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의 울진 여행..백암온천에서 1박후 2일째 오전은 해파랑길 울진 구간 24코스 중 구산항 - 월송정 구간을 맛보기로 걷기로 했다..
백암온천에서 구산항까지는 지척이다..항구에 내리니 오징어가 거꾸로 환영한다..
대풍헌..삼척부사와 월송만호가 3년에 1번씩 수토사 자격으로 울릉도에 들어갈 때 이곳에서 순풍을 기다렸단다..
이곳이 울릉도 가기 좋은 곳인가 보다..
바람 기다리는 집을 구경하다가 바람 나거나 바람드는 것은 아니겠지..
一年春色腹中傳 (일년춘색복중전)
일년 춘색이 뱃속 깊이 전해 지도다..
뱃속에 전해진다??
무슨 소린고 하니, 김삿갓이 금강산 구경하다가 시냇가 돌에 걸처 앉아 두견화(진달래) 전을 부쳐 먹는데
젓가락 두어번 입에 넣으니 그윽한 향기가 터지고 일년 춘색이 뱃속 깊이 전해진다는 그런 말이다..
누가 어느 봄날 김삿갓 시 한귀절을 입춘방으로 써 붙인 모양이다..
지금은 두견화가 아니라 코스모스가 가득 피었다..
저 코스모스를 전 부쳐 먹을 수 있다면 추색(秋色)이 온 몸에 퍼질라나..
출발은 좀 맹숭 맹숭하다..조형을 보고 초상화 찍기 놀이를 햇다..모두들 환하게 웃는다..
마법의 주문은 "개구리 뒷다리"...9쌍의 커플 사진 중 오늘의 포토제닉상은??? 둥둥둥둥...
짠!! 표정 점수 만점..
월송정은 멀었는데 소나무 숲길이 이리 좋으니 좋은 친구 곁에 살면 다 이리 되는갑다..
강, 바다 그리고 솔과의 앙상블..
황보천 뚝길을 걸어간다..아직 설익은 갈대,물억새가 하늘을 향해 두팔을 벌린다..
군무교를 지나 황보천을 건너 아스팔트길을 좀 걸으면 월송정 입구..
황씨 시조 황낙의 유허비..
유래비에는 '황씨의 시조인 황락(黃洛)은 한나라의 유신(儒臣)으로 신라 유리왕 5년(28) 교지국(지금의 베트남)에 사신으로 가던 중 동해에서 풍랑을 만나 이곳 평해 앞바다에 표착하고 월송봉에 상륙하여 이곳에 정착하여 우리나라 황씨들의 역사가 시작된다.
삼형제 중 장남은 평해 황씨의 시조가 되고 둘째 아들은 장수 황씨의 시조가 되고, 셋째는 창원 황씨의시조가 되었다. 우리나라에 황씨가 많이 배출되었으니 모두 이곳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니 황씨는 중국계였네..우리나라 단일민족의 실상은 들여다 보면 다문화 가족의 용광로를 거쳤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황씨 시조제단원을 잘 가꾸어 놓았다..자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 증표아닐까?
홍살문을 지나 월송정으로 간다..
월송정..이름답게 울창한 솔숲길을 걸어간다....
송림 사이로 월송정의 실루엣이 보인다..
소리로 비유한다면 먼데 여인의 옷벗는 소리라고 말하고 싶다..
월송정은 이 지역 해안경비를 관장하던 월송포진성(越松浦鎭城)의 성문구실을 함께 겸한 것이었다.
신라의 4화랑이 놀았다는 이곳..월송정(越松亭)..
어..최규하 대통령 글씨네!
어..달과 솔의 앙상불인 줄 알았더니..그게 아니네..월나라 솔씨를 심엇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하나 뭔가 미심적다..
왜 월송정인가 한참 생각하다..
혹시 황낙이 중국에서 월나라로 사신을 가다가 풍랑만나 이곳에 표착하면서 이 곳이 월나라인 줄 알고 월송이라 부르지 않았을까? 콜럼부스가 서인도제도를 오해하였듯이...
월송정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시원하다..
술이라도 한잔 들어가면 시는 저절로 나올 것 같은데..고인들의 멋진 시들이 즐비하니 수고롭게 머리 고생시키지 말고 눈과 입만 고생시키면 되겠다..
