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2편의 영화를 보았다..
동서양의 영화인데 우연히도 그 시사하는 바는 서로 비슷하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지못한다 (視而不見)는 대학의 한 귀절을 테마
로 하고 있다..
성경에도 있다.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비밀을 아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유로 말하였으니, 그것은 '그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누가복음 8장 10절)
1. 왕의 남자
<클라이막스>
“내, 실은 눈멀기로 말하면 타고난 놈인데,
그 얘기 한번 들어들 보실라우?
어릴 적 광대패를 첨보고는 그 장단에 눈이 멀고,
광대짓 할 때는 어느 광대놈과 짝 맞춰 노는 게
어찌나 신나던지 그 신명에 눈이 멀고,
한양에 와서는 저잣거리 구경꾼들이 던져주는 엽전에
눈이 멀고,
얼떨결에 궁에 와서는...
그렇게 눈이 멀어서...
볼 걸 못보고, 어느 잡놈이 그놈 마음을 훔쳐 가는 걸
못 보고. 그 마음이 멀어져 가는 걸 못 보고.
이렇게 눈이 멀고 나니 훤하게 보이는데 두 눈을
부릅뜨고도 그걸 못보고.
(억지 신명을 내며)
그건 그렇고!
이렇게 눈이 멀어 아래를 못 보니 그저 허공이네, 그려.
이 맛을 알았으면 진작에 맹인이 될 걸.”
***
연산군은 어머니에 눈이 멀어 대국을 보지 못했다.(정조와 비교된다.)
장생은 육신의 눈을 잃었으나 마음의 눈을 얻어 자유인이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 돈, 권력, 명예에 눈이 멀어 오늘도 무엇인가 망치고나 있
지 않을까 돌아보게 만든다.
2.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 (잭 블랙, 기네스 펠트로 주연)
주인공 할 라슨은 여자친구는 반드시 늘씬한 미녀여야 한다는 생활신조를
꿋꿋이 지키며 살아왔다. 그런 할은 우연히 유명한 심리 상담사 로빈스와 함
께 고장난 승강기에 갇히게 된다.
로빈슨은 할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동시에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최면요법을 받은뒤,
바로 그날 할 앞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로즈마리가 나타난다.
할에게 그녀는 미모에 지성까지 갖춘 최고의 존재다.
그러나 타인의 눈에는 그녀는 140㎏의 뚱뚱보에 지나지 않는다.
***
영화 무지하게 웃긴다.
한편, 눈이라는 감각, 미추의 인식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인간은 가시광선을 통해 사물을 무지개 빛 오묘한 빛깔로 파악하고 있으
나 개는 흑백으로만 본다고 하고, 또 사물를 열적외선으로 보는 외계인
을 다룬 영화도 있으니..
외모가 아닌 마음씨로 사람을 볼수 있다는 관점- 그리하여 뚱뚱녀이지
만 그 착한 심성을 가졌기에 절세미인으로 보이고, 이쁘장한 외모를 가
진 간호사는 오히려 마귀할멈의 모습으로 비추어지게 만들고 있다 - 참
으로 기발하다..
사물을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나 우리의 삶이 달라 질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사물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바라보기의 예술에 숙달된 사람
에게 세상은 늘 온전한 것이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외부세계가 바뀌어야 할 필요가 없고 바뀌
지도 않는다. 비결은 그것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바꾸는데 있다.
그러면 새로운 관점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행복은 세상을,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2006-0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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