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길 걷기..이번에 강진 라온길이다..

아침 5시에 대전에서 출발하여 강진군 사초리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 대략 4시간 정도..

버스안에서 잠을 청하지만 쉬운 여정이 아니다..

 

 

 

즐겁게..친숙하게..웃으며 걷는 길이라는 라온길..
사초리 차도구간은 건너뛰고 농로로 들어가는 구간에서부터 걷기 사작..

 

 

 

논정마을을 지나고..

 

 

 

 

 

주작 덕용을 바라보며 걷는 이길이 좋았다..

B형 남자 같은 날씨가 악동처럼 등장하더니 흐렸다 비뿌렸다 개였다..종 잡을 수 없이 정신을 빼놓는다..

뇌는 묘하다..금지된 사랑이 짜릿하듯이 주작덕룡의 풍광에 B형날씨가 더하니 지루함을 쏙 빼앗아 간다..

 

 

 

 

 

 

 

 

 

장군봉을 넘어 항촌리 마을 부근에서 푸짐한 밑반찬을 곁들인 김치찌게로 허기를 달래고..

강아쥐를 잠시 희롱하다가 오후 걷기 시작..

 

 

 

1778년에 화순현감으로 있던 다산의 부친 정재원(1730-1792)은 해남 연동의 처가에 갈 때 윤광택의 사랑방에서 하룻밤을 쉬어가게 됐다.

주인장은 그날 밤 농사지을 소를 잡아 잔치를 베풀고 시를 지으면서 다산의 집안과 인연을 맺었다.

이때 윤광택의 아들 윤서유와 정재원의 아들 정약용도 친구가 됐다.

윤광택의 택호가 명발당이다..

그뒤 다산과 옹산 윤서유..두 사람은 사돈을 맺었다. 다산 밑에서 공부했던 옹산의 아들 윤영희와 다산의 외동딸이 혼인하였다..

 

 

항촌마을 입구에 사장나무와 해남 윤씨 세장지비(世莊地碑)가 서있다..

윤서유는 다산이 강진으로 귀양왔을때 감시의 눈초리가 느슨해지자, 고금도에 유배된 다산의 친구 김이재와 접촉하여

다산이 자유롭게 외부활동을 하도록 돕는다.

다산은 그와 함께 주변 구경도 하고 숨통을 트고 제자를 가르치고 저술활동에 박차를 가한다..

또한 그의 애제자 황상도 이 마을에 거주하였다고 한다..

삶에서 좋은 사람과의 인연이 중요하다..

하긴, 누가 좋은지 예정되어 있겠는가? 매사 성의를 다하는 과정에 그런 사람이 생기는 것이겠지..

 

 

 

 

 

표장마을 고송정을 지나고..

 

 

 

회개한 날씨가 베푸는 햇볕정책에 옷을 벗어 부치고 걸은 오후...

 

 

다산초당 입구에 도착..두충나무 숲길을 지난다..

 

 

 

세월만큼이나 뿌리를 드러낸 길을 걸으면 다산 초당이다..

 

 

 

 

 

 

초당 옆에는 관어재라는 당호를 달아 놓앗으니..

연못의 물고기 바라보는 재미로 살았고..

 

선생이 차를 즐겼다는 초당앞 바위에 앉아

차를 끓일 형편이 되지 않으니 휴대한 곡차라도 마셔본다..

 

다산을 위로하러 백련사 혜장 스님이 술 한병 들고 왔다..

술을 마시고 다산이 쓴시...

 

기쁘게 마셔 취하고 보니

붉어진 얼굴은 창문에 반사되었네

비장한 마음으로 계율은 깻지만

배움있는 어느 뉘 그대를 탓하랴

한잔 올리고 잔 한번 돌리고

술마신 수대로 시를 읊는다..

 

 

 

선생이 2천권의 장서를 소장하면서 주로 기거하고 독서하였다는 동암은 송풍루..보정산방..다양한 편액을 달고있다..

여기서 목민심서 등 수많은 저작을 저술하였단다..

누가 연암의 열하일기와 다산의 목민심서를 비교하기를..

열하일기는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반면, 목민심서는 펼쳐서 몇장 읽으면 잠이 쏟아지므로 불면증에 특효란다.. 

 

 

동암 옆 정자에 오르니 강진만이 눈에 가득..

 

 

 

물고기를 바라보고 차를 즐기며 제자를 가르치던 다산에게도 말벗이 필요했겠지..

고개 넘어 백련사 혜장스님과 교유하던 오솔길..

 

 

 

고개 넘으면 해월루가 반긴다..

바다에 뜬 달..해인삼매를 즐기는 정자..

 

 

 

마침 해가 달처럼 떴다..

 

 

 

오솔길 끝자락에 만나는 동백숲과 차밭..

이런 차밭이 있었길래 다산의 호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동백의 이쁜 꽃몽오리를 바라보노라니 한곡조 저절로 나온다..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가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백련사..

강진 동문밖 매반가에 귀양살이하던 다산이 어느 날 백련사를 찾앗다..

혜장이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듣고 가서는 모르는체 하고 말을 나눈다..

그러고는 돌아서 나와 북암으로 가는데, 혜장이 뒤늦게 눈치 채고 뒤쫓아 손을 잡아 끌엇단다..

그날 주역문답을 나눈뒤 헤장은 다산을 스승으로 모셧다..

 

 

다산이 차를 즐겨마셨다는 바위 위에 앉아 곡차를 마시는 기분도 좋았지만..

다산과 백련사의 혜장이 서로 왕래하던 오솔길 끝자락에서 만난 동백, 이쁜 꽃몽오리

바라보며 부르는 노래 한자락이 좋구 좋다..

  

잊지 못할 "기쁜 우리 젊은 날"의 한 조각 추억이 되었다..

 

 

 

<오늘 걷기> 사초리마을 > 논정마을 > 옥전마을회관 > 장군봉정상 > 항촌마을 (명발당) > 표장마을 >

                진등마을정류장 > 다산수련원앞 > 다산초당 >  백련사  약 2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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