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걷기에 나섰다..미당 서정주의 시와 동백꽃을 생각하고 갔다..

 

 

오늘 걷기의 출발점인 연기마을엔 벚꽃이 만개하고 동백은 뚝뚝 떨어지고 잇었다..

 

 

 

고창의 질마재길은 총 100리인데, 오늘은 질마재 코스 12km를 걷는다..

 

 

 

 

 

 

자주괴불주머니꽃..

괴불..예전 노리개의 일종인데, 요 꽃이 그 모양을 닮앗단다..

민들레도 지천이고..

 

 

 

풍천 비렁길을 가면서 보니 풍천에 그물을 치고 장어를 잡나보다..

원래 개천의 이름은 장수천이다..

그런데 바닷물이 개천으로 들어오면서 거센 바닷바람도 불어와 풍천이라고 불렀고..장어가 많이 잡혀 풍천 장어가 유명해졋다...

 

 

진달래가 눈길을 잡는다..

조선시대에는 꽃놀이하면 진달래보러가는 것이었다..

진달래 꽃 따다가 화전 붙여 먹는 것, 그것이 꽃 놀이였는데,

일제가 창경원에 벚꽃을 심은뒤 부터 벚꽃놀이가 꽃놀이의 전부가 되었다는..

 

 

 

 

 

이런 풍광이 호남의 길답다..어디서 육자배기라도 들려오는 것 같지 않은가?

 

 

 

 

미당의 외가 동네..

문패가 이쁘다..

 

 

 

일단 안현 돋음볕마을 벽화를 구경한다..

안현..질마재의 한자식 표현이다..

질마재는 길마재의 구개음화인데, 길마재란 말안장 같은 능선 사이로 난 고개길을 의미한다..

돋음볕이란 처음 솟아오른 햇볕을 뜻한다.

 

 

 

미당의 시 "국화옆에서"를 모티브로 한 벽화마을..

뒷산에 국화를 심어 가을에 국화축제를 한단다..

 

 

 

 

 

 

 

 

동네분에게 물었더니 8년전에 담장 벽화를 그렸고, 지붕의 꽃은 작년에 그렸단다..

동행이 여기 벽화가 전국 벽화마을의 시초라고 귀띔한다..

 

 

미당 시문학관에 들렀다..

그의 시 국화옆에서는 학생이라면 다 알것이고..

 

 

 

선운사 동구라는 시를 80나이에 썼다..

 이 시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어 송창식이 선운사 노래를 불렀고, 최영미 시인도 선운사 시를 썼다..

 

 

이시는 송창식이 노래로 불렀다..

푸른 하늘의 가을에 정말 딱맞는 노래다..

시문학관 마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이 노래를 들으며 화이트 와인을 한잔하니

흰꽃은 더욱 희고 푸른 하늘 더 푸르네..

 

 

 

 

 

이 시문학관은 솔직하다..

마당이 친일 시를 썼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솔직히 고백한다..

윤동주 처럼 한 점 부끄럼없이 살기가 어찌 쉽겠는가?

김춘수는 말한다..

처신은 처신이고, 시는 시라고..

하지만, 그의 처신이 이완용 급이었을까? 그저 초장왕의 부하 장군 급이었을까?

 

 

 

 

그런 그의 심사가 이런 시를 썼으리라..

어쩌면 꿈이 아닐까 자문해보았겠지..

그래서 그의 호가 미당인지 모른다..

아직 덜 되었다고..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질 않을란다."

-미당,자화상 -

 

 

 

생가에 현판이 붙었다..유향재..무슨 의미일까?

장자에 나오는 無何有鄕(무하유향)에서 따온 것일까?

​말그대로 어느 곳에도 없는 곳.. 유토피아를 의미한다..유토피아란 어원 자체가 어느 곳에도 없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니 우리 관념의 이상향은 존재하지 않음을 스스로 자인하면서 이곳이말로 그런 곳이 아닐까하고 찬탄하는 용어로 쓰일뿐이다..

 

 

아니온듯 가시라...

어째 국화가 진달래 흉내내는 것 같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낙화, 이형기)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 버린다.'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매화의 죽음은 풍장이다.'

산수유는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김훈,자전거여행)

 

미당은 65년을 같이 산 부인이 국화꽃 피는 계절에 귀천하자,  곡기를 끊고 맥주만 마시다 2달뒤 크리스마스 이브에 뒤따라 귀천하였다..85세..

그의 죽음은 그가 노래한 동백꿏을 닮지 않았는가?

 

 

 

 

 

질마재를 향하다가 뒤돌아보니 멀리 서해바다가 보인다..

 

 

 

 

질마재 고개 마루에서 미당의 시집 "질마재로 돌아가다"를 펼치고 질마재의 노래를 읽는다..

 

세상 일 고단해서 지칠 때마다, 

댓잎으로 말아 부는 피리 소리로

앳되고도 싱싱하는 나를 부르는

질마재. 질마재. 고향 질마재.

 

소나무에 바람 소리 바로 그대로

한숨 쉬다 돌아가신 할머님 마을.

지붕 위에 바가지꽃 그 하얀 웃음

나를 부르네. 나를 부르네.

 

도라지꽃 모양으로 가서 살리요?

칡넌출 뻗어가듯 가서 살리요?

솔바람에 이 숨결도 포개어 살다

질마재 그 하늘에 푸르를리요?

 

 


걷기 며칠전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시집..

동백꽃 타령을 읽고 나자 비가 후득득 떨어진다.. 

 

 

 

 

 

꽃무릇쉼터 계단길을 오르는데 비가 제법 내린다..

능선에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비에 젖은 모습이 샤워을 끝내고 나온 미인처럼 매혹적이다..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박인수가 운을 떼면

"봄비 따라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이은하가 화답하고

"누구의 눈물이 비되어 쏟아지나, 오늘 나는 비에 젖네" .. 용필이 오빠가 죽어주네..

 

 

당신은 완벽함을 좋아하는가? 파격을 좋아하는가?

아름다움이란 파격에서 빛난다..

모짜르트 음악이 동시대의 파격이었고 

피카소의 미술이 혁신적 파격의 대명사이었던 것처럼.. 

 

비렁길, 들판길과 벚꽃이 어우러지고

오동꽃과 질마재, 시인이 어우러지는가운데

진달래의 짝은 누구런가 햇더니

비가 내리네

 진달래와 비 그리고 노래 삼박자가 파격적 대미를 장식한다..

 

비록 버스 안에서 임진왜란 이후 그런 난리는 없었지만..

그려~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여~

 

젖은 마음에 들이키는 붉은 복분자 한잔으로 마무리하니 내 가슴에는 온통 붉은 꽃이 가득하네..

할리우드 식으로 멘트하면,

"이보다 더 좋은 걷기는 없다.. As Good As It Gets.."

 

 

<오늘 걷기> 연기마을입구 -풍천 비렁길 - 죽염공장 -미당시문학관 -질마재 - 소요사입구 - 꽃무릇 쉼터 - 능선길 - 연기

                마을 13km..

<추천코스> 점심 식당을 원한다면,

               미당 시문학관 - 질마재 - 소요사 입구 - 꽃무릇 쉽터 - 능선길 - 연기마을 - 풍천장어식당 - 풍천비렁길 -

               죽염공장 - 미당시문학관

               이렇게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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