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암 >

 

석탄일에 지리산 칠암자길을 걸엇다..

지리산 칠암자라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지리산 언저리 삼정산(1261m) 어깨쯤을 오르내리며 걷는 길이다. 그 길에 도솔암, 영원사, 상무주암, 문수암, 삼불사, 약수암, 실상사 등 7암자를 순례하는 길이다..

 

 

차는 경남 함양군 마천면 양정마을과 음정마을 갈림길에 섰다..

칠암자를 다돌면 16km,  영원사를 기점으로 6암자를 걸으면 13km, 상무주암을 기점으로 5암자를 걸으면 10km 정도이다..

체력을 고려하여 6암자를 걷기로 했는데...

 

 

삼거리에서 영원사 까지는 4km를 포장도로로 걸어 올라가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당초 승합차가 왕복하여 태워주기로 주관자가 약속하엿으나, 1번만 운행하고 차돌리기 어렵다면 줄행랑 치는 바람(참! 으리 없다..김보성에게 보내서 손 좀 봐야하는데..ㅎㅎ)에 터벅 터벅 걸어서 올라갔다..

 

 

이길은 사실 거꾸러 걸으면 순례의 의미가 깊어진다..

실상사에서 실상(實相)이 무상(無相)이라는 것을 깨닫고, 약수암, 삼불암을 거치면 상무주(上無住)암에 이르면 "머무는 바 없는" 삼매의 경지에 이르고, 더 나아가면 영원(靈源)..소소영령한 마음의 근원에 이른다..그러면 도솔천에 이를 수 있기에..

 

 

 

동행이 배낭에 7암자에 공양할 쌀을 지고 왔기에 쉬엄 쉬엄 올라가는데..

수월(水月)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보인다..문리버의 친척쯤 되는 것 같아 반갑다..

 

 

 

힘들게 마음 깊은 곳..영원사에 단박에 왔다..

길이 아니고, 도(道)라 한다면 돈오의 경지에 온 것이다..

 

 

 

 

해발 960여미터의 절집엔 이제 자목련이 피었다..

 

 

영원사는 두류선림의 현판을 달고 있다..

두류는 지리산이니 "지리산의 선세상" 쯤 되는 말이다..

 

 

 

주련이 한마디 거든다..

영원잠적무고무금(靈源湛寂無古無今)

마음자리는 맑고 고요하여 어제와 오늘이 없다..

 

 

법당의 창문도 한 소식하였네..

 

온 곳 모르고 사는 인간

곳 모르고 사노니

그것도 멍텅구리..

 

백년도 못살면서

천년을 준비하니

그것도 멍텅구리..

 

올 적에도 빈 손

갈 적에도 빈 손

그것 모르니 그것도 멍텅구리..

 

 

상무주암 가는 길은 1.8KM인데 너덜길을 제법 올라간다..

 

 

 

 

 

 

헐레벌딱 올라가는 그길에 참한 철쭉을 만났다..

고향에 두고온 옛애인 처럼 참으로 반갑다..

 

 

 

 

 

 

 

 

 

 

 

상무주에 도착하니 점심공양이 한창이다..

산말랭이에 작은 암자인데도 초파일이라고 점심공양을 하니 참으로 고맙다..

 

 

그러나 사정상 과일공양만 받고 고마운 마음에 불전함에 보시를 하고..

 

 

암자는 작은데, 상무주라는 현판을 기세가 좋다..

통도사 극락암 조실이었던 경봉스님의 글씨다..그의 법호가 원광이기도 하다..

상무주암은 고려시절 보조국사 지눌이 수행하던 족보있는 암자다..

송광사의 보조국사비에는 “지눌이 옷 세벌과 바리때 하나만 갖고 지리산을 찾아 상무주암에 은거했으니 경치가 그윽하여 천하제일이며 선객이 거주할 만한 곳”이며 이곳에서 수행중 대혜보각선사(大慧普覺禪師)의 어록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한다..

대해보각선사의 어록이란 서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송나라 때 재가신도들에게 간화선에 대하여 설명하는 편지내용이다..

 

이런 상무주암에 선승 현기 스님이 있다..

이날도 공양하는 등산객 사이 말없이 앉아있다..

가서 인사를 하고 명성 높은 분을 뵈어서 영광이다 했더니 "면목없습니다"고 답하신다..

 

 

 

상무주암에서 문수암가는 길에 지리산 능선이 동무를 한다..

 

 

 

산이 암자를 품으니 어찌 선승뿐이랴..

보고 들은 소나무도 자태가 번듯하다..

 

 

상무주암에서 문수암, 삼불사 가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이 많다..

 

 

멀리 문수암이 페러글라이딩할듯이 서있다..

 

 

 

입구엔 금강초롱이 불밝히고 초파일을 축복하고..

 

 

 

문수암의 글씨도 경봉선사의 글씨다..

그는 당대의 선사로 만공, 한암 등과 법거량을 할 정도의 활안선사였다..

 

 

오늘 문수보살의 설법은 자기의 그릇과 수저를 잘 닦자..

 

 

 

문수암의 감로수로 수통을 보충하고 다시 길을 간다..

 

 

 

 

여기는 삼불암 해우소..

자연친화란 말이 불필요..

 

 

 

법당 편액엔 삼불주..세 부처님이 계신다..

 

삼불암 옆 바위에 기대어 한참을 쉰다..

옆에 앉은 부부가 한마디 한다..

"50억씩 2번 100억을 받은 여자 변호사는 재산이 얼마나 될까?"

 

저 아래 속세를 쳐다보며 지금은 후천개벽의 시대여서 음의 세상인지라..

큰일 저지르는 것도 다 여자니라하고 생각해본다..

 

 

그런데, 약수암 가는 오르막 길에서 오른 쪽 허벅지에 근육통 발생..

아스피린 꺼내 씹어 먹고, 진통제 바르고 조심 조심 걷는데, 이번에는 왼쪽 허벅지 통증 발생..이제 양쪽 장딴지 까지 말썽..

아하., 산티아고 후유증이 밀려오는구나..

결국엔 내리막에서 구루터기에 걸려 엎어지기 까지..다행이 낙법을 잘해..별탈 없었다..

다리 잘 달래가면 약수암까지 내려왔다..

 

 

 

불두화가 피었다..

초파일에 다리고장나고 엎어져도 큰 부상이 없었던 것은 부처님의 가피로 큰 액땜한 것이라고 위로한다..

 

 

 

결국 약수암 분들에게 콜택시 번호를 요청하여 택시를 타고 하산한다..

역시 약이 되는 절이로고..

 

 

 

 

 

A코스 : 음정~도솔암~영원사~삼정산~상무주암~문수암~삼불사~약수암~실상사(16k,7시간)

 

B코스 : 음정~영원사~삼정산~상무주암~문수암~삼불사~약수암~실상사(13km,6시간)

 

C코스 : 음정~상무주암~문수암~삼불사~약수암~실상사(10km,5시간).

 

<오늘 걷기> B코스 중 음정마을 삼거리 - 영원사 - 상무주암- 문수암 - 삼불사 - 약수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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