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걷기..증평 좌구산 자연휴양림 부근 임도..

바람소리길이라 명명했네..

 

 

우선 휴양림 안에 천문대 표시를 따라 거북이 별보러 가는 길을 오른다..

 

 

오늘 사람 발자국이 없는 "숫눈"이라고 앞서 가라고 서로 권한다..

 

 

자그만한 천문대가 있네...

 

 

전망대에서 좌구산(座龜山) 골짝을 조망한다..

인근 망월산에서 보면 거북이 모양의 형세라 하여 좌구산이라 한다는데..

조선 중기 인조반정 모의하던 시절에는 개 구(拘)자를 써서 좌구산이라고 하였단다..

 

 

눈길을 걷는 기분은 조심스러워도 즐겁다..

 

 

천문대와 눈길..그리고 바람..여기는 리틀 소백산이다..

 

 

 

이 동네에 백곡 김득신의 시비가 있다..무슨 연고??

그의 묘가 이 동네에 잇다..

사마천의 사기 첫머리 백이 숙제전을 억번(10만번) 읽엇다는 사람..노둔함의 대명사..

그리고 끝내 포기하지 않아 늦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고 시인이 되었다는 대기만성의 인물..

 

 

입구 삼기저수지 둘레길에 그의 좌상이 있다..

그의 일화는 개그콘서트 못지 않게 웃긴다..

 

한번은 말을 타고 어떤 사람 집을 지나가는데, 책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말을 멈추고 한참동안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글이 아주 익숙한데, 무슨 글인지 생각이 안나는구나.”

말 고삐를 끌던 하인이 올려다보며 말했다. ]“부학자(夫學者) 재적극박(載籍極博) 어쩌구저쩌구 한 것은 나으리가 평생 맨날 읽으신 것이니 쇤네도 알겠습니다요. 나으리가 모르신단 말씀이십니까?”

김득신은 그제서야 그 글이 〈백이전〉임을 깨달았다. 그 노둔함이 이와 같았다.

하지만 만년에는 시로 세상에 이름이 났다.


그는 〈백이전〉을 1억 1만 3천 번 읽었다. 이때 1억은 지금의 10만을 가리키니, 실제 그가 읽은 횟수는 11만 3천 번이다.

그 자신도 이것을 자부해서 자신의 거처에 ‘억만재(億萬齋)’라는 당호를 내걸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얼마나 머리가 나빴으면 그는 길가다 우연히 들려온 〈백이전〉의 한 구절을 기억 못했다. 말고삐를 끌던 하인조차 질리게 들어 줄줄 외우던 글인데..


한번은 또 한식날 말 타고 들 밖으로 나갔다가 도중에 5언시 한 구절을 얻었다. 그 구절은 ‘마상봉한식(馬上逢寒食)’이었다.

마땅한 댓구를 찾지 못해 끙끙대자, 말고삐를 잡고 가던 하인 녀석이 연유를 물었다.

마땅한 댓구를 못 찾아 그런다고 하니, 녀석이 대뜸 ‘도중속모춘(途中屬暮春)’을 외치는 것이 아닌가? “말 위에서 한식을 만나니, 도중에 늦은 봄을 맞이하였네”로 그럴싸한 댓구가 되었다.

깜짝 놀란 김득신은 그 즉시 말에서 내리더니, “네 재주가 나 보다 나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네 말구종을 들겠다” 하고는 하인 녀석더러 말을 타게 했다.

하인은 씩 웃으며, 사실은 이 구절이 자기가 지은 것이 아니라, 나으리가 날마다 외우시던 당시(唐詩)가 아니냐고 했다. ‘아 참 그렇지!’ 하며 김득신은 자기 머리를 쥐어박았다는 것이다.

또 한번은 ‘풍지조몽위(風枝鳥夢危)’, 즉 ‘바람부는 가지에 새의 꿈이 위태롭고’란 한 구절을 얻었다. 여러 해가 지나도록 알맞은 댓구를 잇지 못했다.

하루는 새벽에 집안 제사를 지낼 때였다. 가을 밤이라 달이 밝고 이슬은 흰데 벌레소리가 뜨락에 가득했다.

막 제주(祭酒)를 올리려는데 갑자기 ‘로초충성습(露草虫聲濕)’, 곧 ‘이슬 젖은 풀잎에 벌레소리 젖누나’란 구절이 떠올랐다.

앞서의 구절에 꼭 맞는 대구(對句)였다. 마침내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시를 읊조리더니만 기쁨에 겨워 잔을 들어 자기가 홀짝 마셔 버렸다.

주변 친지들이 당황헤하자,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비록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살아 계셨다 해도 반드시 내 이 술 마신 것을 칭찬하셨을 게야.” 
 

 

휴양림에 놀러온 아이들 신낫다..눈썰매로 싱싱..

 

 

산 능선에는 상고대가 주렁주렁..

 

 

임도를 걷는데, 홀연 바람이 눈보라를 일으키며 엄습한다..소리도 보통이 아니다..

바람소리길이라 명명한 이유를 체감한다..

 

 

추운 길을 밥먹을 양지를 찾으며 타박 타박 걷는다..

 

 

좌구산 임도는 이능선과 골짜기 건너 반대편 능선까지 8부 능선에 조성되어 MTB 자전거 길로도 활용된다..

 

양지바른 곳을 골라 바람이 자는 틈틈을 이용하여 라면에 오뎅에 뜨끈한 국물을 끓여 빈속을 채우고 화끈한 보드카로 마무리한다..

 

 

이제 사랑도 눈에 들어온다..

식후음악으로 "부르고 불러도 모자랄 사랑아.."를 따라부르며..부른 배를 달래며 걷는다..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내 맘에 둘거야..가 댓귀로 따라 나오네..

시인의 동네를 걷는데 이 정도 노래공양은 올려야..

 

 

 

짧은 겨울 날..아쉬움을 달래며 하산한다..

 

 

율리마을 앞 삼기 저수지에 고드름이 조롱 조롱..

 

 

 

좌구산의 거북이들이 저수지에 놀러나왓네..

 

 

저멀리 원조 거북이가 보인다..

 

 

미륵보살님의 가피로 좌구산에 평화가 가득..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년에도 느리지만 꾸준히 걷는 행복한 한해가 되기를 빌어다오..

 

 

소망이 소복히 내려 앉은 듯 행복한 기분으로 오늘 걷기를 마침니다..

 

 

<걷기 코스>

좌구산 자연휴양림 - 거북이 별자리 보러가는 길 - 천문대 - 바람소리길 임도 - 율리 마을(솟점말) - 삼기 저수지 일주

약 12k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