 비양도에 상륙시켜 혼선을 일으킨뒤 주력을 이곳 해변에 상륙시켜 접전..

삼별초의 최후를 장식한다..

 

이 해안에 제당이 잇다..서우제당..

서우봉 산신..동해 용왕..삼별초의 원혼..흠향 음복하시라..

 

 

그 옆엔 비목이 즐비...

 

왕방강 고롭서..와서 보고 가서 말해주세요

놀멍 쉬멍 걸으멍..놀며 쉬며 걸으며

옵데강 혼자옵저..오셨어요 어서 오세요

느영나영..너랑 나랑

 

정겨운 제주도 말들이 새겨져 잇다..

 

 

이 가을의 전령은 해변에 있으니 해국이라 불러야 되나?

 

 

아이들도 마지막 모래성을 쌓는다..

내년의 모래성을 기약하면서..

 

 

해변 끝자락 씨 블루 까페에서 백년초차를 마시며 통유리 너머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본다..

백년초..선인장 차라던가..

 

 

아쉬워 돌아보는 서우봉 해변에 홀로 선 간새(제주 조랑말)가 외롭다..

 

 

 

이제 신흥리 쇠물깍을 지난다..

쇠물깍은 산록 곶자왈에서 스며든 지하수가 해안에서 솟아나는 용천수 지역으로 이 물이 개울이 되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세찬 비바람에 내 몸이 패이고
이는 파도에 맺듯이 부서져도
나의 생은 당신의 조각품 인것을
나는 당신으로 인해 아름다운 것을...

 

나는 누구일까?

 

 

다시 한라산과 가슴을 맞대고 거친 호흡을 나눈다... 

 

 

 

넋을 놓고 한라산을 탐닉하는 나에게

갈때가 되었다고 갈대가 외친다..

 

 

드디어 조천읍 만세동산에 도착햇다..

제주 3.1 만세 운동의 기폭지..

당시 제주 인구 5-6천명이라던데..한반도 한민족이라는 뜨거운 마음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

 

오늘  한라산과 동무하여 느영 나영 걸었다..

행복한 올레 걷기..

 

<길평>

1. 코스  : 김녕 서포구 -백련사- 김녕 농로 - 벌러진 동산 - 동복교회 - 북촌등명대- 서우봉 - 함덕 해변 - 쇠물깍- 조천읍 만세동산 

               (19km)

2. 총평 : 들길, 산길, 곶자왈, 오름. 해변길 종합선물셋트 같은 길..다만 길표지가 아직 부족함 (A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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