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걷기에 나섰다...
전에 미루어 두었던 김삿갓면으로 간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내려 아침을 해결한다..
유리창에 시한수
Love vanquishs time
To lovers, a moment can be eternity.
Eternity can be a tick of a clock
사랑은 시간을 잊게한다..
연인에게 순간은 영원이 될 수 있고,
영원도 한 순간이 될 수 있게 한다..
영월 김삿갓면..전엔 하동면이었단다..
개명으로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한다..
이곳 김삿갓 유적지는 김삿갓이 어머니를 모시고 은거하던 곳..
방랑을 떠나 화순에서 죽은 뒤 아들이 유골을 모셔와 이곳에 안장하였다...
김삿갓 문학관에서 외씨 버선길 영월구간 중 김삿갓 문학 길이 시작된다..
외씨버선길은 청송에서 영월까지 몇개 군을 이어지는 도보길이다..
외씨버선이란 볼이 좁고 가는 이쁜 버선을 말한다..
약간 괴기스러운 조각에 쓰인 시를 읽으니 중 머리의 상투를 형상화 것이다..
엉..중이 상투가 잇나??
푸른 산 그림자 안에서는 사슴이 알을 품었고
흰 구름 지나가는 강변에서 게가 꼬리를 치는구나.
석양에 돌아가는 중의 상투가 석 자나 되고
베틀에서 베를 짜는 계집의 불알이 한 말이네.
靑山影裡鹿抱卵 白雲江邊蟹打尾 청산영리녹포란 백운강변해타미
夕陽歸僧계三尺 樓上織女낭一斗 석양귀승계삼척 누상직녀낭일두
사슴이 알을 품고 게가 꼬리를 치며,
중이 상투를 틀고 계집에게 불알이 있을 수 있을수 있겠는가..
허망하고 거짓된 인간의 모습을 헛된 말 장난식으로 표현하여
당시 세상의 모순을 알리고 싶었겠쥐..
화장실을 정방이라는 표현도 멋지고..
김삿갓표라 더 좋다..
삿갓에 관하여
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본색을 나타냈지.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 구경하네.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詠笠 영립
浮浮我笠等虛舟 一着平生四十秋 부부아립등허주 일착평생사십추
牧堅輕裝隨野犢 漁翁本色伴沙鷗 목수경장수야독 어옹본색반사구
醉來脫掛看花樹 興到携登翫月樓 취래탈괘간화수 흥도휴등완월루
俗子依冠皆外飾 滿天風雨獨無愁 속자의관개외식 만천풍우독무수
看山 간산
게으른 말을 타야 산 구경하기가 좋아서
채찍질 멈추고 천천히 가네.
바위 사이로 겨우 길 하나 있고
연기 나는 곳에 두세 집이 보이네.
꽃 색깔 고우니 봄이 왔음을 알겠고
시냇물 소리 크게 들리니 비가 왔나 보다.
멍하니 서서 돌아갈 생각도 잊었는데
해가 진다고 하인이 말하네.
倦馬看山好 執鞭故不加 권마간산호 집편고불가
岩間재一路 煙處或三家 암간재일로 연처혹삼가
花色春來矣 溪聲雨過耶 화색춘래의 계성우과야
渾忘吾歸去 奴曰夕陽斜 혼망오귀거 노왈석양사
다리 난간도 붓이다..
섶다리..너무 정겨워 일삼아 건너가본다..
섶다리에 서니 김삿갓 묘소가 바라보인다..
묘소 입구에서 좌측으로 1km가야 생가터..
엄청 오지에 숨어 살았다..역적의 자손이라는 낙인이 무섭다..
그의 집안은 순조 세도정치때 잘 나가던 안동 김씨 집안이라...
할아버지 김익순이 선천부사할 때 까지는 잘 나갓다..
그의 운명은 홍경래의 난에서 갈라진다..
홍경래의 군대가 쳐들어 오자 가산군수 정시는 전사하였는데, 그의 할아버지는 항복하여 부역하엿다..
죽을 자리를 놓친 것이다..
난이 평정된후 그의 집안은 삼족을 멸하는 역적 집안이 되었으나 그나마 안동 김씨 빽으로 잔명을 보존하게 되었다..
