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되니까 왜 이렇게 인생이 무거운지 모르겠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주변 친구들도 그렇다. 긴장·불안·허무라는 3가지 감정이 풍차 날개처럼 끊임없이 돌아가면서 때린다. 이 풍차 밑에 오래 앉아 있으면 중병이 들거나 자살할 것 같다.
이 고비를 넘기기 위한 처방전은 무엇인가?
첫째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방법이 있다.
하루에 7~8시간씩 줄잡아 한 달을 걷는 코스다. 최근 몇 년간 산티아고 순례길이 한국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왜 이렇게 한국 사람이 많이 오는 건가요? 참 신기해요." 현지 여관 주인들의 질문이라고 한다. 아시아에서 이 길을 가장 많이 걷는 사람이 한국인들이다. 일본인 중국인은 별로 없다.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기독교(구교·신교)를 받아들인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산티아고 길은 이방(異邦)의 길이 아니다. 영적인 순례의 길이기도 하다.
돈과 시간이 안 되면 제주의 올레길도 훌륭하다. 바닷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염기(鹽氣)가 긴장을 풀어준다.
둘째는 네팔의 히말라야 트레킹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울긋불긋 등산복 입은 사람을 보면 대부분 한국 중년들이다. 하얗게 눈이 쌓여 있는 첩첩의 설산(雪山)을 보며 걷다 보면 근심을 잊는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를 실감한다. 장편 '촐라체'를 쓴 소설가 박범신에 따르면 4000m 높이에서 한 달 이상을 걸어야 확실한 효과를 본다고 한다. 가난의 땟국이 절어 있는 카트만두 골목길을 걸으면서 '여기에 비하면 내 팔자가 낫다'는 생각도 해본다.
돈과 시간이 안 되면 국내의 지리산과 설악산을 걸으면 된다.
셋째 길은 템플 스테이(temple stay)다.
외국인들이 꼽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상품에 템플 스테이가 들어간다. 새벽녘의 잠결에 아련히 들리는 스님들의 '도량석' 소리와 범종 소리는 묘한 여운을 준다. 큰 절의 산내(山內) 암자들을 여기저기 둘러보며 안개와 붉은 노을을 감상해 보기도 한다. 옛날 정신세계의 고단자들이 살았던 절에 가면 맑은 기운이 뭉쳐 있어서 사람의 마음을 쉽게 안정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
산과 바닷길을 걸으면서 이 고비를 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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