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갓바위에 가고 싶었다..

약속의 날, 오늘 비가 내린다..목마른 자가 우물을 찾는 법..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불원천리 찾아 가는데 방해될 것은 없다..

 

 

갓바위로 가는 최단 코스는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청통와촌 IC로 나가 산본사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길가에 복사꽃이 내 발길을 붙잡는다..

 

 

 

관음휴게소 주차장에서 선본사 가는 길은 승요차를 통제하고 버스만 다닌다..

비를 즐기며 슬슬 1KM 정도 걷는다..

 

 

 

팔공산 선본사 현판 아래 "관암 대불 방광명"의 글씨가 선명하다..

"갓바위 부처님 밝게 빛난다"

 

 

 

 

 

이 금륜교에서 갓바위까지 900미터..

 

 

 

 

 

 

낙수물이 바위를 뚫듯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 드물겠쥐..

당근..간절하게 노력도 해야하고..

 

 

 

 

숨을 헐떡이며 머리에 빗물인지 땀인지 모를 수분을 닦는데 뿌연 안경 너머로 갓바위 부처님이 나타났다..

 

 

 

빗속에도 예배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어느 날 돌계단이 석조좌상에게 불만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 너나 나나 다 똑 같은 돌로 만들어졌는데 사람들은 어째서 나를 밟고 올라가 너에게만 절을 하는가?"

좌상이 말했다

"나는 사람들의 예배를 받기 전에 정과 망치로 수없이 깨지고 깍였지만, 넌 고작 몇번 쪼개어 진 것 밖에 없지 않느냐?"

 

본래 사람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으려면 남 모를 고통을 감수하면서 깊은 내공을 쌓아야만 한다..

그러니 중생들의 수많은 고민과 소망을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무심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비속에도 갓바위에 오르는 중생이 이리도 많은 것은 팍팍한 삶의 현장이 마치 비맞는 새처럼 몸둘곳 모르는 신세같기 때문이런가? 

 

 

 

 

한방울의 낙숫물 같은 마음을 엽서에 적어 느린 우체통에 넣는다..

1년후의 나에게..

이 순간을 열심히 사는 너를 사랑한다..

1년전의 내가, 갓바위에서..

 

 

 

돌아오는 고속도로에 비와 차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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