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걷기에 나섰다...
지난 겨울 둘레길에 나서지 못해 몹시 안달이 났나 보다..
직바구리가 옥구슬 구르는 소리로 지저귄다..
역시 봄에는 새가 울어야 제격이다..
여름에는 천둥이 울고
가을에는 벌레가 울고
겨울에는 바람이 운다던가..
매화가 피었다..
일생 추워도 향을 팔지 않는다는 지조는 굶주려도 풀을 먹지 않는다는 맹호의 기상이고..
추위 속에서 정신의 고삐를 당기는 의기는 고승의 선기를 닮았다..
화개 정금마을의 녹차밭을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동백이 사춘기 녀의 젖몽오리처럼 이쁘다..
매화의 기상은 고택의 고목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천리향의 향기도 천리 밖으로 벌,나비 부르러 길 떠날 채비를 한다..
벌,나비는 백리 밖에서도 날아온다 하지 않던가..
개나리도 질세라..기지개를 켠다...
백화제방이로다..
각자 자기의 꽃을 피우는 봄..만물을 기르는 어머니의 품이라..
차밭 너머로 지리산 등줄기는 소잔등처럼 강건하다..
저 돌담위위 저 붉음은 무엇인가?
어여쁜 홍매
마치 흰저고리에 붉은 치마..
고요한 밤..원앙금침 깔아 놓은 방에
둘이 앉아
은쟁반에 금잔으로 호산춘 한잔씩 주거니 받거니
나는 거문고 타고 홍매는 풍입송 부른다면..
매화향이 가득한 해인의 바다에
고기는 졸고
미륵님은 삼매를 즐기시네..
초입부터 계속 오르막이다..
꽃을 즐기랴 사진찍으랴 해찰하면서 일행을 뒤쫓느라 바쁘다..
매화향과 녹차로 공양을 올리는 정갈한 절간이다..
누군가..저기 진달래!!
외치는 쪽으로 카메라를 대고 줌으로 당기니..오우..정말 진달래가 피어나는 중이다..
구비 구비 이어지는 지리산 둘레길..
정금마을- 대비마을 - 백혜마을-가탄마을로 이어진다..
구절양장의 길도 있고..
히어리..꽃이름 참 이쁘다..
봄의 노래라는 뜻의 이 꽃은 지리산 특산이란다..
며느리 밑XXX 이런 이름보다 백배 이쁘다
사람 이름은 요즘 손쉽게 바꿔주는데..꽃이름은 어디서 바꿔야하나..
꽃이름 등기소를 차리고 개명신청과 등록해주는 싸이트 운영하면 어떨까?
지리산 송아지..사진기 들이대자 부끄러워 눈을 감네..
지리산은 짐승도 순박하다..개도 짖지 않고 꼬리치는 만물의 마음이 평화로운 곳이다..
저런 집이 탐난다..
지리산을 병풍삼고..차밭을 정원삼은 저 집 사람이 친구라면 좋겟다..
가끔 가서 신세 좀 지게..
해서 동네 정자이름도 만수정이다..
만수(萬壽)란 무량수(無量壽)니 한량없는 나이라..불교에서는 극락을 뜻한다..
바로 이곳이 천국이라는 자부심이다...
지리산이 사람을 가만두지 않는다..
이 사람은 꽃을 보고..저 사람은 길을 가고..
상록의 집..마음은 언제나 푸른 청춘..
네 몸은 뼈만 앙상, 타다 남은 쇠가치
휘틀린 등걸마다 선지피 붉은 망울
터질 듯 맺힌 상채기 향내마저 저리어라.
-홍매유곡,김상옥-
길가 슈퍼도 한문으로 쓰면 족보가 있다네..
길가의 장승이 여그가 녹차의 고향이라고 한 말씀하신다..
화개천 가탄교를 건넌다..
화개(花開)..정말 오늘 이곳에서 이 고장 이름 지대루 지었다는 걸 실감한다..
화개면 법하마을을 지난다..
사군자 중 2군자가 모이셨네..
고고한 매낭자와 절개 높은 대쪽 선비..
선녀와 나무꾼??
이 두분을 가리키는 말인가??
매화 가득한 산길로 다시 들어선다..
홍매를 등지고 떨어지지 않는 길을 가느라 발이 무겁다..
대쪽 선비의 동네 길도 지나고..
솔선생의 높은 길을 허겁 지겁 올라가면
이 정상이 작은재다..구례 쪽 어안동 마을로 간다..
그러한 잠시 섬진강이 마중나왔다...
저 아래 기촌 마을이 보인다..
큰재를 넘는다는 말은 큰 비탈길이 기다린다는 말이다..
급경사에서 무릎이 아프다..
그래도 노란 산수유에게 위로를 받으면 걸을만 하다..
기촌마을 연곡천 섬에 앉아 점심을 먹고..막걸리..복분자..슬로베니아 와인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연곡천을 건너다 매화속에 잠긴 지리산록을 바라본다..
매화향에 취했는지..점심 술에 취했는지..눈 앞에 번쩍거림이 심해져 썬그라스로 바꿔낀다..
은어마을을 지난다..
연곡천에 은어가 많이 올라오나 보다..
은어는 5월에 잡힌다..
그런데..목아재까지 오르는 길이 계속 가파는 길이다..
술기운에 더위에 웃옷..속옷을 벗어 부치고 걷는데..
숨는 거칠고 다리는 피곤하다..
산수유 옆을 지나는 사람을 찍고..
돌아 앉아서 바라보면 지리산 동네 길이 나스카의 문양처럼 다가오고..
한참을 쉬고 다시 걷는데..기어코 탈이 났다..
오른쪽 다리 정강이에 쥐가 나더니..잠시 쉬었다 또 걸으니 허벅지 안쪽 까지 쥐가 난다..
아예 지리산길 해볕 아래 드러누워 잠시 숨을 돌린다..
아침부터 꽃을 즐기랴 사진찍으랴 해찰이 하면서 걷는 것이 지리산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보기좋게 지리산 둘레길에게 한방 먹고 드러누운 꼴이라니..
잠시후 눈을 뜨고 바라본 지리산의 하늘은 푸르고 푸르다..
이 좋은 길에 누운 채로 돌이 된다한들 무슨 후회가 있으랴..
앞서간 일행에게 전화하여 하산을 통보하고..
섬진강을 바라보며 서서히 내려간다..
동네 정자에 잠시 쉬면서 맘씨 좋은 민박운영하는 분의 호의로 아스피린 구해서 먹고 누웠자니...
지리산이 부른다..
섬진강을 시켜 얼릉 제첩국을 끓어내게 하여 먹으라 권한다..
참 시원하고 맛있는 제첩국이다..
등을 토닥이며 말한다. " 저질체력 좀 보강해서 5월에 오거라..맛잇는 은어 튀김해 줄터이니"
오늘 완주는 못햇어도 그 인연으로 맛있는 섬진강 제첩국을 만났다..
오늘 아침에 읽엇던 정호승 시인의 글이 오늘의 예언처럼 다가왔다..
"방향이 문제이지 속도는 문제가 아니다.
서둘러서는 라싸에 도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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