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걷기..이번엔 11코스 (삼화실 - 하동호)를 걷는다..

출발지 삼화실 동촌 마을에 도착하니 비가 부슬 부슬내린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의 무더위가 하루밤 사이에 사라졌다..

어디 무더위 뿐이랴. 숨막히는  폭정도 하룻밤 사이에 무너지는 경험을  역사에서 무수히 목격했거니와

우리의 통일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와도 놀랄 일은 아니라는 것을 문득 느끼게 하는 요즘 날씨다..

 

 

 

 

 

 

 

삼화실 마을이라 불리는 유래를 그림으로 표현..복사꽃, 살구꽃, 배꽃이 피는 마을이란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며

비에 젖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밤송이도 때가 되면 떨어지고 저절로 벌어지나니..

밤송이 사이로 보는 세상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소담정..웃으며 얘기하는 정자..

 

 

 

 

"충효'도 비를 맞는다..

사드로 충은 시험 받고..돈 때문에 효는 오염되는 시대..

변함 없이 충효를 바치는 것은 정성을 다해 키운 벼뿐이다.. 

 

 

 

 

 

논에 우렁이 가득...

매뚜기 볶아 먹고 우렁 삶아 먹던 그 시절이 스쳐간다..

 

 

비가 오는 와중에 관점마을 경로당의 배려로 비 안맞고 방안에서 점심을 잘 먹었다..

감사합니다..

 

 

 

점심에 마신 대마도 소주, 오미자 막걸리, 야관문에 취기가 오르고

비는 부슬 부슬 내리고 바람은 부는데

mp3에 비 노래 장착하여 들으며 간다..

 

 

빗속의 여인, 비와 찻잔사이, 비의 탱고, 애수, 누가 울어, 창밖에 빗물, 비오는 날의 수채화 등등 들으며 걷는 길은 우아한 음악회같다고 할까?

그중에 제일은 필형이 부르는 노래다..

 

아무도 미워 하지 않았고

외로움도 주지 않았는데

 

오늘 내가슴에 쏟아지는 비

누구의 눈물이 비 되어 쏟아지나

 

 

 

 

 

 

 

 

비오는 와중에 바쁠텐데 어느 새 9월의 전령이 마중나와있다..

 

 

슬슬 청학동 이름이 보이고, 청암양조장도 보인다..

청암양조장에서 진국 막걸리를 산다고 부산하다..

 

 

 

 

 

 

 

어찌 시골 양조장에 율곡이 8세에 지어 이름을 날렸단 화석정 시가 퇴락해가는가?

원문을 보자..

 

林亭秋已晩 騷客意無窮 遠水連天碧 霜楓向日紅
임정추이만 소객의무궁 원수연천벽 상풍향일홍

 

山吐孤輪月 江含萬里風 寒鴉何處去 聲斷暮雲中.
산토고륜월 강함만리풍 한아하처거 성단모운중

 

숲 속 정자에 가을이 벌써 저무는데

끝없이 펼쳐지는 번다한 나그네의 상념

저 멀리 아득한 물, 푸른 하늘에 이어지고

서리맞은 단풍, 해를 향해 붉게 물들었네

 

산은 외론 둥근 달을 토해내고

강은 만리 바람 머금었네.
까마귀는 추운 날에 어디 가는고,

저무는 구름 속으로 우는 소리 끊이지 않는구나.

 

 

 

끊어 질듯이어지는 빗소리를 즐기며 걷다보니 하동호가 보인다..

 

 

 

 

 

<오늘 걷기>  1. 삼화실마을 - 존티재 - 관점마을 - 청암 양조장 - 하동호 약 10KM     

 

그리고 버스로 청학동 삼성궁으로 이동 관람을 한다..               

 

 

 

돌아오는 길, 쌍무지개가 떴다..

 

 

 

 

 

 

 

 

천지조화란 별개 아니다.

그저 빛, 물, 바람의 조합이다.

그러나 또한 그 조합의 매순간이 기적이다..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은 그 조합의 최고 결정체이면서 기적의 산물이지만

종종 잊고 산다.. 

오늘 비가 오고 바람 부는 날..시원하게 걷고

빛의 축복 속에서 삼성궁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쌍무지개의 축복을 받았다..

덤으로 불꽃놀이 보다 더 찬란한 일몰 쇼도 보았다..

천지 조화의 쇼와 함께한 걷기..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는 말에 공감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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