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8코스를 걷고 돌아가는 길에 톨게이트 부근에 있는 겁외사에 들렀다..
겁외사..
무한한 시간 밖에 있는 절..
성철 스님의 생가터에 진 절..
유학자의 장남으로 태어나 일제 시절 정신적 의지처를 모색하던 중
지리산 대원사에 요양차 같다가 일생을 바꾼 책을 만난다..
증도가..
첫머리가 이렇게 시작한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공부가 끊어지고 함이 없는 한가한 도인은 번뇌를 없애려고 하지 않고 진리 조차 구하지 않는다네..
君不見 (군불견) 絶學無爲 閑道人 不除妄想 不求眞(절학무위 한도인 부제망상 불구진)
이 책을 읽은 뒤 발심을 하고 대원사 탑전에 자리를 요구하여 참선하기 시작한 것이 출가의 계기 된다..
그가 출가하면서 지은 시..
하늘에 넘치는 큰 일들은 붉은 화롯불에 한점의 눈송이요
바다를 덮는 큰 기틀이라도 밝은 햇볕에 한방울 이슬일세
그 누가 잠깐의 꿈속 세상에 꿈을 꾸며 살다가 죽어 가랴
만고의 진리를 향해 초연히 홀로 걸어 가겠노라
彌天大業紅爐雪 미천대업홍로설
跨海雄基赫日露 과해웅기혁일로
誰人甘死片時夢 수인감사편시몽
超然獨步萬古眞 초연독보만고진
초발심이 곧 정각(正覺)이라더니
독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라도 가겠노라...는 결심
그의 말대로 수행하여 초기 불교의 정신과 의례를 되찾는 봉암결사와 10년 불출 성전암 정진으로 한국 불교의 독보적 존재가 되었다..
그의 다비식에 수만의 인파가 모였다..
열반송으로 모든 사람에게 의문을 던진다...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치니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 그 한이 만 갈래라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生平欺狂男女群(생평기광남녀군)
彌天罪業過須彌(미천죄업과수미)
活陷阿鼻恨萬端(활함아비한만단)
一輪吐紅掛碧山(일륜토홍괘벽산)
기광..죄업..무간지옥..
어떤 목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하며 죽었다고 해설하고
어떤 불자는 "조주가 개에게는 불성없다"한 화두처럼 깨달은 눈으로 보아야 알 수있는 반어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의 일생과 수행을 보면 그는 거대한 화두를 던지고 갔다고 보아야 한다..
이 거대한 궁금증을 화두 삼아 정진하라는 계시 아니겠는가?
성철 스님의 글씨..
마삼근(麻三斤)
중국 동산(洞山)선사에게 어떤 중이 ‘무엇 이 부처입니까?’하니
동산은 ‘마삼근이다’라고 답했다.
"무", "이뭐꼬" 등과 함께 유명한 화두의 하나..
성철 스님의 딸 불필 스님에게도 이 화두를 주엇다 한다..
생가 율은고거..율은재..
율은은 아버지의 호..
율(栗)자를 쓴 것으로 보아 성리학자로 율곡의 후예를 자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양반 부자집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장남이 중이 되자, 동네 유림에게 배척당하여 속상하게 살앗다..
그는 분개하여 "석가는 나의 원수다"하며 집 인근 경호강에 그물을 치고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먹으며 석가에게 복수한다고 했단다..
부인이 아들을 만나러 다닌다고 성화 부리며 무엇을 던지는 바람에 부인의 한쪽 눈이 멀게 되었다..
그러나 임종시에는 "성철스님에게 간다"고 햇다던가..
그의 집안은 아들, 며느리, 손녀가 출가하였고, 부인도 삭발하고 비구니 옷을 입고 돌아가셨다 한다..
성철 스님의 오도송
황하수가 서쪽으로 흘러 곤륜산 정상에 이르니
해와 달은 빛을 잃고 대지는 꺼지는도다
문득 한번 웃고 머리를 돌리니
청산은 예대로 흰구름 속에 있네
黃河西流崑崙頂 (황하서류곤륜정)
日月無光大地沈(일월무광대지침)
遽然一笑回首立(거연일소회수립)
靑山依舊白雲中(청산의구백운중)
당시 행동과 말이 다르고, 위선이 가득한 시절에
그를 유명하게 만들고 기복 불교를 한 차원 끌어 올린 법어 한마디..
원각(圓覺)이 보조(普照)하니
적(寂)과 멸(滅)이 둘이 아니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라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아, 시회대중(時會大衆)은 알겠는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성철기념관에 가니 성불문에 "자기가 본래 부처"라는 말이 써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본래 부처입니다.
자기는 항상 행복과 영광에 넘쳐 있습니다.
극락과 천당은 꿈속의 잠꼬대입니다.
....
자기를 바로 봅시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오셨습니다.
이렇듯 크나큰 진리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다"는 선언..
세상에 없던 말 한마디..활구(活句)아니던가?
그에 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3권의 책을 권한다..
성철스님 시봉기 1,2권 - 상좌 였던 원택스님이 쓴 책..생생한 생전의 모습이 비디오처럼 다가온다..
설전 - 법정 스님과 성철스님의 대담..불교의 핵심을 이야기 한다..
영원에서 영원으로 - 속가의 딸 불필 스님이 쓴 회고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