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을 줄이려면 조금 무리한 산행도 필요하지 않을까. 적잖은 사람들이 살을 빼려고 산에 가는데.

▲김 음식을 섭취하면 에너지의 2%는 탄수화물, 13%는 단백질, 나머지는 모두 지방으로 저장된다. 몸이 활발히 지방을 분해하는 산행 속도는 생각보다 느리다. 지방은 격렬한 운동을 할 때보다 저중강도 운동을 할 때 잘 분해된다. 이 강도는 주관적인데, '헉헉' 숨을 몰아 쉴 때가 고강도, '후우후우' 편안한 호흡을 할 때가 저중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지방을 분해할 때는 반드시 탄수화물이 필요하다. 그런데 갑자기 고강도 운동을 하게 되면, 몸은 지방 분해를 멈추고 탄수화물만 분해한다. 그리고 탄수화물이 바닥나면 단백질을 태우기 시작한다. 정상을 향해 무리해 오를수록 살은 빠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라 어차피 탄수화물이 2%밖에 없다면 지방을 태울 재료도 부족한 것 아닌가.

▲김 맞다. 한 시간 반 정도 산행하고 나면 다 소진된다. 그래서, 산행으로 살을 빼려면, 오히려 꾸준히 먹어줘야 한다. 전문적으로 산을 타는 사람들을 보면 늘 뭔가를 씹고 있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탄수화물, 구체적으로는 단당류 에너지원이다. 건포도나 곶감 같은 건과일이 좋다. 산행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고 나면, 30분에 한 번씩 24g 정도, 곶감 하나 정도의 탄수화물을 먹어야 한다.

먹어서 살을 뺀다는 말에 속으로 반색하는 라씨, 당장 등산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고 구체적인 준비물을 물어본다.

▲라 장비는 무엇부터 준비하는 게 좋은가. 등산복은 아무래도 고어텍스로 준비해야겠지.

▲김 고어텍스가 왜 필요한가.

▲라 날씨도 쌀쌀해지는데 보온도 필요하고…

▲김 고어텍스는 보온 기능이 없다. 방풍, 방수, 투습 기능으로 신체의 보온 상태를 보호해줄 뿐이다. 남들이 뭘 산다고 따라 살 필요는 절대 없다. 조금씩 산행을 해보고 불편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하나씩 보충하면 된다. 그리고 비싼 걸 사기보단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 쓰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요즘 무릎보호대를 많이 하는데, 이건 오를 때가 아니라 내려올 때 도움을 되는 장비다. 오를 때 쓰면 오히려 근육 형성을 방해할 수 있다.

▲라 그래도 나 같은 초보자가 잘 챙기지 않는 것 하나만 꼽으면.

▲김 아까도 얘기했듯이 음식이다. 막걸리, 족발을 얘기하는 건 아니고… 수백만원짜리 등산복보다 제대로 된 에너지원이 훨씬 중요하다. 등산 중 걸으며 먹는 단당류 음식을 '행동식'이라고 부른다. 이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산에서 다치거나 조난을 당했을 때, 몸을 옷으로 감싸게 되는데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이 먹는 일이다. 먹어야 에너지가 생기고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사망 사고 환자를 보면 사지가 멀쩡한 경우가 많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이다. 탄수화물을 가장 많이 쓰는 기관이 뇌인데, 뇌에 에너지 공급이 안 되면 판단력이 떨어지고,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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