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길 걷기, 해남군 차경마을에서 강진군 사초마을 까지 걷는 4코스 나들길이다..
차경마을 건너편 길로 들어서니 때이른 동백 한송이..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가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요건 뭘까?
여기 배추는 장기전을 준비중인 모양이다..
겨울 바다와 빈배..오늘의 주제이기도 하다..
마치 주라기 시대로 들어온듯한 착각에 빠지게하는 거대한 공룡과 걸맞는 산모습..
와룡리 짜우락 샘이다..
바닷가에 흔치 않는 민물샘이란다..
우리는 빈배..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니
그저 움켜지고만 산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잠시 만수리 마을회관 앞에 대기 중인 버스에 가서 점심식사..
도리탕 닭다리를 들고 불소주 한잔에 사골국물까지..몸이 단다..
다시 코스로 복귀..
가는 길을 벗어나 잠시토도에 들어가는 것은 보너스..
하지만 1km를 추가해도 총거리 19km 되니 의욕만 앞세우지 말고 체력안배에 신경써라..
그래서 경고문을 붙였다..
체력안배 상 출입금지도 있다고..ㅎㅎ
부처님은 말씀했지..
물을 건너면 빈배는 놓고 가라고 했지..
갈두선착장엔 빈배 가득..
장차 가득 채울 기대 만땅..
눈이 날린다..
참 오늘 날씨 B형남자 같다..
흐렸다 개었다 햇살과 눈발..나쁜 남자가 호르몬을 확 돌게 만들어 사랑에 빠뜨리듯..
오늘 날씨가 콩깍찌를 씌운다..
빈배에도 눈이 나리니
세상은 공평하고도 아름답다...
눈발이 날리는 들판을 걸어갈 때는
이리 저리 춤추며 걸어라..
빈들과 빈가슴으로 눈바람을 만끽하면서..
겨울장미..
철이 없어 그땐 몰랐어요
그 눈길이 무얼 말하는지
바람불면 그대 잊지못해요
자유스러운 시인이 사는 곳에는 화장실 마저 자유와 해탈이다..
들판의 푸른 배추는 여기에 오니 이해가 된다..
느긋하게 뽑아 김장을 담아 저장하나 보다..
일순 눈보라가 몰아 친다..
어느 포구에 가출한 강아지 눈을 맞고 오돌 오돌 떨고있다..
강아지를 창고에 데려다 놓고 가는데..
아풀사, 가출한 이유는 무단 가출이 아니구나..
어미가 죽었네..주인장 출타중에 굶어 주었는지..
그나 저나 그냥 놓고온 강쥐 먹이는 누가 챙겨주나..
우리의 인생도 저 강쥐와 다를게 무언가..
명품 옷과 품위로 차장하였을뿐
우리 마음은 빈배와 무엇이 다르랴..
방조제길 좌측에 사내호, 우측은 바다..
잠시후 눈보라가 친다..
순식간에 불랙앤화이트의 모델이 되었네..
방조제 둑 중간 부터 강진군이다..
강진군 사초마을에서 나들길은 종료된다..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포장길은 우리 인생길과 같이 재미없고 고통스럽기 조차 하다..
그러나 가슴을 툭터지게 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바다 풍경으로 하여금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더구나 가장 놀라운 사실은 B형 남자 같이 변덕스러운 날씨가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는 것..
이것이 길에 만나는 인생아니런가?
<오늘 걷기> 차경마을~오산리~와룡리 짜우락샘~갈두선착장~만수리방파제~원동리~내동리~사내호 방조제 - 사초마을
약 1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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