有底仙郞同煮鶴[유저선랑동자학] 어느 화랑이 있어 학을 구워 즐기겠나
莫令樵夫學屠龍[막령초부학도룡] 초부의 도끼로 용잡을 생각마라.
二毛重到曾遊地[이모중도증유지] 머리털이 희여서야 놀던 곳에 다시 오니
却羨蒼蒼昔日容[각선창창석일용] 옛모습이 그대로인 푸른 솔이 부럽구나.
위 시를 지은 안축은 고려 충숙왕- 충목왕 시절의 문신으로 관동별곡을 지은 사람이다..
조선 선조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가 쓴 월송정기도 있다..
그는 토정 이지함의 조카이기도 하다...
이산해는 월송정이 있는 평해에서 유배생활할 때 월송정의 솔숲에 다락을 설치하여 힘든 여름을 지냈다고 한다..
이산해가 한양에서 잘나가던 젊은 시절에 지은 시는 "죽은 양귀비가 꽃아래 누워있는 격"이라는 평을 받았는데, 그가 이곳에서 유배생활을 하고 간뒤에는 시가 크게 발전하여 명시 대접을 받았는데, 사람들은 강산지조(江山之助)..강산의 도움이라 평하였단다..
월송정기에 의하면, 월송정의 유래에 대하여 어떤 이는 ‘신선이 솔숲을 날아서 넘는다(越松)’는 뜻을 취한 것이라 하고, 어떤 이는 월(月)자를 월(越)자로 쓴 것으로 소리(聲音)가 같은 데서 생긴 착오라고 한다'라는 귀절이 있고, 월송정의 경치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푸른 덮개 흰 비늘의 솔이 우뚝우뚝 높이 치솟아 해안울 둘러싸고 있는 것은 몇 만 그루나 되는지 모르는데,
그 빽빽함이 참빗과 같고 그 곧기가 먹줄과 같아 고개를 젖히면 하늘의 해가 보이지 않고 다만 보이느니 나무
아래 곱게 깔린 은 부스러기 옥가루와 같은 모래뿐이다."
정조의 어제시..
정자를 둘러싼 송백은 울울창창한데
갈라진 나무껍질 세월이 오래로다
넓고 넓은 푸른 바다는 쉼 없이 출렁이는데
돛단배는 석양에 무수하게 떠 있구나
정조가 수원도 아니고 울진에 구경을 와서 썼을까?
아니다..화가를 보내 그림을 그려오게 하여 그림을 감상한후 지은 시다..
송강 정철이 강원 관찰사로 부임하면서 금강산을 시작하여 관동팔경을 둘러 보고 관동별곡을 지었는데..
거기에 보면 울진 망양정에서는 일출을 보고, 월송정에서 달빛아래 주연을 열고 관동팔경 구경을 마무리한다..
"流뉴霞하酒쥬 가득 부어 달다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어대 가며, 四사仙션은 긔 뉘러니,
아매나 맛나보아 녯긔별 뭇쟈하니, 仙션산山 東동海해예 갈 길히 머도 멀샤.
松숑根근을 베여 누어 픗잠을 얼픗 드니 , 꿈애 한 사람이 날다려 닐온 말이,
그대랄 내 모라랴, 上샹界계예 眞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 一일字자랄 엇디 그랏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랄 딸오난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한 잔 머거보오.
北븍斗두星셩 기우려 滄챵海해水슈 부어내여, 저 먹고 날 머겨날 서너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하야 兩냥腋액을 추혀드니, 九구萬만里리 長댱空공애 져기면 날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사海해예 고로 난화 億억萬만 蒼창生생을 다 醉취케 맹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또 한잔 하잣고야.
말 디쟈 鶴학을 타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래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잠을 깨여 바다할 구버보니, 기픠랄 모라거니 가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대 업다."
화랑 4선이 놀고 송강이 놀던 그 바닷가에 우리도 논다..
천리거를 타고 반나절에 천리 동해에 도착하여 월송정에 노닐다가 때가 되면 대붕을 타고 구만리 장공을 타고 대륙을 넘나드들며 사는 우리는 2천년전 장자도 울고 갈 신선들이 아니던가..
8선녀와 7백수가 신선의 본자리를 찾아 하늘로 뛴다..
그중에서 완벽하게 본래의 비상을 되찾은 신선이 있었다..
<오늘 걷기> 구산항 - 대풍헌 - 송림 - 황보천 - 군무교 - 월송정 약 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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