그런 연고로 이런 산꼴짝까지 숨어 들었던 것인데..
묘소 입구에 난고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그안에 현대판 김삿갓을 자처하는 사람이 앉아있다..
말을 걸어볼 요량으로 벽에 걸린 편액의 뜻을 물었더니 그냥 별거 아니란다..
나중에 알고보니, 최모씨로 문화해설사란다..특히 여자들에게만 친절하다던가..
일백백일(一百百一)의 뜻이 무엇인가 하니..
세상 일 한 가지서 백 가지로 벌리더니
결국에는 백 가지가 한 가지로 귀결되는데..그것이 웃음이라..
청산보고 웃고, 세상보고 웃고..
묘소에서 두손 모아 두번의 례를 취한다..
그는 화순에서 숨졌지만, 아들이 이곳으로 이장하였다..
묘소가 바라보이는 바위에 새긴 시는..술이야기..
김삿갓 시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수모를 해학으로 승화하는 능력이다..
二十樹下三十客
스무나무 아래 서른(서러운) 나그네에게
四十村中五十食
마흔(망할) 동네에선 쉰 밥을 주는구나
人間豈有七十事
세상에 어찌 일흔(이런) 일이 있으리오
不如歸家三十食
고향집에 돌아가 서른(설익은) 밥 먹느니만 못하리라
일단 웃고 보자..허 허 허
웃으면서 혼내기의 달인..
다리 난간에 선 조각상 옆으로 벼랑길이 시작된다..
길가에 매달린 줄을 바라보면 무슨 생각이 나는가?
목을 생각하고 자살을 연상하면 비관주의자요..
발을 생각하고 놀이를 연상하면 낙곽주의자라..
오전 구간, 김삿갓 문학관에서 묵산미술관 직전 김삿갓 주막까지 가볍개 걸을 요량으로 차에 베낭을 두고 내려 걸엇는데..
이거 제법 길고 산길도 나오고..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고...
그때 길가에 수확을 포기한 감나무가 보인다..
주렁 주렁 열린 감을 까치모양으로 한개 따서 먹는다.. 정말 맛나고 시장기도 가신다..
어느 사진사가 조각을 놓고 작품사진을 찍길래 나도 흉내내본다..
묵산미술관을 지나쳐서 갔다가 되돌아온 김삿갓 주막에서 곤드래밥을 먹는다..
시래기도 잘 말라가는 겨울이다..
죽장에 삿갓쓰고 방랑 삼천리
흰 구름 뜬 고개넘어 가는 객이 누구냐
열두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 한잔에 시 한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일상일영(一觴一詠)..술 한잔에 시 한수..
왕희지의 난정서에 나오는 귀절과는 분위기는 자못 다른
김삿갓의 일상 일영이다..
요 그림을 보면 떠오르는 김삿갓의 북한방랑기..
60년대에 12시 직전 5분 드라마..김삿갓이 북한을 방랑하면서 인민들의 애환을 풍자한 것인데..
눈물 젖은 두만강의 아코디언 반주에 맞추어 읊조리던
땅떵어리 변함없되 허리는 동강났고
하늘빛은 푸르러도 오고가지 못하누나
이몸죽어 백년인데 풍류인심 간곳없고
어찌타 북녘땅은 피빛으로 물들었나
그러다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자, 김삿갓은 남한 방랑을 시작하였지..
아마 그때는 저런 사진 분위기였을 것이지..
이제 와석리 마을을 지나고..
슬슬 가랭이봉 등산로로 접어든다..
판타스틱 벼랑길을 돌고..
가랭이 봉을 올라서면 옥동천이 발 아래 흐른다..
내리막길 낙엽 밑 바위 미끄럼 조심하며 내려오는데..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굴뚝앤 저녁 연기가 오른다..
김삿갓면사무소에서 오늘의 걷기를 종료한다..
<오늘 걷기>
김삿갓 문학관 - 묘소 - 김삿갓 주막 - 묵산미술관 - 곡동교 - 가랭이봉 - 김삿갓면사무소 약 1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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