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소리길 걷기에 나섰다..

전날 담양 걷기에서 늦게 귀가하여 다시 새벽에 일어나 떠난다..

무슨 유럽 여행하는 스케일이다..

 

 

11월초 까지 대장경 천년 문화축전이 열리는 곳..

해인사에 9월에 소리길이라는 걷기 코스도 개장되었다..

주차장 부근 소리길 입구에서 출발하여 가야산을 바라보며 해인사를 향해 걷는길..홍류동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함께한다.. 

 

 

툭터진 조망을 바라보며 완만한 오르막 길을 걷는데..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물을 비껴 붉은 노을이 감도는데 계명구폐의 소리 들려온다..

예가 무릉도원인가? 하는..  

옛시인의 감탄사가 들려오는듯..

 

 

나무는 가을을 타면 수줍어 붉어지는데 계곡의 수석은 뻔뻔하여 더욱 희여지나 보다..

 

 

홍류동 계곡으로 들어간다..

가야산의 속살이 마하의 그림처럼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 멋진 황금의 단풍..아니 금풍이 가득한 풍경..

나! 그림 속에 들어왓다..

 

 

감탄에 또 감탄..그러다가 감탄사 마저 잊은채 걸어간다..

 

 

여기 경상도 땅에 어제 담양에서 듣던 목소리가 들린다..

워메~ 급나게 멋져부러~~

억수로 좋타아이가!!

엄칭이 존네유~

아! 한마디로 허벌나게 멋있는 가을이 있다는 뜻이다..

 

 

법보종찰 가야산 해인사..편액도 단풍에 붉게 물들게 생겻다..

법보종찰이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어 얻은 이름....

고려 고종 몽고의 30년 침략에 국토가 거덜나던 시절..불심을 결집하여 국난을 극복하려고 시작한 대작업은 38년에 걸쳐 완성되엇다..

38년간 대장경을 조성하였음은 30년을 핍박당하던 폭력에 대한 비폭력 항쟁이랄까?

비폭력 항쟁은 위대하다..간디..자스민 혁명..처럼...생명력이 있다..

불교의 인연설이 아니더라도 몽고의 현재..우리의 현재를 비교해보면 인과응보를 생각하지 읺을 수 없다..

문화적 대응으로 승화시킨 우리는 세계 첨단의 산업으로 발전하였고..폭력에 의존하였던 몽고는 들판에 여전 말뿐이다..

 

 

 

작은 돌탑은 역사의 수레바퀴의 소리에도 그저 꽃을 보고 미소지을 뿐이다..

 

 

문득 저멀리 목탁소리..독경소리가 들린다..

절 지붕에 풍경소리도 울리겟지..

 

 

농산정..산에 둘러싸인 정자..

이곳은 신라말 고운 최치원이 은거하엿다는 곳..그의 시 한구절..

 

첩첩한 산을 호령하며 미친 듯이 쏟아지는 물소리에

사람의 소리는 지척 사이에도 분간하기 어렵네

시비하는 소리 귀에 들릴까 두려워

흐르는 물소리로 산을 모두 귀먹게 했구나

 

 

 

망해가는 신라를 떠나 속세 은둔하던 곳이 천년후엔 사람들의 집결지가 되었네..

 

 

홍류동(紅流洞) 계곡

단풍이 물에 어려 붉게 흐르는 계곡이라니 이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헌데..그 붉음을 미륵보살님이 모두 독차지 하셨네..

 

 

아니다..여기 저기 보시도 좀 하셨으니 너무 타박하지 말아야겠다..

 

 

어젯밤 풍우에 못 가득 낙화가 흐르더라...

 

 

홍엽이 꽃 처럼 흐르는 홍류동도 곡진하게 감돈다...

 

 

하물며 사람이야 감동이 없겠는가..

만산홍엽을 병풍삼아 계곡 너러바위에 앉아 주거니 받거니...

두어라..세상사 뜬 구름 비치는 흐르는 물 아니던가..

 

 

낙엽은 추풍을 원망하지 않는다..

때가 되면 낙엽이 되는 것을...

이왕이면 작은 돌탑에라도 적선이나 하고 가자..

 

 

달항아리..붉은 빛에 놀라 창백해졌다..

그대의 풍만함이 원만구족이라..

 

 

 

길상암에서 점심 반주로 양주..와인..복분자..동동주를 거들다 보니...

내얼굴에도 단풍이 들었네..내 단풍은 잊고 남의 단풍 찾으며 걷다보니 어느덧 일주문이라..

 

 

6.25 당시 한 비행기 조종사의 용기있는 폭격 거부로 고스란히 보존된 대장경과 해인사..

그는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세계 박물가게에 삼매에 든 보살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삼매 중에 최고의 경지는 해인삼매라던가..

바닷물이 거울처럼 고요하고 맑아지는 것과 같은 심오한 삼매..

해인사의 이름은 그렇게 탄생햇다..

 

 

이 좋은 가을이 잔치라도 벌인양 못속의 붕어도 단풍을 얻엇네..

 

 

잠시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쉬어 찻집에 들어간다..

 

 

 

붉음과 독대하다..

 

 

 

차한잔으로 불타는 붉음을 식히니 아련히 졸음이 밀려온다..

 

 

온갖 소리를 무거운 등짐인양 내려놓고 그저 고요히 앉았다.. 

 

 

오늘 소리길에서 듣는 소리 중 가장 근원의 소리..고요..

그 속에서 떠오르는 한 줄기 빛..

붉음이 오면 붉음과 놀고..

 

 

푸름이 오면 푸름과 놀고..꽃을 만나면 꽃을 즐긴다..

 

<길평>

1. 코스 : 대장경천년축전 주차장 - 소리길 입구- 홍류동계곡 - 길상암-해인사 일주문 (8km)

2. 총평 : 계곡을 따라 오르는 강길..들길..산길..데크..어우러진 몇진 길 (A급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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